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사무실 책상 배치를 바꾸는 작업이 있어, 휴일에 회사를 나왔다. 간단히 말하자면 세로로 맞붙어있던 책상 세 쌍을 따로 떨어뜨려 가로로 옮기는 일이었다. 직접 가구를 이동시키는 작업은 전문가분들이 오셔서 진행했다. 앞으로도 늘 그 자리에 있어야 것 같은 책상들이 해체되어 움직이는 것을 보니, 묘한 기분이 들었다. 딱딱하게 굳은 고정관념을 해체하는 느낌이었다. 고정되어 있던 사무실 이미지는 이제 현실에서 사라지고, 다른 형식으로 재조립되었다. 좌우의 옆 팀들의 자리는 변경되지 않았기에, 더욱 낯설게 여겨졌다. 한 번에 모든 것이 바뀌면 새로운 것이지만, 부분적인 변화는 퍼즐 조각을 제 위치가 아닌 다른 위치에 끼우는 것과 비슷했다. 원래 단추 하나가 떨어졌을 때, 더 신경 쓰이는 법이다.
통신 연결 작업까지 마무리하니, 오후 3시였다. 새로운 자리로 짐을 옮기는 건, 이제 시작이었다. 이동을 위해 짐을 이삿짐 박스에 넣을 때, 꽤 많이 버렸는데도, 여전히 많았다. 변명의 여지 없는 최대주의자였다. 최소주의자가 되려고 늘 노력하지만, 어느새 이상한 배지, 캐릭터 상품 고급 과자 상자, 패션 잡지 따위가 쌓여있다. 짐 정리를 하다가 일부 페이지만 뜯어서 보관해 둔 책을 발견했다. 한 페이지에는 저자가 작업한 디자인 결과물이 있었고 반대편 페이지에는 그에 대한 설명이 있었다. 꽤 재미있어 원본 책을 그대로 둘 걸하고 후회했다. 막상 있으면, 다시 찢어서 보관하는 것이 좋겠다고 판단할지도 모르겠지만. 변덕은 쉽게 다루기 어려운 성향이다. 어쩌면 꽤 재미있는 것도 무심하게 버릴 수 있는 태도가 최소주의자의 방식일 수도 있을 것이다. 최소주의자들은 꽤 재미있는 것이 아니라, 재미와 무관하게 공간을 차지할 만한 기능을 지니고 있는가가 판단의 기준이 될 것이다. 딱딱한 자세지만 효과는 있다. 실천이 어려울 뿐.
장기 여행일수록 짐을 가볍게 챙기라고들 한다.
틀린 말이 아니라서, 지키기 힘들다.
이건 여행이 아니라 사무실에 서식하는 것이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