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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열정아줌마 Sep 23. 2022

일탈

하루 정도는 괜찮지 않을까?

오늘도 어제와 같은 하루였다면 나는 미쳐버렸을지도 모른다. 갑갑하고 답답한 현실에 도망갈 데도 없다. 내 의지와 상관없이 돌아가는 하루가 정말이지 딱! 미쳐버리기 직전까지 갔었는데 말이다.


제일 편안하고 안전한 곳. 열려있지만 갇혀있는 듯 갑갑한 그곳에서부터 오늘 벗어났다. 단 하루의 시간이지만 그렇게 집 떠나오니 조금은 숨통이 트이는기분이다.


딸아이 볼일에 보호자를 자처하고 나섰다. 합법적이고 당연한 외출이다. 태어나 처음 와보는 낯선 동네 낯선 카페에서 아이를 기다린다. 더없이 행복하고 또 편안하다. 이런 시간이 얼마만이었더라.

기억도 안 난다.


밀려있는 집안일과 직면한 걱정거리들이 생각나지만 지금은 어찌할 수 없으니 나중에라며 미뤄 보기로 한다. 그래 넣어두자 오늘은..


노트북을 들고 올 걸.. 스마트폰에 글 적는 건 아무래도 익숙하지가 않다. 쓰다만 글들이 서랍에 가득 차 있다. 오늘은 그 또한 잊어버리고 싶다. 해야만 한다는 굴레에서 오늘만큼은 벗어나 보자. 지나가는사람도 구경하고 카페 안 사람들의 표정도 흘깃거려본다.


사람 사는 건 별반 차이가 없어 보인다.

하지만, 바쁘게 움직이는 사람들을 보니 이유 없는 불안이 엄습해온다. 지금 이렇게 쉬는 게 크게 잘못하고 있는 거 같은 불안감 말이다. 하루 정도는 맘 편히 쉬어도 될 텐데 뭔가를 하지 않으면 안 된다는 강박을 스스로에게 강요하고 있는 건 아닌가 싶다.


효율적이지 못한 시간들을 보내는 바보 멍청이.


결단도 내려야 하고 신중한 선택도 해야 하는데 세상 앞에 자꾸만 움츠러든다. 집에서 300킬로 넘게 떨어진 낯선 곳, 나와 전혀 관계없는 사람들이 사는 동네에서 나에 대해 생각해 보는 중이다. 아주 객관적인 시선으로. 하루 아니 이 한 시간의 일탈이 나에게 좀 더 세상을 살아갈 자신감을 불어넣어 주면 좋겠다. 저만치 세상 걱정 없는 아이가 뛰어오고 있다.나도 30여 년 전엔 저랬는데.. 세월이 야속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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