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화. 세 번째 소설.

by 갑수림

세 번째 소설은 그동안 맨땅에 헤딩하듯 익히고 터득한

깨알 같은 노하우로 주인공과 등장인물을 조금 더 자세히

설정하고 묘사해 놓고 시작했다.

시답잖은 소설을 세 번째 쓸 때는, 첫 번과 두 번째 글보다

생각과 고민이 더 많아졌다.

첫 소설 주인공 아들의 사랑이야기이다 보니

당연히 다른 이야기이면서도 정서는 닮아 있어야 했고

무엇보다 첫 소설 주인공의 노후생활을 내 글을 읽는

독자들에게 꼭 보여주고 싶었다.

그래서 첫 소설의 외전을 한 회 차만 쓰고 아껴두었다.

이런 부부가 세상에도 있나 싶을 정도로 아름답고

알콩달콩하게 그리고 싶었다.


나는 소설의 소재를 우리 가족 이야기를 많이 가져오는 편이다.

내가 쓴 첫 소설도 그렇다.

나에게는 남편과 아들만 둘이 있는데, 우리는

일상처럼 안아주고 뽀뽀를 한다.

남편과는 매일 저녁 산책을 하는데, 남편은

당연하게 내 손을 잡고 걷는다.

너무 끌어당겨서 손을 잡을 때가 많아서 내가

어디 불편한 환자처럼 보일까 걱정이 될 정도로

손을 움켜잡아서 제발 좀, 손 살살 잡으라고 핀잔을 주기도 한다.


또, 다 큰 아들이 엄마손을 잡고 걷는 것도 우리에게는 일상이다.

어느 날 아들과 손을 잡고 횡단보도에 서 있는데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사람들이 혹시, 내 아들을 좀 모자란다고 생각하는 것이 아닐까?

그래서 엄마 손을 잡고 가는 게 아닐까? 오해할 까 싶어서

나는 아들을 말없이 쳐다본 적이 있었다.

우리나라에서는 성인의 아들이 엄마와 손잡고 걷는걸

이상하게 보는 사람도 있는 것 같아서.


서사가 길었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소설이나 시나리오 소재를

내 이야기나 가족, 지인들의 이야기를 빌려 와 쓰기도 한다.

물론 대부분은 순수 창작이 많다.

내 글에서는 나이 든 주인공이 아내의 손톱과 발톱을

깎아주고 매끄럽게 갈아주는 장면에서는 사실

우리 가족의 일상 모습이다.

낮 간지러운 부분도 많지만 어차피 이 글을 읽는 사람이

내 소설까지 찾아볼 확률이 낮을 거라 이 자리를 빌려 실토한다.

지금까지 이 글을 읽은 독자라면 내가 출퇴근하는 직업이 없다는 걸 알 것이다.

그렇다고 백 프로 전업주부도 아니다.

들어본 적이 있지 않는가? 백수가 과로사한다고.

물론 취미로 글을 쓰다가 과로사 비슷한 경험을 하기도 했지만

그렇다고 십원하나 벌지 못하는 사람도 아니다.

우리나라는 관심을 갖고 공부를 하면, 얼마든지

휴대폰 하나로 최저임금이나 아르바이트비 정도는 벌 수 있는

나라에 살고 있지 않는가?

시드머니가 있거나 남들과 조금 더 잘하는 분야가 있다면

얼마든지 수입을 얻을 수 있는 세상에 살고 있다.

나는 매일 출퇴근하는 직장인은 아니지만, 나 스스로에게

떳떳해지기 위해, 최저 임금 수준의 수입을 얻으며

글 쓰기를 하고 있다.

이것 또한, 내가 마음 편하게 글 쓰기를 하기 위한 장치이기도 하다.


다시 돌아와서, 세 번째 소설을 쓰는 동안

큰 아들이 있는 미국으로 보름 가까운 기간 동안

작은 아들과 여행을 다녀오기로 했다.

큰 아들이 여행 초대를 한 것이다.

자식이 해준다고 할 때는 덥석 무는 게 상책이다.

괜히 돈 걱정하며 사양하면, 나중에는 국물도 없다.

물론 나도 맨입으로 가지는 않았다.

최소한 작은 아들의 여행경비는 보태는 염치 있는 엄마다.

다시 돌아와서 미국으로 여행을 떠나기 전 나는 부지런을 떨었다.

일단, 여행 다녀 올 기간 동안 연재해야 할 소설을

예약을 걸어두어 독자들이 월. 수. 금 아침 일곱 시에는

정확하게 나의 소설을 읽을 수 있도록 해 두었다.

누구 하나 강요하지 않았지만 내가 만든 규칙이었다.

아침 출근길 지하철에서 휴대폰으로 내 소설을 읽을

누군가를 위해서, 아이를 어린이집이나 학교에 보내고

집안일을 마치고 숨을 돌리며 차 한잔과 함께

행복한 시간을 보낼 누군가가 실망하지 않도록.

나는 철저하게 나의 사랑스럽고 선물이나 다름없는

독자들을 위해서 만반의 준비를 해야만 했다.

여행을 다녀와서 시차 때문에 글을 쓰지 못할 것을 대비한

여유분의 글도 써 두어야 했다.

솔직히 여행 준비보다 소설 준비에

훨씬 더 많은 시간을 할애해야만 했다.

상상되지 않는가? 오십 대의 아줌마가 후다닥

여행 가방을 꾸리는 모습이.

돈벌이 때문에 혼자 남아있는 남편이, 굶지 않도록

냉장고를 채우고 간편식을 준비해둬야 하고.

돈을 아끼기 위해 간편 밥과 컵라면과 김과

볶음 고추장도 챙겨야 했다.

이 정도는 껌일정도로 대한민국의 자랑스러운 아줌마가 아니던가.

그렇게 나는, 큰 아들도 볼 겸 생애 최초 미국행 비행기에 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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