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전휘목 Jan 18. 2024

아침은 아침, 옷은 또

 수요일 새벽 6시이면 분리수거 차량이 쓰레기를 옮겨 담는 소리에 깨어난다. 육중하면서도 가는 쇳소리는 새가 지저귀는 것처럼 들린다. 아직 잠이 덜 깼다는 신호이다. 지각하지 않기 위해 알람을 6시에 맞춰두어, 원래 일어나야 할 시각이지만, 수거 차량 소리로 깨어날 때는 어딘가 손해 본 기분이다. 알람도 분명 인위적인 외부 자극인데, 자신이 설정했느냐, 그렇지 않으냐가 억울함에 영향을 미치는 모양이다. 죽을 맛이지만 일어나서, 손목 재활 운동을 한다. 회사에 가면 하루종일 자판을 치고, 마우스를 사용하니, 예방 차원에서 매일하고 있다. 어느 정도 효과는 있는 것 같다. 심할 때는 집에 돌아오자마자 뜨거운 물에 손을 집어넣고 찜질해야 하지만, 지금은 그렇게까지 심하지 않아 다행이다. 

 출근 준비 시간을 최대한 짧게 하려고, 교복처럼 회사 가는 옷을 정해두고 입는다. 사람들은 매일 같은 옷을 입고 온다고 생각할 것이다. 그러나 내 옷장에는 비슷한 하늘색 셔츠가 세 벌, 브랜드가 다른 검은 슬랙스가 다섯 벌 있다. 항상 같은 옷은 아닌 것이다. 입을 옷을 고르는 시간만큼 아까운 게 없다. 옷을 잘 입는 건 중요하다. 스스로의 만족을 위해, 타인에게 잘 보이기 위해, 갖춰 입는 행위는 유익하다. 실제적인 정신적 보상으로 돌아온다. 다만 그런 만족감을 출근복을 통해서 얻으려고 노력하는 건, 소모적인 일이다. 

  예전에 학교 다닐 때, 광장 시장에서 원단을 따로 사 공임을 주고 검은 저고리를 만들어 입고 다닌 적이 있다. 이번 논문 졸업 심사에서 교수님 한 분이, '너 한복 입고 다니지 않았었니?'하고 복장을 기억해 주셨다. 그밖에 다른 것은 기억하시지 못하는 듯했다. 검은 저고리는 잘 지은 옷이다. 그런 옷으로 기억되고 있다는 사실이 조금 기뻤다. 지금은 모두에게 흐릿한 존재로 남고 싶다. 지우다만 잉크 자국처럼, 형체는 없지만 사라지지 않는, 그런 사람으로 타인의 기억 한 자리를 차지하고 싶다. 확실한 영토를 원하는 것이다. 


여간 고약한 성격이 아니다.



매거진의 이전글 다른 위치, 같은 자리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