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처럼 생겼네.”
그건 누구의 응답도 바라지 않는 혼잣말이었다. 그런데 예상치 않게 뒤에서 대답이 들려왔다.
“그러네요.”
옆에 앉아있던 여자였다.
밖에는 비가 세차게 오고 있었고 빗방울은 조그만 몸으로 작은 집들을 모질게 괴롭히고 있었다. 그 모습이 어째서인지 꼭 쿠키처럼만 보여 뱉은 말이었다. 여자는 창을 내다보고 있었다.
얼마나 오랜 시간 창밖을 보고 있었는지 모르지만. 산에서 강으로 논에서 공장으로 집에서 강으로 그리고 다시 집으로 이어지는 이 지루하고도 긴 장면을 혼자서만 보고 있었던 것이 아니었다는 생각이 들자, 순간 일기장을 쓰고 있다 들킨 듯한 부끄러움이 들었다. 여자의 예상치 못한 응답을 아마 예의상의 대답이었으리라 결론짓고 나는 다시 나에게로 돌아와 앞으로 처리해야 할 일들을 생각했다.
“저런 집에 살았던 사람들이 있었어요.”
이번에도 옆에 앉아있던 여자의 목소리였다.
“아 그래요?”
나는 방금 한 대답이 적절한 반응이었는지 알 수 없었다. 그녀가 이 대화의 새끼를 이어나갈 줄은 몰랐기에 무심결에 튀어나온 반사적인 말이었으니까, 아니 사실 알고 있었다고 해도 뭐라고 말해야 할지 모르는 것은 마찬가지였을 것이다. 여자의 말은 내게 건네온 것이 아니라 창에 비치는 그 여자 자신에게, 어쩌면 창 너머로 보이는 풍경에 건네는 것처럼 들렸기 때문이다. 다만 여자와 풍경 사이에 내가 있었을 뿐이다.
그 위치가 내게 주는 대답의 의무가 꽤나 불편하게 느껴졌다. 나는 가방에서 노트를 꺼내었다. 이 행위가 일종의 여자와 나 사이의 단단한 벽을 만들어 주지 않을까 하는 의도에서였다. 무언가를 열중하고 있는 낯선 사람을 방해하는 일은 좀처럼 없는 일이니.
더욱이 나에게는 실제로 해야 할 일이 있었다. 꽤 중요한 일. 이번 프로젝트는 유명 가구 회사가 중저가 태블릿 PC 회사를 인수하면서 새 태블릿 PC 모델의 디자인을 의뢰하는 요청이었다. 하지만 검토해본 결과 태블릿 회사의 인지도가 떨어지고 있는 추세였고, 이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단순히 새 제품의 출시가 아닌 전면적인 브랜드 이미지의 갱신이 필요했다.
검토 결과를 듣고 가구 회사는 브랜드 디자인과 새 제품 디자인 모두를 스튜디오에 맡겼다. 못 해내면, 망하는 건이었고, 잘 해내면, 스튜디오 포트폴리오에 대문처럼 걸어둘 만한 건이었다.
마감 날짜가 다가올수록 나는 더 예민해지고 있었다. 스튜디오 팀원들의 위치는 모두 동등했지만, 스튜디오 운영 부분 전체를 책임지고 있는 사람은 암묵적으로 나였다. 내가 이들을 주도적으로 모아 스튜디오를 열었고, 사무실 임대료도 못 내면, 도로에서라도 다시 스튜디오를 세울 만큼 애정이 있는 사람도 나였기 때문이다. 정신에 피로가 치태처럼 끼여도, 닦아낼 시간도, 닦아낼 힘도 없었다.
그리고 이틀 전, 사무실에 출근한 동료가 바닥에 머리를 박고 숨져있는 나를 발견했다. 다행히 완전히 숨지지는 않았었고, 깨어나긴 했는데 머리엔 구름이 차 있었다.
스튜디오 사람들은 좀 쉬다 나오라고 했다. 스스로 느끼기에도 휴식이 필요했다. 동료들은 내게 3일의 짧은 휴가를 주었고 나는 바로 다원으로 가는 기차를 예매했다. 다원은 유년의 기억이 못 박혀있는 곳이었다. 딱히 고향이 편한 것은 아니었지만 확실히 서울보다는 쉬기 좋았다. 적어도 거리에 많은 차와 사람들이 없는 것만으로도 한숨을 돌릴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러나 여자는 이런 나의 피로감을 알 리 없었다.
여자의 혼잣말이 다시 던져졌다.
“초라한 사람들이죠. 다들 하나같이.”
이쯤 되자 여자의 혼잣말이 불편해졌다. 이 여자 없이도 내겐 고민거리가 충분했다. 그런 생각이 들자 불현듯 이 여자에 대한 분노가 술기운처럼 몸을 천천히 달구기 시작했다.
“그림을 그리시나 봐요?”
그녀는 노트 속 스케치를 보고 물었다.
“비슷한 거죠. 건물을 구상하고 있어요.”
대답하기 귀찮아서 나온 거짓말이었다.
“건물이요?”
“네 건축 일을 하고 있어서요. 집에 관심이 많으신가 봐요?”
“네 그냥 조금이요. 어렸을 때 건축가를 동경했었어요. 그래서 기차를 타고 지나가면 맘에 드는 건물이 있나하고 쳐다보는 습관이 있어요.”
퍽 감상적인 습관이었다.
“지은 건물 중에 마음에 드는 건물 있으세요?”
여자가 아이에게 묻듯 말했다.
“있어요. 도서관이에요. 개인이 의뢰해서 지은 도서관인데 산 중턱에 세웠어요. 그 덕에 건물이 눈을 얻었죠. 책을 보다가 창을 보면 숲이 보여요. 마치 책의 어릴 적 모습인 나무와 나무였던 책이 마주할 수 있는 거죠. 짓고 나서 저도 그곳에서 책을 읽었는데 기분이 묘하더라고요. 숲속에서 책을 읽는 것 같아서 좋은 곳이에요.”
“혹시 정현 도서관 아닌가요?”
“맞아요. 아시네요.”
이 정도 되니 거짓말엔 끝이 없었다. 정현 도서관은 고향에 있던 사립도서관으로 대기업 임원이 은퇴 후 세운 사립도서관이었다. 물론 나는 그 도서관과 전혀 관련이 없었다.
단지 고향 어디에 새로 지어졌다는 사실을 들은 적이 있어, 나온 말이었다. 여자가 정확하게 도서관의 이름을 맞출 것이라고 예측하지 못했으나, 오히려 그 건물을 알고 있어서 더 속인다는 기분이 확실해져 좋았다.
“집이 그 근처거든요. 그 건물 지으신 분 옆에 앉다니 운이 좋네요.”
“그 정도까지는. 혹시 무슨 일을 하시나요?”
“저는 박물관에서 일하고 있어요.”
“박물관이요. 멋지네요.”
“전혀 아니에요. 매일 물건들 분류하고 기록하고 완전 지쳐요. 여기 일을 하다 보면 그런 생각이 들어요. 지구에 있는 사람들은 지나칠 정도로 너무 많은 것을 남기고 있다고 말이에요.
매일 같이 박물관에서 쏟아지는 서류만 해도 그래요. 엄청나거든요. 정리하고 정리해도 또 정리해야 해요. 어쩔 땐 세상에 남겨지는 게 너무 많다고 느끼기도 해요. 박물관에서 일하는 사람치고는 불량하죠?”
“아니요. 저도 건축하는 게 싫을 때가 있으니까요.”
“하긴 자기가 만든 건물이 지구 어느 한 곳에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는 건 조금 무섭기도 하겠어요.”
“그것 때문에 신경이 쓰이죠. 땅 위에 또 하나 오점을 남기는 것인지 아닌지.”
“정현 도서관은 오점이 아니니 걱정 마세요.”
여자는 어른 말이라면 무조건 믿어버리는 아이처럼 말했다. 그 모습을 보자 괜히 순진한 사람을 가지고 장난치고 있는 것은 아닌지 하는 죄책감이 들었다. 하지만 이미 장난은 선을 넘었고 나는 안전띠를 풀었다.
우리는 건물 이야기에서 좋아하는 음식, 최근에 본 영화 이야기로 주제를 바꾸었고 거짓말을 들키지 않기 위해 조심히 진실들을 옮겨두어야 했다. 다행히 다원에 가는 이유를 물어보기 전에 역에 도착했고, 여자는 헤어지기 전 명함을 주고 대합실로 나갔다.
명함엔 이민이라는 이름이 적혀져 있었고 직업은 건축가였다.
2.
구글링을 해보니, 이민은 정현 도서관의 설계자였다. 그 사실은 오히려 나를 무덤덤하게 만들었다. 거짓 없이 순수한 거짓말을 교환했다. 그건 정당한 거래였다.
일어나보니 부모님은 밖에 나가고 없었다. 대충 아침을 먹고 여자가 지은 도서관에 가보기로 했다. 도서관은 도시의 외곽에 있어 버스를 타고 한 시간을 나가야 했다. 버스에서 내리니 산 중턱에 야구 글러브 속에 잡힌 공처럼 하얀 건물이 숲에 포개져 있었다. 가까이 가보니 개인 도서관이라 그런지 생각보다 크지 않았다. 나는 주변을 돌며 내가 했던 거짓말과 실제 건물을 비교해보았다. 여자는 어떻게 창밖으로 물길을 둘러 정원을 만들 생각을 했냐고 말했었지만 그런 건 없었다. 그물을 쳤던 것이다.
안으로 들어가니 한두 명의 사람이 책을 읽고 있었다. 도서관엔 두 명의 사서 말고 다른 직원은 없어 보였다. 그 둘 한 명은 뿔테를 낀 여자였고 다른 한 명은 바다색 셔츠를 입은 남자였다. 둘은 지루한 표정으로 데스크에 앉아 있었다. 그들을 지나서 서가 끝으로 가보니 한 벽면이 모두 창으로 이루어져 있었고 그 너머에는 숲길이 이어지고 있었다.
천장이 높은 탓에 눈 가득히 숲이 채웠고 나는 산책을 하듯이 창을 따라 걸었다. 숲의 위쪽에는 검은 지붕의 집이 있었다. 책자에 안내된 것처럼 도서관 주인 부부의 집일 것이다. 집을 보며 어제 기차에서 지나쳤던 작고 초라한 집을 떠올렸다. 여자는 이런 집을 좋아한다고 했었다. 기차에서 했던 실없는 말들을 되돌리며 창을 보고 있었을 때 건물 밖 모퉁이에서 여자가 걸어 나왔다.
이민이었다. 내게 거짓말의 혐의가 걸려있다는 사실도 잊은 채 나는 창을 따라 걷는 여자의 모습을 지켜보았다. 여자는 도서관 안을 쳐다보지 않고 그대로 반대편 끝으로 사라졌다. 시선을 피해 서둘러 도서관을 나와 버스를 기다렸다.
외진 곳이라 그런지 버스는 한참이 되어서야 왔다. 아직 오후가 가지 않았고 나는 시장기라도 달래러 시내로 갔다. 한 번도 주의를 기울인 적이 없었기에 무엇이 바뀌었는지는 정확히 알 수 없었지만, 거리는 달라져 있었다. 뜸하게 찾는 고향이지만 갈수록 다른 모습을 하니 왠지 섭섭한 기분이 드는 건 사실이었다. 길을 걸으며 마땅한 음식점을 찾아 길을 걷고 있는데 손에 소금 팩을 들고 전도를 하는 무리가 보였다. 귀찮은 족속들이었다. 고개를 마주치면 말을 붙일까 봐 아래를 보고 걷는데 누군가 내 이름을 불렀다.
“안비, 안비 맞지?”
내 이름은 안비가 맞았지만 내 이름을 부른 전도자의 정체는 알 수 없었다. 무시하고 지나가고 싶었지만 벌써 전도자는 팔을 잡고 천연덕스럽게 이게 얼마만이냐는 둥, 진짜 오랜만이다라는 둥의 너스레를 떨었다. 나는 어쩔 수 없이 아는 척을 했다.
“야 신기하다 아까 전에 민이 봤었는데 그다음엔 어떻게 니가 지나가냐?”
“민이?”
“민이 기억 안 나?”
나는 무심코 기억이 난다고 했다. 그것은 순전히 도서관에서 보았던 그 여자 때문이었다.
“건축하는?”
“야 너는 알고 있었구나. 요즘도 민이랑 연락하나 봐.”
뜻밖에 반응이었다.
“아니, 그냥 어디서 들었어”
“하긴 너네 둘이 맨날 싸우고 그랬잖아. 아니 솔직히 말하자면 민이가 너 질투한 거지만.”
“민이가 왜.”
“니가 더 잘 그려서. 그래놓고 미술 시간에 그림 그리면 너 민이 그림 무시했잖아. 배운 그림이니 뭐니 하면서 말이야. 지금 생각해보면 웃겨 중학생이 배운 그림이니 뭐니 말하는 게 안 오글거리냐. 근데 진짜 이상한 건 딱 봐도 민이가 잘 그렸는데 왜 민이는 니가 더 잘 그린다고 생각했지?”
“모르지.”
“근데 너 진짜 기억 안 나?”
“기억나는 것 같기도 하고.”
“졸업하기 전에 평강교회로 이어지는 학교 담장 아래에 낙서했던 것도 기억 안 나?”
“평강교회면 중앙중 아냐?”
“당연한 거 아냐. 넌 니가 나온 학교도 까먹냐.”
둘 다 틀렸다. 나는 양하중을 다녔고, 성은 김 씨였다. 감이 좋은 전도자였을 뿐이었다.
올라가기 전에 민이랑 셋이서 한번 보자고 약속하고 전도자와 헤어진 나는 분식집으로 들어갔다. 비빔밤으로 요기를 하고 나온 나는 옛날에 그림을 그리러 자주 찾곤 했던 도립 공원을 가보기로 했다.
도립 공원은 가운데 호수를 중심으로 울창한 숲이 뻗어있는 큰 규모의 공원이었다. 쌀쌀한 날씨에도 사람들은 꽤 나와 있었다. 중심을 향해 걷다 보니 곧 호수가 나왔다. 난간 옆으로 오리 두 마리가 헤엄치고 있었다. 둘은 일정한 간격을 유지한 채 앞으로 나아갔다. 문득 물에 비친 모습을 보니 낯선 사람이 보였다. 언제보아도, 어색한 얼굴이었다.
돌을 주워다 얼굴을 향해 던지고 호수의 왼쪽을 돌아 길이 없는 우거진 수풀 사이로 걸어갔다. 키가 큰 나무들이 줄지어 늘어섰고 길이 험한 탓인지 아무도 발을 들이지 않는 곳 같아보였다. 부딪치는 가지들을 밀어내고 반대편으로 나와 보니 잡초가 무성한 평평한 땅이 나왔다. 중앙에는 봉긋 솟은 무덤이 있었다.
공원에 이런 곳이 있었다는 것도 몰랐지만 공원 구석에 무덤이 있다는 것이 있으리라고는 전혀 상상하지 못했었다. 언뜻 보면 작은 동산처럼 보이는 무덤에는 묘비도 없는 것처럼 보였다. 땅 속에 누워있을 누군가를 떠올리며 나는 손으로 무덤 위의 풀을 더듬었다. 그때 어린 여자 목소리가 뒤통수를 때렸다.
“주인 없는 무덤이에요.”
뒤를 돌아보니 겨자색 코트의 소녀가 서있었다. 갑자기 튀어나온 소녀의 말에 계면쩍어진 나는 뭐라 대답도 하지 못하고 아이를 쳐다보았다. 아이는 나를 한심하다는 듯이 바라보고는 그곳에 내가 없다는 듯이 무시하고 무덤 위로 올라갔다. 이곳은 아이의 구역인 것 같았다. 무덤 위로 올라간 소녀는 무덤 위로 발을 마구 굴렀다.
“이래도 되는 거니?”
“뭐 어때요. 이미 죽은 사람인데.”
소녀는 무덤 위에 그대로 앉아 가방에서 책을 꺼내 읽었다. 갑자기 불청객이 된 나는 앉아야 할 자리를 찾지 못하고 서성이다 소녀가 보이지 않는 쪽 아래에 앉았다. 나는 연습장을 꺼내 제품 스케치를 했다. 오후의 끝자락이었고 우린 말이 없었다. 공원은 조용했고 나, 소녀 그리고 무덤은 해가 질 때까지 각자 할 일을 했다. 날이 어두워지자. 소녀는 책을 집어넣고 일어섰다. 소녀는 인사도 없이 무덤을 떠났다. 소녀가 떠나고 나도 스케치북을 챙겨서 공원을 나왔다.
3.
그날 밤 나는 책장 구석에서 중학교 졸업 앨범을 꺼내 보았다. 양하중이라는 학교 이름이 선명하게 적혀 있었다. 앨범을 펼치자 박제처럼 굳은 아이들이 나왔다. 아이들은 처음 얼굴 근육을 사용하는 사람들이 애써 지어보인 것 같은 웃음을 달고 있었고 눈은 초점이 나가 있었다. 혹시나 싶어 이민이라는 이름을 가진 여자애를 찾아보았지만 역시 없었다. 도로 앨범을 집어넣고 책장을 더 뒤적여보니 어렸을 때 썼던 연습장들이 눈에 들어왔다. 한 뭉치를 꺼내 바닥에 내려놓고 살펴보았다.
병과 필통을 그린 것도 있었고 중, 고등학교 때 도립 공원에서 그렸던 스케치들도 있었다. 한 장씩 넘기다 보니 어렸을 땐 쓸데없는 것을 참 많이도 그렸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던 중 한 페이지에서 눈에 익은 건물 그림이 보였다. 언제 그렸는지 정확히 기억도 안 나는 그림이었지만 보면 볼수록 낯익은 기분이 들었다.
한참을 쳐다보고 나서 난 익숙함의 정체를 알 수 있었다. 그건 정현 도서관이었다. 서툰 스케치였지만 확실했다. 그 사실을 깨닫자 왠지 내가 그린 그림이 아닌 것 같았다. 양옆에 있는 스케치와 비교해보니 더욱 그랬다. 내 그림체가 아니었다. 나는 그렇게 못 그리지 않았다. 정현 도서관 스케치 밑에다 나는 이민의 이름으로 사인을 넣었다.
하루를 더 쉬고 나는 돌아가는 기차를 기다리고 있었다. 열차가 도착하기까지는 이십 분이 남아 있었다. 열차 도착 시간이 가까워져 오자 점점 많은 사람들이 계단으로 올라왔다. 그리고 그 무리 속에 이민이 있었다. 기차를 타고 함께 내려왔을 때의 모습 그대로였다. 이민이 고개를 들어 나를 보았고, 나는 살짝 웃어주었다. 눈을 마주친 여자는 아무것도 못 보았다는 듯이 고개를 돌려 승차장으로 걸어갔다.
역시 아무 일도 아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