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생이 있다.
12년 전 남편이랑 이혼하고 그 후로 우울증과 재혼한..
병세는 호전과 재발을 반복하면서 10여 년간 동생을 괴롭혔고
공황장애라는 아이까지 낳았다.
그 아이도 무럭무럭 자라 벌써 10살이네..
아직 너무 어려 독립도 힘든가 보다..
팔다리에 줄이 가 있다.
왜 이랬어 묻지도 않는다.
송곳으로 지 팔과 다리를 긁었을게 뻔하니까
그렇게 자기 자신을 학대하면서 밖에선 빵실 빵실하다
말 안 하면 누가 중증 우울증 환자임을 알까
내 앞에서만 환자다.
내 앞에서만 아픈 티를 내니 난 또 의사가 되어 본다.
이런저런 처방을 하고 주의사항을 알려 주고
주기적으로 정기 검진도 한다.
그런데 참 말 안 듣는 환자다.
내가 하라는 대로 하지를 않는다.
주치의 파업을 하려고 한다.
잠도 못 자면서 술과 커피는 끊지 못하고
또 그러면서 본인 일은 잘한다.
놔두라고 하니까 내버려두어야 하는데
이놈의 습관이..
밤새 잘 잤는지
밥은 먹었는지
주변 사람들이 괴롭히진 않는지
밑에 집 여자는 밤새 괜찮았는지
이렇게 하나부터 열까지 확인을 해 온 내 방법이 틀렸던 걸까
그냥 자유롭게 놔뒀어도 잘 살았을 텐데
나도 이제 잔소리 파업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