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 10. 03.

by 설다람


재즈 팬들은 대개 꼰대이고 속이 배배 꼬인 고약한 성격의 사람들이라고 생각한다. 편견이 아니다. 재즈를 좋아하는 사람 치고, 관대한 사람을 본 적이 드물다. 그런 사람이 있다고 해도, 겉치레로 관대한 척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무라카미 하루키는 유명한 재즈 팬이고, 직접 재즈 클럽을 운영한 경력까지 있다. 작품에서 재즈가 등장하고, 재즈의 초상이라는 책도 썼다.

재즈의 초상에 소개된 재즈 꾼들은 나 같은 사람도 아는 유명한 사람들도 있지만, 나는 잘 모르지만, 사실은 모두가 아는 유명한 Bix Beiderbecke 같은 사람도 있다. 들어보니, 진한 1920년대 사운드였다. 좋은 음악일 것이다. 나에게는 몹시 견디기 힘든 음악이었지만.

하루키는 이들을 극찬했다. 여기까지는 이해되었다. 나도 종종 민요를 듣곤 하니까.

그런데 하루키의 꼰대 마인드가 드러나는 부분은 ‘키스 자렛’이 재즈를 하는 건지 잘 모르겠다고 비아냥거리는 부분이다.

그 문장을 읽는 순간 ‘이거 장난치나’했다. 장난이 아니었다. 하루키는 키스 자렛이 재즈를 연주하고 있지 않다고 생각했다. 좋게 말한 게 그 정도이니, 속으로는 ‘키스 자렛은 재즈라곤 1도 이해하지 못하는 인간’이라고 생각하고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키스 자렛은 어떨까.

키스 자렛은 첫 내한 이후 8개월 만에 두 번째로 한국을 찾았다. 열정적인 한국 팬들에 감동했기 때문이라고 한다. 믿을 순 없지만, 정말로 키스 자렛은 2011 6월 2일에 솔로 내한 공연을 하러 왔다. 키스 자렛은 재즈 천연기념물이기에 한국은 진귀한 광경을 볼 수 있는 기회에 들떠있었다.

그런 존재가 오는데, 인터뷰를 하지 않으면, 한국 재즈존심이 구겨지니 전화로라도 인터뷰를 진행했다.

인터뷰에서 기자가 ‘최근 젊은 피아니스트들이 라디오헤드나, 너바나를 재즈로 연주하는 것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느냐’라고 질문하자, 키스 자렛은 이렇게 대답했다.


‘달갑지 않고, 관심도 없다.’

그리고 덧붙였다.

‘스윙을 포함해 전통적인 리듬에서도 연주가 지루하다고 느낀 적이 없다.’


내겐 두 대답은 이렇게 들렸다.

스윙 스탠다즈도 제대로 연주 못하는 녀석들이, 어디 가서 기웃기웃거리지 말고, 기본이나 연습해라.


이쪽 역시 만만치 않았다.


그렇다면 라디오헤드를 연주한 브래드 멜다우는 어떨까.

처음 브래드 멜다우가 재즈 시장에 등장했을 때, 대중과 평론가들이 후기 빌 에반스가 돌아왔다며, 서정적인 재즈 혈통으로 멜다우를 소개했었다. 이에 대한 브래드 멜다우의 반응은


‘전 몽크 좋아해요.’



이런 사람들은 되지 말아야겠다고 다짐했다.



재즈는 민주적인 음악이다. 듣는 사람과 연주하는 사람이 사상적으로 불온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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