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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전휘목 Feb 09. 2024

누가 산 또띠아

 집에서 피자를 만들어 보겠다고, 또띠아와 로제 파스타 소스, 모짜렐라, 양파를 사서, 일주일째 브리또스러운 이상한 식사를 매일 하고 있다. 제때 먹지 못하면, 식재료를 모두 버려버리고 말 거라는 불길한 예감에 처리하고 있는 것이다. 심지어 우유와 요거트도 남아 있다. 이래저래 부지런히 먹어야 하는 상황이다. '1인분으로 사면 되지'라고 할 수 있지만, 그러기엔 가격 차가 너무 심하다. 단위별 가격도 표시되니, 절대로 눈뜨고 코베일 수는 없다는 각오로 상품을 재어보다, 결국 이렇게 대용량을 구매해 버리고 만다. 욕심을 부린 것도 아닌데, 욕심을 부린 꼴이 된 것이다.

 혼자서 식탁에 앉아 합리적인 소비의 대가를 치르고 있으면, 적막한 기분이 살갗을 어루만지고 지나간다. 식사 행위는 인간이 동물이라는 사실을 상기시켜 준다. 생존이라는 테마는 식단을 통해서도 변주된다. 사실 모든 행위 자체가 생존의 프랙탈이다. 머릿속에 굴러다니던, 파라솔, 냉장고, 자동차 따위가 납작해져간다. 이유는 알 수 없지만, 입체라는 기억이 옅어지고 있다.

  평면의 세계에서도 또띠아는 원형을 유지하겠지.  

  그곳에서도 나름의 풍미를 잃지 않기를,

  치즈를 묻혀 먹는, 두툼한 종이 같은. 그 식상함이 살아 있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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