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모 의원의 갑질이 큰 논란이다. 보좌진에게 사적인 가족 일을 지시하고, 취업이나 입학, 심지어는 병원 이용까지도 부당한 이득을 취했다는 보도가 이어지고 있다. 그러면서 특정 항공사로부터 가족들의 숙박권을 제공받았다는 내용 또한 보도되었다. 우리가 미디어나 관념적으로 가져왔던 권위적인 부패 정치인의 전형적인 모습이다. 경상도에서는 "내가 낸데(내가 나인데)"라고 한다. 잘나간다고 거들먹거리는 사람을 의미한다.
국회의원은 법적으로도, 관례적으로도 정말 많은 예우를 받는다. 국회에 사무실과 10명 남짓의 보좌직원을 공무원으로 두면서도 1억 넘는 연봉과 부수적인 지원금을 받는 것은 기본이다. 수행 차량의 기름값, 국내 철도 티켓, 국내외 항공기 티켓도 업무와 관련이 되면 지원받는다. 식비나 기타 홍보비는 말할 것도 없다. 그런데 또 그 '업무'라는 것의 범위도 정말 넓다. 정치라는 것이 특정한 사무실에서만 이뤄지는 게 아니라, 밥집, 술집, 차 안에서, 시장에서, 심지어는 사우나에서도 이뤄지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런 의원들의 정치를 위한 지원금의 사용처도 정말 넓다.
관례적으로 받는 예우도 정말 많다. 우선 국회의원이면 어지간한 기업, 협회, 모임에서 무조건 갑이다. 제발 5분만 들러 인사말이라도 해달라는 행사는 하루에도 몇 번이나 있고, 사적이든 공적이든 만남과 모임에서는 참석 자체만으로 감사하단 이야기를 듣는다. 기업, 협회 관계자는 보좌진과의 약속잡는 것도 일이고, 의원과 짧은 대화만 나누어도 큰 공을 세운 것으로 칭찬받기도 한다. 심지어는 식당에서 밥만 먹어도 사장님이 감사하다며 서비스를 주기까지 한다.
정말 막강한 권력이 아닐 수 없다. 대한민국에서 국민의 대표가 갖는 상징성과 권한은 대단한 수준이다. 그 사람이 실제로 어떤 사람이건, 금빛 뱃지를 달면 우선 존경과 감사의 대상이 된다. 이는 국민의 선출권에 대한 존중이자, 민주주의를 위해 정치를 업으로 하고 있는 의원 개인에 대한 감사의 의미가 크다.
그런데 이런 막강한 권력에도 한계는 있고 선도 있다. 갖고 싶다고 다 가질 수도 없고, 받기 싫어도 받아야 하는 예우와 의전이 있는 법이다. 당연히 조심해야 한다. 만인의 관심을 받는만큼, 만인의 감시를 받고 있는 일이다. 나쁜 일은 하면 안되고, 착한 일은 뽐내야한다.
국회의원이 보좌직원이나 소관 기관에 갑질하는 사례는 너무 많다. 언론에 나온 일들만 모아도 한아름이지만, 그러려니 지나간 일과 숨겨진 일까지 다 합치면 한 트럭 아닐까. 대개는 잘 숨겨지고, 잘 참아진다. 그런데 그런 갑질이 터지는 때는 쌓이고 쌓여서 숨길 수 없고, 참을 수 없을 때다. 올해 터진 의원들의 갑질이 잠깐의 실수였겠는가. 당연하다는 듯 쌓이고 쌓인 것들이 때를 만나 폭발적으로 터져나온 것이 아니겠는가.
항상 정치인들에게 당부하고 싶다. "원래 안되지만, 나는 되는 일" 같은 건 없다. 남들이 줄서면 나도 그 뒤에 서야하고, 혹여 가게에서 먼저 들어오라고 해도 거절부터 해야 한다. 당연한 상식이다. 국회의원이라서 직원이나 소관 기관에 무리한 요구나 갑질을 해도 된다는 생각도 안된다. 그 사람들이 예우하는 것은 국민의 대표이지, 당신 개인이 아니기 때문이다. "내가 낸데" 하며 살면 당연히 국민이 싫어한다.
상식이 상식이 아닌 것처럼 살다가 걸리면 상식적이지 않은 방식으로 대응하는 정치인들, 답답하고 한심스럽기 그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