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전휘목 May 15. 2024

논리 같은 게 있을 리가

  3주 전 온라인으로 주문한 책의 모서리가 찌그러져 있는 걸 오늘에야 보게 되었다. 펼쳐보지도 않은 책이니, 내 잘못은 아닌 게 분명하다. 처음부터 확인하고 교환 요청했어야 했는데, 지금은 이미 늦었다. 시간이 지날수록 책임 소재는 흐려진다. 하자를 제때 발견하지 못하면, 꼼짝없이 의심당한다. 그러니 뭐든 그때 그때 해야 하는 것이다. 도착한 책들이 많았고, 이 찌그러진 책은 가장 밑에 있었다는 건, 변명거리조차 되지 못한다. 억울한 누명을 쓰는 건 어쩔 수 없지만, 응당 받아야 할 '온전한 물건'을 받지 못했다는 사실은  '왜 이 모양 이 꼴인 걸까' 하는 생각을 포크처럼 들고 뒤통수를 깐족이며 찌른다. 여간 성가신 게 아니다.

   간질거리는 후회를 밟아 문지르기 위해 바바라 민토의 '논리의 기술'을 읽었다. 논리적인 사람이 아니라 쉽게 수긍하기 어려웠다. 일정 부분은 '꽤 그렇군'이었고, 일정 부분은 '이건 아닌 것 같은데'이었다. 합리적인 경영 판단에 일말의 관심도 없어서 그런지 따분하게 반복되는 것처럼 느껴지기도 했다. 논리의 기술을 주제로 한 책이라면 조금 더 효율적이고 명확하게 내용을 전달할 수 있지 않았을까. 도표와 보조 자료가 많지만 이해에 돕는 데 큰 도움은 되지 않았다.

    역시 '모험도감'이나, '물리가 물렁물렁', '조선 기담' 쪽이 입맛에 맞는다. 그나저나 토가시 요시히로는 언제 헌터×헌터 연재를 끝낼 생각일까. 

    토가시 요시히로는 모든 작품의 스토리의 시계열을 동시에 구상해 진행한다고 한다. 책 속에 등장하는 모든 인물이 등장하기 전부터 곤의 시간과 동일한 시간을 따라 각자의 삶을 살고 있다가, 곤과 접촉하면서 비로 작품 내에 '등장'하는 것이다. 

    바바라 민토와 토가시 요시히로가 만나서, 논리에 대해 이야기하는 만담 프로그램이 있으면 볼만할 텐데. 

    그럼 이제 결론을 내리겠다. 비가 오는 날에 찌그러진 책 모서리를 발견하는 건 제법 씁쓸한 일이다. 현미과자는 건강식이 아니라 과자다.


아 참. 혹시 모르는 사람들이 있을까봐 알려드린다. 헌터×헌터의 결말 중 하나는 이미 작가가 공개해서 궁금하신 분들을 찾아 볼 수 있다. 여러 결말 후보군이 있지만, 만약 자신이 죽는다면 이것을 정식 결말로 생각해달라고 했으니, 토가시 요시히로도 헌터×헌터에 목숨을 걸고 있는 게 아닐까.

매거진의 이전글 남 탓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