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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우연한 여행자 May 09. 2020

부모(父母)라는 존재의 의미

내가 기억 못 하는 나의 어린 시절의 기억을 간직하고 있는 유일한 존재


요즘 얼마 전에 세상을 떠난 故구하라 씨의 친오빠분께서 입법청원을 한 일명 <구하라법>이 많은 이슈가 되고 있다. 요약하자면 故구하라 씨의 경우 친모가 20년 전 어린 남매를 버리면서 친권도 포기하고 떠났음에도 불구하고 故구하라 씨가 사망하자 갑자기 나타나서 재산상속을 요구하고 있는 상태인데, 이에 故구하라 씨의 친오빠분은 현행법상 상속결격사유로 부모가 자식에 대한 부양의무를 현저히 해태한 경우도 추가해야 한다는 내용의 입법청원을 국회에 하였다.


참 듣기만 해도 씁쓸한 일이다.  보통 부모의 자식에 대한 사랑, 특히 그중에서도 어머니의 자식에 대한 사랑은 이 세상에서 가장 고귀한 것으로 칭송들을 많이 하지만, 모든 부모가 다 그런 것은 아니고 실제 부모와 자식 사이의 법적 분쟁과 관련한 사건들을 접하다 보면 정말 남보다도 더 비정한 경우도 많이 있다.


그러면서 문득 부모는 왜 자식에게 있어 특별한 의미를 가지는지에 대해서 생각을 해보게 된다. 부모님은 나를 이 세상에 태어나게 해 주었기 때문에, 그리고 성인이 될 때까지 키워줬기 때문에, 그리고 유전적으로 같은 핏줄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특별한 의미를 가지는 것은 너무나 당연하다. 이러한 당연한 것들 외에 부모님이 나에게 있어 특별한 의미를 가지은 이유는 또 없을까?




사람들은 보통 청소년기에 접어들면 어엿한 독립된 인격체로 성장하게 되고 그 과정에서 부모님이 어렸을 때 생각했던 것처럼 완벽한 존재가 아니라는 사실을 알게 된다. 그러면서 부모님의 생각이라고 해서 반드시 모두 옳지 않고, 때로는 내 판단이 더 맞을 수도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되면서 의견 충돌이 많이 발생하게 된다. 또한 부모님이 원하는 삶과 내가 원하는 삶이 다른 경우에는 이로 인하여 많은 갈등을 겪게 된다.  


그 과정에서 사람에 따라서는 서로를 이해하고 친밀한 관계를 유지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그렇지 못하고 더 이상 부모님과 대화를 많이 하지 않게 되는 경우도 많이 있고, 극단적인 경우는 서로 연(緣)을 끊고 사는 사람들도 있다.


이 세상에서 나를 제일 잘 아는 사람은 아마도 나 자신일 것이다. 아무리 나를 낳아주고 키워 준 부모님이라고 하더라도 나에 대해서 나보다 더 잘 알 수는 없고, 내가 속으로 생각하는 것들까지 모두 알 수는 없다. 가끔은 서로 생각하는 것이 너무 다르고, 추구하는 가치들이 전혀 다르다는 것을 느낄 때면 우리가 과연 서로 한 핏줄이 맞는지 조차 의심스러울 때도 있다.  




하지만 사람에게는 자신이 모르는 본인의 모습이 있다. 바로 어린 시절의 모습이다.


일반적으로 사람들은 3살 이전의 기억은 전혀 나지 않고, 4~7세 사이의 기억은 드문드문 기억을 한다고 하는데, 4~7세 사이의 기억의 경우 매우 단편적이고 드문드문 기억을 한다고 한다. 이를 유아기억상실증(Childhood amnesia, Infantile amnesia)이라고 부른다고 하는데, 아직까지 정확한 원인은 아직 밝혀지지 않았다고 한다.


바로 이와 같이 내가 기억해낼 수 없는 시절의 나의 모습을 가장 정확하게 기억하고 있는 사람이 바로 부모님이 아닐까 싶다. 그리고 이때의 나의 모습은 내가 아직 사회화되기 이전의 모습이기 때문에 아마도 감춰지지 않은 본연의 모습, 본능에 가장 충실한 모습일 것이다.


6살 때 유치원에 처음 가는 날이었는데 내 기억에는 없다.


아마도 이러한 나의 모습을 가장 가까이서 지켜봤기 때문에 부모님은 어쩌면 내가 아무리 감추려고 애를 써도 내 속을, 내 생각을 알고 있을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든다. 그리고 한편으로는 부모님이 이 세상을 떠나는 것은 내가 기억하지 못하는 나의 어린 시절의 기억을 간직하고 있는 유일한 사람이 사라지는 것, 내 기억의 일부가 영원히 사라지는 것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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