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08.21

by 설다람


1.

초등학교 5학년 모모를 읽고 있었을 때 텔레비전에서 누군가가 이런 말을 했다. 모모는 두 권의 책으로 이루어져 있는데 하나는 어렸을 때만 읽을 수 있고 다른 하나는 어른이 되었을 때만 읽을 수 있다고. 그 말을 들은 나는 그 말의 뜻을 그냥 단순히 모모 속에 있는 대비되는 아이와 어른의 모습을 보고 말하는 거구나 하고 진부한 서평이라 흘려들었다.

하지만 대학생이 되어서 다시 읽은 모모는 어렸을 때, 내가 읽었던 책이 아니었다. 좋아서 공책에 옮겨 적기까지 했던 부분이 어느 부분이었는지조차 찾을 수도 없었다. 그때야 그 사람이 말했던 상투적이면서 뻔한 말을 이해할 수 있었다. 두 권의 모모를 모두 읽었을 때 나는 비로소 모모를 완전히 읽게 된 것이다.

친구들과 자전거 여행을 하면서 오르막이 있으면 내리막이 있다는 문장의 의미를 깨달았던 것처럼 상투적이고 보편적인 문장들은 실제로 그 문장의 순간 속으로 들어가서야 그 의미를 알 수 있다. 너무도 당연한 것이 왜 너무나 당연한 것인지를 확인하지 않고서는 이해할 수 없다.

책장을 덮고 나서, 책 속에 담겨 있는 사람들과 사건들이 달그락거리는 것이 느껴졌다. 닫힌 기대와 열린 실망들이기도 했을 것이다.

모모에서 지구에 살던 사람들이 물건을 조금씩 달로 옮기다 끝에는 완전히 지구와 달이 뒤바뀌는 이야기가 나온다.-내 기억이 맞다면- 어쩌면 지나가는 시간을 따라 우리는 조금씩 우리를 다른 곳으로 옮기는 작업을 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예전에는 달처럼 보았던 곳을 지구처럼 여기며 살아가고 지구처럼 여겼던 곳을 달처럼 보면서. 그것은 아이에서 어른으로, 삶에서 죽음으로 옮겨가는 모습이기도 할 것이다.

탁한 다짐들은 나름의 각오가 있다. 그건 하얀 고백들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아직은 여름이라 다행이다. 여름도 나름의 각오가 있으니.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2021.08.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