홈트는 어렵다고요?
코로나 시대에 확찐자가 더 이상 남의 얘기가 아닌 내 얘기가 된 건 비단 나만의 문제는 아닐 거라고 믿는다.
작년 5월경이었나 보다. 거울을 보는데 앞판 옆판이 확인이 안 되는 치명적인 내 몸을 인지하기 전까진 그다지 신경 쓰지 않고 지냈다. 아니, 사실은 내 눈으로 이제껏 본 적 없는 숫자를 마주할 자신이 없었다는 게 더 정확한 표현일 것 같다.
'에이, 설마...' 앞자리는 안 바뀌었을 거야.. 예상되는 숫자가 떠오른다. 아니야 그렇지는 않을 거야. 스스로 그럴리는 없다고 생각하면서 미루고 미루던 체중계에 올랐다. 이런, 예상대로다. 그렇다고, 과체중이거나 10키로 이상 확 늘었다거나 그렇진 않다. 하지만 누구에게나 자기만의 마지노선이란 게 있지 않나. 그 지점을 넘어섰다는 건 나에게 큰 충격으로 다가왔다. 저녁도 늦게 먹지, 바깥 활동도 거의 안 하지, 심지어 매일 저녁 맥주를 달고 살았으니 살이 안 찌는 게 오히려 이상한 일인데 말이다.
당장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이렇게 내 마흔다섯을 보낼 수는 없는 일이다. 그동안 살아오면서 해 본 모든 다이어트 방법들이 떠올랐다. 원푸드 다이어트를 해볼까. 나이 들어서 굶으면서 하는 건 안된다던데.. 닭가슴살을 주문할까? 아니다 내일부터 한 끼만 먹고 만보 걷기를 할까?
그나저나, 저녁 맥주는 어떻게 포기하지.....(결국 포기하지 못했다..)
다이어트라는 게 어디 만만한 녀석인가! 당장 달다구리 모든 간식류를 멀리 하고 밥은 반만 먹기로 한다. 물은 무조건 하루에 2리터씩 먹고, 저녁은 6시 이전에 먹어야지.... 는 무슨,,, 어제와 같은 날들의 반복이다. 몸에 베여버린 습관을 하루아침에 바꾼다는 게 쉬운 일이 아니었다. 한 끼를 부실하게 먹으니 심지어 어지럽다. 이게 나이 들어서 그런가싶으니 괜스레 울적해진다. 나잇살은 함께 가야 하는 동반자란 말이냐.. 그렇게 혼자 고민하다 보니 역시 운동밖에 없다 싶다.
코로나 이전엔 구내체육센터에 다자녀 할인으로 줌바를 다녔었다. 한 달 2만 원으로 일주일에 두 번 운동을 했으니 가성비 좋은 운동이다. 그렇게 적정 체중을 줄곧 유지했었는데. 하지만, 코로나로 감염위험이 있는 지금은 그렇게 운동하는 것도 마음이 놓이질 않으니 방법을 찾아야 했다. 유튜브로 집에서 할 수 있는 줌바를 찾아봤다. 그러다가 문득 어떤 홈트 영상에 눈이 갔는데 아, 이 언니 너무 부러운데~~ 넋을 놓고 보았다. 나랑 동갑인데 몸매가 거의 모델급이다. 인트로를 들어보니 아이 둘 낳고 엄청 불어버린 몸을 운동으로 다시 되찾고 뭐든 할 수 있다는 자신감도 생겼다는 그렇고 그런 뻔한 스토리~~ 그런 스토리는 누구나 갖고 있다고요~~ 당신도 하는데 나라고 못할까 나도 한 의지한다고~ 이 무슨 근자감인지..
"그래, 결정했어!! 당신 영상으로 나도 해보겠어!! "
사람은 말이다. 절대로 다른 사람의 노력을 비하해선 안된다. 딱 한 번 30분 짜리 초급 홈트 영상을 했을 뿐인데 나는 이 언니에게 진심으로 미안해졌다.
'그냥 만들어진 게 아니구나..'
저렇게 몸을 만들기까지 엄청난 노력과 땀을 흘렸겠구나 하는 존경심마저 들었다. 나는 어쩌면 이 언니 뒤에 보이는 맨해튼 고층 뷰 아파트에 꽂혀서 배가 아팠는지도 모른다. 돈이 있으니 뭐든 가능했겠지.. 그렇게 속으로 배배 꼬인 채 그간의 노력보다 겉으로 보이는 것만 보려 한 건지도.. 하지만 첫날 30분 운동으로 몇 날 며칠 근육통을 앓고 나서야 세상엔 공짜가 없고 노력한 만큼 얻어진다는 걸 또 한 번 뼈저리게 알게 되었다. 도대체 언제쯤 이런 깨달음은 끝이 나는 건지..
그렇게 나는 이 분을 내 롤모델로 삼고 7개월이 넘을 동안 꾸준하게 홈트를 했다.
매일 아침 남편 출근시키고 아이들 등교 전 매일 30분에서 40분씩 홈트에 빠졌다. 홈트용 운동화도 사고 매트도 사고 덤벨도 샀다. 차근차근 알려주는 대로 자세에 집중하면서 관절에 무리가 가지 않도록 조심 또 조심했다. 괜히 운동한답시고 관절에 병나면 너무 우습지 않나. 한 달 뒤쯤 초급에서 중급으로 스스로 업그레이드시키고 안 되던 동작들이 하나둘씩 성공하기 시작하니 이 분이 말했던 자신감이 어디서 나오는 건지 막연하게나마 알 것 같았다.
식단은 크게 신경 쓰지 않았다. 이 나이에 먹는 거마저 제한하면서 극한 경험을 하고 싶진 않았다. 대신 밥은 반 정도만 먹고 군것질은 되도록 거리를 두었다. 체중감량보다 건강한 몸을 만드는데 목적을 두니 스트레스도 덜했다. 운동한 게 아까워서 저절로 조금 신경 쓰게 된다고나 할까.
'바닐라라테 한잔이면 아침 홈트를 20분 해야 태울 수 있는 칼로리란 말이야!! 그냥 아메리카노나 먹으라고!!'
처음으로 플랭크 2분 도전에 성공한 날은 잊을 수가 없다. 고작 2분 가지고 호들갑 떤다고 할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나는 플랭크를 1초도 못하던 사람이다. 팔과 복근에 근육이 없어서 매달리기도 0초, 윗몸일으키기도 하나로 끝. 그런 내가 플랭크를 2분을 넘겼다. 노력은 배신하지 않는다! 이때부터 운동에 자신이 생겼던 거 같다. 중급에서 고급 버전으로 업그레이드시키고 좀 더 고난도의 운동들을 하나씩 도전해나가기 시작했다. 마치 도장깨기처럼 말이다.
홈트를 시작한 지 벌써 8개월에 접어들었다. 주말을 제외한 주 5일 아침 30분, 여유있는 날은 50분간 운동을 한다. 식단을 전혀 하지 않기에 드라마틱하게 살이 빠지지는 않는다. 8개월 전에 비해 5킬로가 빠졌고 눈바디가 좋아졌다는 정도? 근육들이 속에서부터 차곡차곡 자리 잡고 있다는 기분 좋은 느낌? 척추가 곧게 서다 보니 키 컸냐는 소리도 이 나이에 듣는다. 무엇보다도 이제 아침운동이 더 이상 힘들고 버거운 '하기 싫은' 일과 중 하나가 아니라 너무나 자연스럽게 내 일상으로 자리 잡았다. 1년이 더 지나면 오늘의 나보다 조금 더 나아져있겠지?
체지방과 근육량에 더 신경쓰면서 건강한 갱년기를 맞이하자는 새로운 목표가 생겼다. 체중은 더 이상 신경 쓰는 영역이 아니다. 8개월간 꾸준히 30분 투자로 자신감은 덤으로 얻었다. 이제야 그 말 뜻을 이해할 수가 있을 거 같다. 뭐든 할 수 있다는 자신감! 이참에 홈트 전도사나 되어 볼까?
홈트의 장점!!
1. 시간과 장소의 제약이 없다
2. 운동복이 아니어도 상관없다(주로 잠옷 입고 운동함)
3. 비용이 많이 들지 않는다.
4. 다른 사람의 눈을 의식하지 않고 할 수 있다.
5. 입맛대로 골라서 할 수 있다.(홈트의 춘춘전국시대다. 다양한 유튜브채널이 있음)
홈트의 단점!!
1. 잘못된 부분을 알고 고치기가 어렵다.
(그래서, 나는 이 부분을 직접 내가 홈트 하는 영상을 찍어서 틀린 부분을 고쳐 나갔다)
2. 의지가 없으면 성공하기가 힘들다.
(이건 어떤 운동이든 마찬가지가 아닐까?)
3. 이외의 단점은 아직 찾지 못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