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실 남매?

작은 누나 그만 좀 괴롭혀!!!

by 열정아줌마

출근한 남편이 아침부터 전화가 온다.

"응, 왜 여보?"

"아니, 어제저녁에 보니까 둘째가 막내를 너무 괴롭히던데?"

"그니까! 내가 그런다 하니까 여보가 계속 둘째 편들었잖아~!"

"심하던데~~ 우리 아들 기가 다 죽었더라. 잘 살피봐라 오늘도"

"으이그... 알았다~"


어제오늘의 일도 아니고 어느 순간부턴가 둘째의 해코지가 막내아들한테 집중이 되었다. 하나밖에 없는 동생인데 좀 이뻐해 주면 안 되겠냐부터 시작해서 혼도 내보고 따로 둘째만 데리고 데이트도 해보았다. 오은영 박사님을 만나지는 못했지만 그동안 나름 [금쪽같은 내 새끼]의 열혈 시청자로서 내 딴엔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고 생각하는데도 쉽사리 고쳐지지가 않는다. 하나부터 열까지 다 트집이고 가만히 있는 애를 그냥 툭 건드리고 때린다. 그래서 왜 그러냐 하면 막내가 먼저 그랬단다. 그럼 막내는 아니라고~~ 소리 지르며 눈물만 뚝뚝 흘리고..


처음엔 막내를 혼냈다. 둘째가 거짓말을 할 거라곤 상상도 못 했었고, 막내가 그랬겠지 하며 무한 둘째 편을 들었다. 특히나 아빠가 말이다. 같은 둘째라고 '둘째의 설움을 니들이 아냐'부터 시작해서 유독 둘째를 더 챙기고 이뻐하던 남편이라 나도 그냥 그러려니 하고 넘겼더니 어느새 이 녀석 아빠의 사랑을 방패 삼아 월권을 행사한다.


며칠 전 밤이었다. 한참 잠들어 있어야 할 아들이 갑자기 소리를 지른다.


"작은 누나~그게 아니라고~~ 아니라고 했잖아, 아니라고!!!!"


한 밤 중에 들려온 잠꼬대 소리에 뛰어가 보니 막내가 침대에 앉아서 허공에 손을 휘적거리고 있었다.

"아들~~ 괜찮아.. 안 그런 거 아니까 어서 자자~~"


등을 토닥토닥해주니 다시 자리에 눕는다. 에고, 이 녀석 작은 누나한테 쌓인 게 많구나.. 잠꼬대인지라 다음날 아침 전혀 기억도 못하는 아들을 보니 괜스레 안쓰럽고 미안해진다.


아들만 있는 친구들은 딸 둘에 아들 하나 금메달 집이라며 나를 부러워 하지만 대장군 같은 딸내미가 있어서 하루도 조용할 날이 없는 게 현실이니.. 어디 가서 하소연을 할까.. 둘이서 다툼이 일면 한 녀석씩 방에 데리고 가서 편도 들어주고 나름 육아책에서 본 방법들로 아이들을 달래어보기도 했다. 하지만 반복적으로 매일 일어나는 다툼에 이제 진이 다 빠질 정도다. 진짜 오은영 선생님께 SOS를 보내야 하나.

(아들들 육탄전에 나보다 힘든 엄마들도 많을 테지만 다 자기가 처한 상황이 제일 힘든 법이니까. 이해해주길 바랍니다.)


큰아이가 6살 때 연년생으로 둘째, 셋째가 태어났다. 2011년생, 2012년생.. 나는 연년생 독박 육아에 큰아이 케어까지.. 사실 그때 어떻게 하루하루를 보냈었는지 기억도 잘 안 난다. 그때는 아이들 정서 케어보다 먹이고 입히고 재우는 것도 벅찰 때였다. 물론 사랑으로 키우고 온 정성 다해서 돌보았지만 둘째에게 그때 좀 더 많은 신경을 썼더라면 지금과 달라졌을까 하는 후회도 든다.


둘째가 태어나 이제 막 걸음마를 시작했을 무렵에 막내가 태어났으니(참고로 13개월 차다.. 망할 남편 같으니라고) 둘째 눈에 이 갓난아기가 얼마나 미웠을까.. 동생이 태어나는 게 남편이 바람난 거랑 똑같은 기분이라고 하니 한편으로는 이해가 될 것 같기도 하지만 첫째인 나로서는 도저히 이해가 안 되는 부분도 있다. 친정엄마한테 얘기하니 대번에 둘째 편을 든다. 그렇다면 둘째 나름의 애환인 건가.(친정엄마도 둘째) 알다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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둘째는 어릴 때 밤에 자다 울기를 반복했었다. 매일 밤마다 큰소리로 자지러지듯 울어대는 통에 온 식구가 매일 밤잠을 제대로 못 잤다. 지금 생각해보면 지 딴엔 스트레스였을 테고 둘째도 부모의 사랑을 독차지해야 할 시기였다. 그러고 보니 늘 안아달라고 보챘던 게 생각난다. 둘째를 안고 있다가 막내가 울어서 막내를 안으려고 내려놓을라치면 안 내려가려고 발버둥을 쳤다. 이 녀석도 엄마 품에 계속 있고 싶었을 텐데.. 두 돌이 안됐을 때니까 분명 아기였는데 말이다.


그렇다고 우리가 둘째에게 사랑을 덜 주었는가 되돌아보니 그건 아닌 거 같고, 타고난 욕심쟁이 기질도 있다고 생각한다. 애살도 많고 이쁜 짓도 잘하는 아이인 데다가 눈치도 엄청 빨라서 갓난쟁이를 안고 있는 엄마보다 아빠에게 올인하는 게 훨씬 유리하다는 걸 일찌감치 깨달았다. 아빠가 퇴근하면 "아빠 아빠 아빠~~" 아빠 껌딱지로 불렀을 정도니까 말이다. 그래서 남편은 둘째를 더 이뻐했다. 심할 정도로 말이다.


그런데!!! 이제 와서 둘째가 막내한테 너무 심한 거 같다니!!

이보쇼!!! 당신이 그동안 둘째만 너무 싸고 돌아서 그렇다고요!!!!


이제 초등학교 4, 5학년이 되는데도 아직 우리 아들은 '누나가 괴롭혀요' 를 입에 달고 살고, 둘째는 '막내가 그랬다고요' 를 반복하고 있다. 빨리 막내를 누나보다 크게 키우는 게 방법이려나. 덩치 차이가 많이 나다 보니 더 동생을 함부로 대하는 것 같기도 하고. 훨씬 큰 언니한텐 쉽게 대들지 못하는 거 보면 지보다 작은 동생이 만만해서 일지도 모르겠다.


그렇다고 늘 둘이서 싸우느냐? 또 그렇지도 않다~우리 애들은 학원을 안 다녀서 거의 매일 함께다. 등교도 같이하고 하교도 같이한다. 늘 둘이 함께하다 보니 둘이서 묘한 경쟁관계도 되고 또 유일한 놀이 상대도 된다. 잘 놀 땐 서로에게 누나 동생이 있어서 얼마나 다행인가 싶을 때도 많다. 그렇게 매일 행복하고 화목하기만 하면 좋을 텐데... 너무 불어있어서 그런가? 그렇다고 싸우지 못하게 하려고 학원을 보낼 수는 없는 노릇 아닌가?


이러면서 크는 거겠지? 나도 한 살 터울 여동생이랑 고등학교 때까지 치고받고 싸웠다. 자매든 남매든 어쩔 수가 없나.. 하긴 오죽했음 현실 남매라는 말이 생겼을까. 비단 우리 집만의 일이 아닌 거 같기도 하다.

그렇게 아옹다옹하다가도 서로 가족이랍시고 또 뭉칠 땐 기가 막힌 화합을 보여주니 좀 더 성장할 때까지 기다려줘야겠지.. 참을 인을 한 백만 번쯤 새기면서 말이다. 이 또한 지나가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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