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한 편 보기가 이리 어려워서야..
지난 토요일이었다.
아침부터 막둥이 아들 녀석이 오늘 밤에 다 같이 집에서 영화 보면 안 되냐고 눈을 깜빡깜빡거린다.
영화관 가자는 것도 아니고 집에서 편안하고 저렴하게 보자는데 마다할 이유가 없지~
너무 보고 싶은 영화가 있는데 다 같이 보면 좋겠다며 있는 애교 없는 애교를 다 부린다. 그게 너무 이뻐서 오구오구 하고 있으니 아들바보라고 한 마디 툭하고 지나가는 남편. 그래서 뭐 어쩔티비?
도라에몽 보자는 거 아니냐니까 에이 그걸 왜 봐요 한다. 뭐래 이 녀석 언제나 도라에몽과 함께하면서 아닌 척은.. 요새 부쩍 4학년이랍시고 형아처럼 구는 게 웃기기도 하고 먼저 뭔가를 제안하는 일이 거의 없는 녀석이 영화 보자고 하니 나는 기특해 죽겠는데 누나들은 시큰둥한게 별 반응이 없다.
아이가 기다리던 저녁 시간이 되었다.
"아들 영화 어떤 거 보고 싶어"
"슈퍼소닉 2요!"
그럼 그렇지라며 누나들은 일제히 유치해서 싫단다. 그때부터 막둥이는 누나들 꼬시기 작전을 시도해보지만 능구렁이 백 단 누나들이 통할 리가 없다. 슈퍼소닉만 아니면 뭐든 오케이부터 아예 다른 영화 보자는 제의까지 한다. 며칠 전부터 슈퍼소닉이 너무 보고 싶었던 아들... 결국 눈물이 글썽글썽하다. 나는 그게 또 너무 귀여워서 어떻게 이 난관을 극복해 나갈지 아들 녀석을 좀 더 지켜보고 싶었는데 보다 못한 아들의 구원투수로 아빠가 나섰다.
"딸들~~ 이리 잠시 와봐~~~"
쪼르르 안방으로 달려가는 딸내미들~잠시 후 기분 좋은 얼굴로 나온 딸들은 쿨하게 슈퍼소닉을 보는데 합의했다. 아빠의 방법은 바로 디저트! (그럼 그렇지...)
"슈퍼소닉 보자. 오늘만 봐주는 거다"
"어~생각보다 재밌는데~"
큰 누나가 한 마디 한다.
"재밌지 재밌지??"
신이 난 아들 녀석 영화가 끝날 때까지 몇 번이나 물어보는지.. 건성건성 대답하던 누나들도 끝 무렵에는 어 재밌었어라고 대답을 해주니 어깨가 어디까지 올라간다. 모두가 재밌게 영화를 보고 화기애애한 영화 관람 시간이 끝났다.
"내가 또 재밌는 영화 추천할게"
"그래~~"
"........."
대답 없는 둘째딸. 그냥 그래 한마디만 해줘도 될 것을.. 무뚝뚝하기가 목석이 따로 없다. 사춘기에 접어든 둘째딸은 요즘 우리집 뇌관이다. 건드리면 터지기에 조심해야 한다. 막내는 아는지 모르는지 수시로 그 뇌관을 건드려서 누나의 심기를 불편하게 하고 말이다.
"아들~영화 선택 너무 좋았어. 다음에 또 부탁해~"
보다 못한 내가 마무리를 지었다.
기 센 누나들 틈에서 오늘도 치열하게 살아내고 있는 아들이다. 이 녀석도 조만간 사춘기가 시작될텐데 누나들아 어찌 감당하려고 그러냐고요..
여자를 이해하고 위해줄 줄 아는 멋진 남성으로 자라나야 할 텐데... 괜찮겠지???^^;;;; 이노무 걱정샘은 마를 날이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