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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열정아줌마 Dec 15. 2021

40, 시작하기 좋은 숫자야!

2. 누가 공인중개사 공부 쉽다고 했어!!!

우리나라는 참 빠르다. 밤 9시가 넘은 시간에 충동적으로 저지른 내 공인중개사 평생회원권은 그 이튿날 바로 묵직한 상자 하나와 함께 시작이 되었다. 어.... 이거 뭔가 잘못한 거 같은데.... 이 촉은 평생회원권 카드결제를 하기 전에 왔었야 했다. 호기심이 발동해서 상자를 뜯었고, 반품도 할 수 없는 상태가 되어서야 후회가 물밀듯이 오기 시작했다.


'내가 무슨 짓을 한 거고...'


에라 모르겠다. 이미 저질렀고 안 할 수가 없잖아. 지금 와서 다 취소하고 그것도 애들 앞에서 폼 안 난다.

그냥 해보자... 책을 들여다보니 더 암담하다. 민법 책은 태어나 처음 보는 내용이다. 무슨 말이 이렇게 어렵단 말인가.. 꼬고 또 꼬아놨다.. 부동산학개론은 어떻고... 이건 그나마 경제학 수업 들으면서 들어본 적은 있는 거 같다. 거기까지..


시험은 10월 말이다. 이미 올해는 도전하기가 쉽지 않다는 결론이 났다.

평생회원권이잖아? 내년부터 다시 하면 되지.....

그렇게 호락호락한 사람들이 아니다. 일단 응시를 해야 다음 해로 넘겨준단다... 아, 망했다....


심호흡을 하고 책을 대충 훑어보기 시작했다. 그러면서 시험 일정을 다시 한번 체크해 나갔다.

1차, 2차를 나눠서 볼 수가 있구나. 1차에 합격하면 다음 해엔 1차 시험을 면제해주고, 유효기간은 1년..

1차 과목은 일단 민법과 부동산학개론. 모든 과목 합계 평균이 100점 만점에 60점만 넘으면 된다. 과락이 있다고??. 40점 이하는 과락... 나머지 과목들을 잘 쳐도 과락이 있으면 끝이다.


1차 시험만 도전하면 해볼 만한가? 떨어지면 내년에 다시 1차부터 하면 되니까 평생회원권도 유지될 거고..

일단 강의를 시작해보기로 했다. 낮엔 도저히 아이들 때문에 방법이 없다. 학고 다닐 때도 안 해본 주경야독.. 아니지 주육야독을 하기 시작했다. 2호, 3호 두 꼬맹이를 재우고 큰 아이의 공부를 조금 봐주면서 9시부터 시작된 뒤늦은 공부. 매일 밤 1.2배속 속도로 지나간 강의들을 듣기 시작했다. 8월 말까지 모든 강의를 다 듣고 암기를 시작하자. 큰 가닥을 잡고 나니 매일매일 조금씩 속도가 붙기 시작했다. 설거지를 하면서도 강의를 들었다. 한 강의당 평균 50분이다. 이걸 하루에 주말도 없이 최소한 10개는 들어야 지나간 시간들을 소화할 수가 있었다. 


하지만 현실은 불가능!! 

일주일 정도는 진짜 내가 이렇게 공부를 했더라면 서울대가 문제랴.. 매 시간마다 지나간 학창 시절이 후회스럽기만 했다. 서울대만 갔더라면 내가 지금보다는 나은 삶을 살았을 텐데.. 그럼 40 먹고 이 짓은 안 해도 되지 않았을까.... 안 가본 길에 대한 동경이란...


대대적인 계획의 수정이 필요했다. 이렇게 하다가는 강의만 듣다가 끝날 판이다. 이제 곧 문제풀이반 수업이 시작된다. 문제풀이가 시작되면 문제풀이에 올인하고 그날 그날 모르는 내용들을 거슬러 가자. 그때부터 최신 강의부터 듣기 시작했다. 공식을 알아야 풀 수 있는 수학 문제가 아니지 않은가? 오늘자 강의부터 들으면서 지나간 강의들은 같이 듣기 시작했다. 못 알아듣는 부분이 나오면 그 부분만 찾아서 다시 듣기를 반복하다 보니 조금씩 알아듣는 내용들이 생기기 시작했다. 막막했던 민법 용어가 귀에 들리기 시작하고 부동산학개론의 그래프가 이해되기 시작하니 공부에 재미가 생겼다. 


그렇게 두어 달이 지나 원서를 쓰는 8월이 되었다. 혹시 모르지 않나.. 같은 번호로 내리찍어도 60점 넘을지..

여태 나에게 찾아오지 않은 기적을 거기에 써도 좋다는 무언의 허락을 신에게 했다. 2차도 경험을 해볼까?

신이 내편일지도 모른다는 엄청난 착각을 하면서 2차까지 신청했다. 나 이때 살짝 미쳤던 건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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