속상한 동생 위로해 주는 누나들
우리 막내아들은 또래에 비해 작다. 그래서, 일찍 자게도 하고 우유도 많이 마시게 하고 이것저것 신경을 많이 쓰고 있는데도 도통 자라는 속도가 느리니 속이 상한다. 운동도 그다지 좋아하지 않고 매일 쪼물딱거리면서 레고 하는 정도가 초집중력을 발휘하는 때니 답답한 이 엄마 마음 좀 알아주면 좋으련만.
마침, 아파트 밴드에 농구학원 추천이 떴다. 냅따 문의해서 이사 온 이튿날부터 바로 여름방학 특강을 보냈다. 초보도 가능하고 특강 후 정규반으로 옮기면 20% 수강료 할인도 해준다니 고민할 이유도 없었다. 이사 가면 농구 한 번 해보자 계속 말해 온 터라 아이도 쉽게 오케이 한다. 한 번도 농구를 배워본 적이 없는 아이니 잘 부탁한다는 말과 함께 등록을 했다.
아는 친구 하나 없이 덩그러니 혼자 차를 태워 보내는데 처음 어린이집 등원시킬 때가 생각났다. 늘 연년생 누나와 함께였는데 처음으로 혼자 해보는 거라 걱정도 됐다. 초등학교 5학년 짜리를 너무 치마폭에 싸고 키웠나 싶기도 하고 오만가지 생각이 앞을 지난다. 열심히 운동을 한 탓인지 빨갛게 상기된 채 돌아와 나름 괜찮았다기에 그런가 보다 하고 몇 번을 더 보냈다.
방학특강은 총 12회다. 두 번은 아파서 못 갔고 이제 두 번만 더 가면 농구특강도 끝인데 전날 저녁부터 얼굴빛이 안 좋다. 안 가면 안 되냐고 퉁퉁거린다. 왜냐고 물어도 답도 없고 아오 답답한 시키.. 속으로 욕이 나오면서도 자기주장 강한 김 씨들 가운데 가장 여리고 순한 녀석이라 세게도 못하겠고 재차 물어도 말을 안 하니 속에서 부글부글한다.
그냥 움직이기 싫어서라고 생각한 나는 2번밖에 안 남았는데 마무리는 해야지라고 으름장을 놓았다.
근데 운다? 요 녀석?
11시에 차량이 올 텐데 10시 반까지 전화로 이러고 있었다. 밖에 있었던 나는 답답한 마음에 카톡으로 왜 가기 싫은지 보내라고 했다. 한참 답이 없더니 네 아니오 외엔 톡을 안 하는 녀석이 장문의 카톡을 보냈다.
"다들 농구 잘하는데 저 혼자 아무것도 못하고 바보같이 뛰어다니는 게 너무 싫고 팀 뽑으려고 할 때도 잘하는 형들은 다 뽑히고 저 혼자 남겨지는 게 너무 싫어서 가기가 너무 싫어요"
불같은 아빠는 이 얘기를 듣자마자 농구담담선생님에게 전화를 걸었다. 초보라고 분명 말하지 않았느냐? 그래서 원장님도 흥미 붙일 수 있게 최선을 다하겠다 하지 않았느냐? 어쩌고 저쩌고 따지고 들었다. 처음엔 무조건 죄송하다고만 하던 담당선생님이 원장직강이 아니라 강사들을 쓰다 보니 세심한 부분을 놓친 거 같다. 한 시간의 반은 드리블과 패스 연습을 하고 30분은 애들끼리 알아서 게임하라고 내버려 둔 것 같다며 진심으로 미안하다고 사과한다. 이미 아들은 마음에 상처를 받았고 자신감도 농구에 대한 재미도 잃어버렸는데 다 무슨 소용인가 싶다.
아무 소리 없이 아이에겐 이제 농구 안 해도 된다고 말했다. 그리고, 집에 가서 꼬옥 안아줬다. 아빠는 아이에게 단 둘이 방에서 자기감정을 솔직하게 말하는 법에 대해 알려주었다. 며칠간 식욕도 없이 축 늘어져 있었던 게 이런 이유였다고는 상상도 못 한 터라 속도 상하고 이사하고 적응도 안 된 아이를 내 욕심에 무리하게 보낸 거 같아서 너무 미안했다.
겉으로는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저녁을 준비하고 있는데 동생 괴롭히는 1등 공신 둘째가 쓱 다가오더니 무슨 일이냐고 묻는다. 자초지종을 설명해 줬더니 "아유, 답답한 녀석! 나도 화가 나네!"라고 씩씩거린다. 그날 밤 우리 집 톰은 반나절이었지만 제리를 웃겨주려고 무진장 애를 썼다. 같이 놀아주고 계속 말도 걸고 다 양보하고.. 이런 일을 내 눈앞에서 볼 줄이야. 다음 날, 주말이라 집에 온 큰 아이에게 쪼로로 달려가 있었던 일을 보고한 둘째. 큰 누나도 버럭이다. 그러면서 도닥도닥하는 게 어쩜 그리도 이쁜지.
이튿날 친구 만나러 잠시 나갔다 온 큰 아이 손에 배 만들기 세트가 들려 있다. 속상했을 동생을 위해 제일 좋아하는 조립완구를 사 온 거다. 밤새 만들고 다시 자신감이 살아나 통통거리는 녀석을 보니 그제야 안심이 된다.
'우째 저런 부분만 나를 닮았을꼬.... 지 아부지 좀 닮지.. 에그..'
조용한 날이 없는 김씨네 가족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