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은 어느 순간에나 최단 경로로 움직이지만, 인간은 최단 경로가 무엇인지조차 알지 못한다. 계피차를 마시면 사리분별을 더 잘하는데, 그것도 믿을 만한 이야기 아닌 듯하다. 오늘 계피차를 10잔이나 마셨는데도, 지금이 몇 시인지 시계를 보지 않으면, 알 수가 없다. 재밌는 건, 사실 시계를 보지 않으면, 시간을 알 수 없다. 종종 중요한 일을 할 때, 우연히라도 시계를 보지 않으려고 노력한다. 시간을 확인하고 나면, 그 시간에 맞는 행동을 취하려고 하기 때문이다. 내 경우에는 식사 시간, 수면 시간이 가장 중요하다.(대부분의 사람들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사회적인 시간을 덧붙이면, 기상 시간, 귀가 시간도 같은 부류에 해당다.
연휴가 그 규칙을 느슨하게 만들었다고 해도, 결국은 다시 지켜야 하는 룰들이다. 개인적으로는 이러한 시스템을 신뢰한다. 개인에게 시간 통제권을 맡겼을 때, 일어날 수 있는 많은 불상사들을, 시스템이 예방해 준다. 정해진 시간에 일어나, 출근을 하고, 정해진 시간에 식사를 하고, 정해진 시간에 퇴근해 정해진 시간에 잠들면, 인간은 과학이 보장해 준 기대 여명에 가깝게 살다가 생을 마칠 수 있다. 자동차와 충돌하는 일만 없다면, 인간은 그런대로 오래 살 수 있는 것이다.
나를 탓하기보다는 남을 탓하는 삶의 태도를 지향하고 있다. 내재된 성격이 그러니, 딱히 노력해서 지향할 필요는 없다. 개별적인 인간 개체를 특정해 비난하는 것이 아니라, 시스템을 믿고, 또 불신하고, 감사해하고, 저주하는 이유도, 다 주변 사람들을 내 삐딱한 성격으로부터 안전하게 보호해 주기 위해서이다. 주변 사람들은 아직까지 이 의도를 알아채지 못한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