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 작은 불편함

내 탓이요!

by 열정아줌마

지난주부터 왠지 모르게 눈이 뻑뻑한 게 불편했다. 그냥 건조해서 그런가 보다 하고 며칠 놔뒀더니 오늘 아침엔 콘택트렌즈를 넣을 수가 없을 정도로 따갑고 이물감이 심하다.


"에이, 세상 불편한 게 눈 아픈 건데.. 월요일 아침부터 이게 뭐꼬.."

투덜투덜 대고 있으니 남편이 주말 아닌 게 어디냐고 바른말을 한다. 하긴, 주말이었음 병원도 못 가고 불편한 상태로 보냈어야 할 텐데.. 그러고 보니 또 그렇다.


아이들 등교시키고 부랴부랴 홈트를 했다. 아는 동작들이라 굳이 안 보고도 따라 할 수 있지만, 눈이 아픈 상태로 무언가를 한다는 건 여간 불편한 일이 아닐 수가 없다. 병원 오픈 시간까지 멍하니 있는 게 싫어서 루틴대로 시작했지만 중간에 진짜 오늘은 그만해란 생각을 백만스무번은 한 거 같다.


어찌어찌 50분을 채우고 바로 나갈 채비를 했다. 낮엔 잘 안 쓰는 안경을 써서인지 아이폰이 얼굴 인식을 못한다. 이런.. 뭐가 이렇게 불편한 거냐고! 급한 대로 안경 추가 인식을 하고는 병원을 향해 출발했다.

계단을 내려가다가 헛디뎌서 넘어질 뻔하고 습관처럼 눈을 비비다가 안경에 손이 닿기도 하고..

짜증 지대루다!! 신봉선 언니 버전이 제대로 나온다.


렌즈 빼고 안경으로 바꿔 썼을 뿐인데 일상에서의 불편함이 너무 많아진다. 늘 안경을 쓰는 사람이라면 전혀 문제 될 게 없을 텐데도 익숙하지 않은 것이 주는 어색함이 내 일상을 새삼 불편하게 만들었다.


"꽤 이물감도 심했을 거고 눈도 많이 충혈되었는데 불편하지 않으셨어요?"

"아,,, 그런가요.."


원래 둔하기도 하고 아파도 좀 미루는 타입이라 병을 키워버리는 성향이 있다. 조금 뻑뻑하다 싶었을 때 진료를 받았더라면 좀 덜하지 않았을까? 늘 하는 그놈의 후회는 이번에도 그냥 지나가질 않는다. 10여 분간 누워서 온열찜질에 적외선 치료까지 받았다. 때마침 전화한 남편에게 안구건조증도 심하고 알러지도 있고 안건염에 여차저차 그렇단다 상황 설명하니 대뜸 하는 말..


"이야~누라~니는 눈 빼면 볼 거 없는데 다 나을 때까지 안경 써야 되겠네? 니랑 같이 못 다니겠다"

'이 문디 영감탱이가 지금 그걸 농담이라고 하나?'

"여보세요?????"

"농담이다. 약 잘 챙겨 넣고 당분간 렌즈 끼지 말고 아프면 바로 병원 좀 가라"

이 남자의 사랑 표현은 언제쯤 좀 센서티브 해질는지..


어찌 보면 며칠 약 넣고 먹고 하면 낫는 간단한 질병이다. 익숙한 렌즈 대신 불편한 안경을 써야 한다는 것과 안경 쓴 외모에 자신이 없어서(심하게 꺼벙이가 된다) 당분간 외출을 자제하게 될 거란 거 빼고는 나쁠 게 없다. 아주 조금 불편해지는 거다. 이 또한 하루 이틀이면 익숙해질 텐데 왜 그리 짜증이 났던 걸까?


감정에 휘둘리지 않는 무던한 사람이 되어야겠다고 생각한다. 갱년기가 와도 갱년기 티를 내지 말자를 목표로 몸도 마음도 단련하고자 노력하고 있지만 현실은 사춘기 딸보다도 감정 기복이 더 심하니 이거야 원. 언제쯤이면 나란 사람은 이 모든 감정들을 의연하게 조절할 수 있게 되는 걸까? 아주 작은 불편함이 내게 작은 숙제 하나를 또 던져 주는 거 같다. 이것 말고도 풀어야 할 과제들이 산더미처럼 많은데 말이다.


그건 그렇고, 안경은 무슨 죄냐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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