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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담 잘하는 사람이고 싶지만, 워낙 재미없는 사람이라 번번이 실패한다. 유머 감각이라는 건 타고나는 모양이다.
유머에도 스타일이 있다. 그중에서 마크 트웨인 식을 좋아하는 편이다. 마크 트웨인 식 유머는 대개 이런 식이다.
격식 있는 정찬에 연사로 초청받아 축사를 한다.
“저를 소개한 회장님은 참으로 인자하신 분이십니다. 저라면 앞줄에 앉은 사람들이 지루한 축사를 늘어놓기 전에 모두 총으로 쐈을 테니까요.”
물론 마크 트웨인이 이유도 없이 저런 태도를 보이는 것은 아니다. 자존심을 건드렸을 때, 더 날카롭게 유머의 이빨을 드러낸다. 보통 때는 ‘유골을 파내서 정강이뼈로 두개골을 때려주고 싶다.’ 정도로 끝낸다.
이쪽이 더 심한가?
갈비뼈로 두개골을 때리든, 두개골로 골반을 때리든, 사망할 정도로 꼬인 마음인 건 매한가지다. 출발점부터 뒤틀려야 제대로 웃긴 멘트가 나온다.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다. 소양의 차원이 다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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앗! 시리즈 식 유머도 좋아한다. 특히 닉 아놀드가 집필한 편을 좋아한다. 토니 드 솔스의 그림과 함께라면 킥킥거림은 두 배가 된다. 책을 쓸 때, 효과적인 지식 전달 따위보다는 유머 레이아웃을 짜는데, 더 공들였을 것이다. 읽으면 읽을수록, 추측은 기정사실화된다. 책에서 과학은 단지 거들 뿐이다.
예를 들면, ‘안타깝게도 파일럿은 9.8㎨의 가속도가 붙어, 땅에 곤두박질쳤지만, 그 덕에 과학자들은 반쯤 살아있는 육체를 연구할 기회를 얻었다. 와우!’ 이 책에서 등장하는 사람들은 매 페이지마다 생명의 위협을 받는다. 도전적인 학생도 늘 등장하는 단골이다.
신기한 건, ‘물리가 물렁물렁’, ‘식물이 시끌시끌’. ‘벌레가 벌렁벌렁’과 같은 정신에 못 박는 것처럼 기막힌 제목은 한국 출판사 편집자의 작품이라는 점이다. 원서는 ‘Fatal Forces’, ‘Vicious Veg’처럼 앞글자만 맞추거나, ‘Ugly Bugs’와 같이 따분하기 그지없는 제목이 달려있다. 원어민들은 재밌다고 생각할지 몰라도, ‘물리가 물렁물렁’을 이기긴 어려워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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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더스 다이제스트 식 유머도 빼놓을 수 없다. 낡고 고리타분한 맛이 있는 유머다.
보통 ‘이제 막 아이를 낳은 남자가 친구에게 “글쎄, 애가 나를 쏙 빼닮았어!”라고 하자 친구는 “실망하지 말게, 차차 나아질 테니.”라고 위로했다.’라는 식으로 전개된다. 일상이 배경이고, 비참해지지 않을 만큼 빗나간다.
아버지는 리더스 다이제스트 애독자신데, 유머 감각은 신통치 못하시다. 내가 웃기지 않은 건, 아무래도 유전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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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머의 길을 멀고 험난하다.
고급 버전인 유우머와 유모아의 길은 더욱 험난할 것이다.
앞으로도 재미없는 사람으로 남겨질 예정이다.
사망할 정도로 웃긴 유언장을 쓰지 못한다면,
사망할 정도로 심심한 사람이란 걸 증명하게 되겠다.
그게 꼭 내 잘못만은 아니지 않은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