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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우연한 여행자 Jun 28. 2020

여행의 이유

유명 여행지에서 유독 크게 느낄 수 있는 행복한 기운

2020년이 시작한 지가 엊그제 같은데 어느새 벌써 절반 가까이 지나가 여름이 되었고, 예년 같으면 곧 휴가 시즌이라서 휴가를 어디로 갈까 하는 행복한 고민을 하면서 항공권이나 호텔을 찾아보고 있을 시기이지만, 올해는 코로나 19 사태로 해외여행은 엄두도 못 낼 상황이라 여름휴가를 어떻게 보내야 할지가 벌써부터 막막하기만 하다.


이렇게 여행을 못 가는 상황이다 보니 요즘 들어서는 예전에 갔던 여행사진을 자주 찾아보게 된다. 그래도 여행을 가서 사진도 많이 담아오고 동영상도 많이 촬영해 온 관계로 사진이나 영상들을 보고 있자면 한 동안 잊고 있었던 예전에 여행을 했을 때 느꼈던 기분이 되살아난다.


2016년 여름에 갔었던 파리의 몽마르트 언덕




파리의 루브르 박물관이나 노트르담 대성당, LA의 그린피스 천문대나 산타모니카, 샌프란시스코의 피어 39나 금문교(Golden Bridge),  시드니의 오페라하우스나 달링하버, 아테네의 아크로폴리스, 캐나다의 나이아가라 폭포, 하와이의 와이키키 해변 등과 같은 세계의 유명 여행지를 갈 때마다 유독 느끼는 것은 그곳에 있는 건축물이나 자연환경 자체도 멋있고 좋지만 그 장소에 있는 그것을 보러 세계 각지에서 온 사람들에게서 느껴지는 행복하고 밝은 기운이 참 좋다는 것이다. 그곳에 온 사람들의 얼굴을 보고 있으면 모두가 하나 같이 행복한 얼굴이고 목소리 톤은 기분 좋게 업(up)되어 있다. 인상을 찌푸리거나 우울한 표정을 짓고 있는 사람은 좀처럼 찾을 수가 없다. 그래서 난 유명 여행지에 가면 그곳에 있는 사람들이 행복해하는 모습을 한 참 바라보게 되고, 그곳에 함께 있다는 것만으로도 행복감을 느낀다.


그도 그럴 것이 그곳에 있는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있어 그곳은 평생에 한 번 올까 말까 한 곳이기 때문이다. 수천 km 떨어진 곳에서 수개월 전부터 여행 계획을 세우고 적지 않은 비용을 지불하고 기대감에 부풀어 장거리 비행을 참아낸 후 마침내 그곳에 도착해서 텔레비전이나 사진으로만 보던 풍경이 자신의 눈 앞에 펼쳐 치고 있는데 행복하지 않을 사람이 과연 누가 있을까. 그리고 이와 같은 행복감은 자신들과 비슷한 기대감을 가지고 그곳을 찾은 수많은 사람들로 인해 더욱 증폭된다(여기에 마침 날씨까지 좋으면 그런 행복한 기운은 몇 배가 된다).





이와 같이 우리가 어떤 공간에 대하여 가지고 있는 좋은 기억은 단순히 공간 자체가 잘 꾸며져 있고 멋있다는 것만으로 생기는 것이 아닌 그곳을 구성하고 있는 사람들로부터 받는 느낌에 따라서 좌우되는 측면이 매우 크다.


그리고 이런 이유 때문에 그곳에서 촬영해온 사진이나 영상을 다시 보고 있으면 그때 느꼈던 행복한 기분까지 되살아 나게 되는 것이고, 그래서 내가 여행 가서 찍어 온 사진이 다른 누군가가 같은 곳을 촬영한 어떤 훌륭한 사진보다 나에게 의미가 있는 것이다.


행복한 사람들 속에서 행복한 기운을 느끼고 올 수 있다는 것은 우리가 굳이 멀리까지 여행을 해야 하는 충분한 이유가 될 수 있다. 코로나 19로 인하여 우리가 빼앗긴 가장 큰 것 중 하나가 바로 이와 같은 사람들 사이에서 주고받을 수 있는 행복한 감정의 교류가 아닐까 싶다.         


2019년 가을에 갔던 나이아가라 폭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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