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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아노트 #11 7화

by 설다람

공연을 끝내고, 인사하려고 봤을 때, 건방진 카푸스틴은 이미 가고 없었다. 원래 알고 지내던 사이도 아니고, 앞으로 알고 지낼 필요가 있는 사이도 아니었다.


반가웠지만, 그게 전부였다.


카운터 테이블로 가, 쌍화탕 칵테일을 마셨다. 새치머리 여자가 옆자리로 와 말을 걸었다. 혜소를 아는 눈치였다. 정확히는 혜소의 음악을. 트리오는 다시 할 생각 없느냐고 물었고, 없다고 했다.


여자는 스탠다즈보다 오리지널이 좋았다고 했다. 그게 칭찬인지 아닌지는 알 수 없었다.


시큰둥한 반응에 실망했는지, 새치 머리 여자는 금방 자리를 떴다.


얼음을 깨부수다가 잔을 모두 비우고, 바를 나왔다. 검은 하늘은 희미한 구름으로 덧칠되어 있었다.


휴대폰을 외투 주머니 속에서 신경질적으로 만지작거렸다. 목소리가 듣고 싶었다. 푸르고 흰색의 띠 같은.


지금은 어디에도 없는, 소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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