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만 쉰다섯 살이지, 아직도 마음은 여린 여자는
생애 처음 장편소설을 완성하고 뿌듯함과 허전함 사이에서
며칠 동안 마음 앓이를 해야만 했다.
모두가 그러하듯 쓸 때는 최선을 다한 것 같은데, 써 놓고 보니
왜 이렇게 허접하고 나의 밑바닥을 보여주는 것처럼 창피한지.
쓰면서 교정을 한다고 했지만 띄어쓰기와 맞춤법은 엉망이고
소설에 꼭 있어야 하는 갈등과 악역을 강하게 넣지 못해서
조금은 자극적인 이야기를 좋아하는 지금 시대의
로맨스 소설치고는 많이 밋밋한 감이 있었다.
물론, 지금도 악역 만드는 걸 제일 어려워하고 못하고 있지만.
남편은 스토리를 절대로 고치지 말라고 당부하고 당부했다.
왜냐하면 첫 소설 어린 신부는 나의 성격과 정서가
온전히 드러나는 소설이었기 때문이었다.
나 또한, 많이 부족했지만 고치고 싶지 않아서 일부러 두었다.
내 소설을 읽는 독자들은 이런 나의 성향과 비슷한
사람들만 들어와서 읽는다는 것을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시원섭섭한 첫 글을 완성하고 무모하게 도전한 두 번째 소설에
집중하며 조금은 여유로운 일상을 찾았다.
그런데 세상에는 항상 잃는 게 있으면 얻는 것도 있었으니
그건, 왕 초보가 주 6회 차 글을 쓴 경험이 약이 되어서
주 3회 글을 쓰는 건 일도 아니게 되었다.
물론, 이야기를 지어내는 입장에서 주인공과 서브주인공
그리고 등장인물에게 새로운 에피소드를 만들어 내는 건
힘든 작업이기도 했지만, 나는 소설을 쓰면서 내가 이렇게
엉뚱하고 별난 상상을 하며 야한 생각을 하는 사람인 줄 미처 몰랐다.
소설은 무에서 유를 만들어 내는 창조의 작업이다.
그래서 머리에 새로운 아이디어가 만들어지면
언제, 어떤 방법으로든지 메모를 하거나 기억을 해 두어야 한다.
일상에서 설거지를 하다가, 경치를 보다가, 밥을 먹다가
현재의 상황과 전혀 상관없는 아이디어가 떠 오르고
얼토당토 없는 생각이 들 때면 나는 습관적으로
잊어버릴까 봐 휴대폰이나 메모지에 옮겨 적었다.
나는 A라는 현실에 있는데 어떻게 J가 떠오르는지
지금도 이해할 수 없기는 마찬가지다.
이런 얘기를 지인들에게 하면 그건 내가 항상
소설을 머리에 담고 있어서 그런 거라고 말하기도 했다.
그러고 보면, 나의 일상은 소설에서 시작해 소설로
하루를 마무리하고 있었다.
하루라도 글을 쓰지 않으면 내가, 오늘 하루 내게
많이 소홀한 느낌이 들 정도였으니까 맞는 말 같기도 하다.
나는 여전히 소설을 쓰면서 다른 사람들의 소설을 읽는 것을 멈추지 않았다.
글 쓰는 시간보다 읽는 시간을 더 많이 할애했다.
다른 사람의 소설을 읽으면서 엄청나고 아름다운 필력에 감탄하며
때로는 스스로 쪼그라들고, 연재를 계속해야 하나 하는
질문을 수없이 던지기도 했다.
자신 없는 걱정의 나의 말에, 남편은 어차피 취미로 시작한 거
직업으로 쓰는 그런 사람들과 비교 자체를 하지 말라고 조언했다.
가랑이 찢어진다고.
남편은 두 번째 작품은 우리가 살고 있는 도시의 인구수만큼만
조회수를 최종 목표로 도전해 보라고 했다.
그런데 내가 미쳤지!
120화를 거뜬히 넘어 145화까지 쓰고 완결을 마쳤다.
물론 인구수만큼의 조회수를 달성을 하고도 넘쳤다.
시리즈에디션에 비하면 보잘것없는 성적이었지만
베스트리그에서는 이만하면 괜찮은 성적이었다.
완결을 하고 다시 한번 처음부터 글을 읽으면서
여전히 내 글이 얼마나 보잘것없는 소설인지 실감해야만 했다.
남편은 이만하면 잘 썼다고 했지만, 나는 알게 모르게
네이* 시리즈에디션 수준의 글만 읽어서 나의 눈높이는
내 글과는 상관없이 상위권에 머물러있었다.
그러니 내 글이 마음에 흡족하지 않는 게 당연했다.
나의 부족한 필력과는 상관없이.
두 번째 소설을 마치고 나는 나의 단점을
누가 말해주지 않아도 저절로 알게 되었다.
첫째 악역을 만들지 못했다.
악역이 강할수록 소설이 흥미롭다는 건 머리로는 아는데
마음이 따라주지 못했다.
둘째. 갈등을 깊숙이 크게 키워야 하는데 이것도 못한다.
원체 다툼이나 소리 지르거나 싸우는걸 극혐 하는 성격이라
이런 나의 성격이 소설에서는 치명적인 단점으로 드러났다.
오죽하면 소설을 읽다가 너무 막장이 나오면 가슴이 두근거리고
읽던 소설을 멈출 정도였다.
그리고 다시는 그 사람의 소설을 읽지 않았다.
내 소설을 읽는 독자분들은 이런 나의 성향의 글이
좋아서 읽는다는 건 알고 있지만 말이다.
"작가님 글은 막장이 없어서 너무 좋아요."
각박한 현실에 살면서, 내 소설은 사랑과 아름다움만
담겨 있어서 좋다는 댓글을 여러 번 확인했다.
어차피 소설은 현실과는 다른 이야기인데
나 한 사람쯤은 좋은 것만 담아도 되지 않을까 하고
자기 합리화와 위안을 삼으며, 나는 두 번째 작품도
내용을 수정하지 않고 그대로 두었다.
두 번째 소설을 마치고, 그즈음 나의 첫사랑 글
어린 신부의 주인공을 잊는 게 못내 아쉬워서 시리즈처럼
주인공의 노후와 그 자식들의 사랑이야기를 세 번째
소설의 소재로 삼기로 마음먹었다.
첫째 작품의 시대적 배경이 1988년도라서 자식들의
시대적 배경은 지금 시대라서 쓰기에 적합하기도 했다.
그렇게 나는 125화, 145화 두 편의 어쭙잖은 로맨스 소설을 완결하고
세 번째 소설을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