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영화를 많이 보진 않았지만, 내가 본 일본 영화에는 아침 식사 장면이 빠짐없이 나왔다. 아침도 힘겹고(아마도 모두), 식사도 힘겨우니(아마도 나만), 아침 식사는 몹시 힘든 일이 분명한데도, 명랑한 목소리로 '잘 먹겠습니다!'라고 다들 쾌활하게 외친다. 다른 외국 영화에서 아침 식사 장면이 나와도 '잘 먹겠습니다'를 외치지 않으니, '뭔가 저렇게 허약하게 아침을 시작해도 되는 걸까'하는 불안함마저 느껴질 때도 있다. 상차림도, 스크램블 에그나, 햄치즈, 시리얼로 가벼워, 더 걱정이 된다. 빈약한 아침 식사는 스릴러의 시작 장면으로 적합할 듯하다. 내가 본 일본 영화 중에는 스릴러라고 할 수 있는 게 없어서, 일본식 아침 식사는 밝고 힘찬, 때론 요란한 기운이 가득하다는 편견이 생긴 것인지도 모른다.
음식엔 취향이 없는 사람이지만, 굳이 입맛을 따지자면 담백한 류를 좋아한다. 공교롭게도 일본 음식들은 담백한 것들이 많다. 자루 소바가 대표적이다. 자루 소바는 면을 쯔유에 스스로 찍어 먹을 수 있다는 점에서, 식사자(이상한 표현이다.)의 자율성을 존중한다. 다른 면 음식보다 겸손한 느낌이다. 가끔 면만 먹을 때도 있는데, 그것도 나쁘지 않다. 순수한 메밀맛을 먹고 싶으면, 면만 먹는 게 나은 선택이다. 소스 같은 거야 어차피 부차적인 것들이다. 덮밥들도 마찬가지이다. 덮밥을 절대로 비벼먹지 않는데, 그 이유는 혀에 남은 맛을 지우기 위해 흰밥을 남겨두기 위해서이다. 사람들은 윗부분만 자르듯이 먹는 모습을 보고, 그럴 거면 덮밥은 왜 시키는 거야라고 생각할 것이다. 덮밥 윗부분과 밥을 나눠져 있는 메뉴가 있다면, 당연히 그 메뉴를 선택할 것이다. 하지만 현실엔 그런 선택지가 없다. 한때는 식당에 들어가서, '이건 이렇게 해주시고, 저건 저렇게 해주세요. 그리고 그건 그렇게 해주세요.'하고 유난을 부렸다. 꽤 오랫동안 유난을 부린 음식점에서는 주문하기도 전에 00시키실 거죠. 하고 그냥 그 메뉴를 준비하고 내주셨다. 얼마나 성가셨을까. 까다로운 사람으로는 기억되고 싶지 않다. 그러나 이미 그런 사람이 되어버렸다.
타인에게 의도치 않는 모습의 사람으로 남겨지게 될 때면 더부룩한 느낌이 속에서 가시지 않는다. 오해를 풀기란 어렵다. 언제쯤에나 깔끔한 아침 식사 같은 사람이 될 수 있을지. 기운찬 아침 식사 인사 외침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