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내까지 중학생이 되었으니, 이제 우리 집에 더 이상 어린이는 없다. 오롯이 아빠의 생일로 맞이한 첫 어린이날. 고심해서 아빠의 생일 이벤트를 준비한 삼남매. 새삼 아이 셋을 낳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셋이서 분주히 뭔가를 했다더니 기특하기도 하고, 이걸 과연 그 양반은 어떻게 받아들일까 걱정도 앞섰다.
아니나 다를까, 처음으로 받아보는 생일 이벤트라 당황한 것인지, 첫마디가
"이거 비쌀 텐데."
"이 양반아, 그냥 조용히 좀 받으면 안 되겠나?"
그 새 돌돌 말린 지폐를 꺼내고 있는 이 인간,
"아니, 사진이라도 한 장 찍고 좀!"
아이들 얼굴을 보니 케이크에 담긴 메시지보다 돈에 먼저 손이 가는 아빠가 내심 서운한 모양이었다. 그제야 상황 파악을 한 건지,
"아니, 신기해서 한 번 꺼내봤지. 고맙다 우리 새꾸들!"
꺼낸 지폐를 다시 밀어넣고 사진을 찍고 카톡 프사를 바로 바꾼 아빠. 그제야 함박웃음을 짓는 우리 대딩과 중딩들. 한 놈 두 놈 케이크에 얽힌 이야기를 풀어내기 시작한다. 듣는 둥 마는 둥 지폐 꺼내느라 정신없는 아빠.
"얘들아, 다음부터는 그냥 봉투에 넣어 드리라. 이런 이벤트를 이렇게 건조하게 받는 아빠라니 나 원 참."
보다 못한 내가 한마디했다. 아이들도 동의한다는 듯이 머리를 끄덕끄덕한다.
무료했던 일상에 기쁨과 감사의 시간을 만들어 준 우리 아이들에게 고맙다는 말을 전했다. 그 감사함이 오래 가지는 않았지만 말이다. (이건 다음에 한 번, 기쁨이 조금 더 오래 가길 바라는 속마음이 '지금은 아니야'라고 나를 붙잡아 준다.) 이성이 있어서 다행이고, 공감할 수 있는 마음이 있어서 천만다행이다.
-긴 연휴 짧은 글. 글쓰는 법을 잊은 것 같다. 다시 조금씩이라도 써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