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르브 연락 없다.-알고보니, 생각보다는 덜 필사적이었

구르브 연락 없다.-알고보니, 생각보다는 덜 필사적이었던- 브런치는 긴

by 설다람

브런치는 긴 제목을 싫어한다. 그런 브런치를 나는 싫어한다.

이하 본문


첫 문장


0.01 (hora local) Aterrizaje efectuado sin dificultad. Propulsión convencional (ampliada). Velocidad de aterrizaje: 6.30 de la escala convencional (restringida). Velocidad en el momento del amaraje: 4 de la escala Bajo-U1 o 9 de la escala Molina-Calvo. Cubicaje: AZ-0.3.


AI 번역


0.01 (현지 시간) 착륙이 어려움 없이 이루어졌습니다. 기존 추진력(확장됨). 착륙 속도: 기존 척도(제한됨)의 6.30. 해상 착륙/도킹 순간의 속도: 저-U1 척도의 4 또는 몰리나-칼보 척도의 9. 입방 용적: AZ-0.3.


너무, 자주, 반복해서, 지겹도록 써서, 닳디 닳고, 남루하기까지 한 대사지만, 한 번 더 하겠다.


부수입을 벌기 위해, 이것저것 하고 있다. 배민 라이더나 쿠팡맨을 뛰지 않아서, 닥치는 대로 하고 있다 라고 하기엔 부족하긴 하다. 그러나 최종적인 목표가 자동화 수익인 이상, 육체적 노동에 기대고 있는 업에 시간을 투자하는 것은 옳은 투자가 아니라고 판단했다.

구체적으로 지금 하고 있는 것들을 나열해 보면 아래와 같다.

1. 티스토리 수익형 블로그-오로지 수익

2. 투비컨티뉴드-연재 플랫폼(조회수 당 수익 발생)-작품 판매

3. 인스타그램-그림 브랜딩

4. 브런치-글 브랜딩

막상 적고 보니, 뭐가 없긴 없군.


하지만 뭐가 없긴 없는 것에도 들어가는 공수가 상당하다. 티스토리는 다른 것들과 다르게 정말 처음부터 끝까지가 노골적으로 돈을 벌기 위해 만든 조합물이라, 여러모로 텁텁한 느낌이 가시지 않는다. 브런치와 투비컨티뉴드의 조회수가 0에 가까운 건, 뭐 내가 쓴 글이라는 게 그럼 그렇지. 애초에 누가 보라고 쓴 글도 아니잖아. 하고 위안 삼을 수 있다. 글 쓰는 걸 지독히도 싫어하지만, 가끔은 글을 써서 생각과 감상을 남기는 행위는 제법 쓸모 있구나 느낄 때가 있다.

반면에 수익을 위한 포스팅은, 생각도 없고, 감상도 없다. AI가 등장한 이후 구글 SEO 최적화 조건인 E-A-T(expertise, authoritativeness, and trust)에 E가 하나 더 붙었다. 기존에 있던 셋을 앞지르고 가장 앞에 붙은 E는 experience이다. 'AI는 경험이 담긴 글을 쓸 수 없다.'라고 구글은 믿는 모양이다.

공교롭게도 블레이드 러너에서 복제인간을 인간답게 만들기 위해 기억을 넣는다는 설정이 나온다. 어쩌면 AI가 '채팅 히스토리'가 아니라 '기억'을 가지게 되면, AI는 더욱 인격체에 가까워질 것이다. 이제 조만간 기억 전쟁에서 사투를 벌이는 것은 인간만이 아니게 될지도 모른다. 모든 것을 정확하게 기억할 수 있다고, 기억의 맥락이 변형되지 않는 것은 아니다. 인격체에 가까워질수록 AI는 스스로 더욱 혼란을 겪을 것이고, 인간의 기준에서, 인간과 비슷한 수준의 자아를 획득하게 되는 순간 로봇의 기억에도 거짓 장면들이 삽입되어 있을 것이다. 기술적으로 전혀 말이 안 되는 예측일 수도 있다. 하지만 데이터가 일으키는 노이즈가 인간의 기억을 흐리게 만드는 현상과 유사한 형태로 발전할 것이라는 믿음은 내 입맛에 맞는 가설이다.

어릴 때나 지금이나, 정보를 편취하는 습관은 여전하다. 기술재해물에 깊게 오염된 사고로 그린 미래에선, 인간의 영역 대부분이 기계 존재로 대체되고 있다. 나의 미천하고, 미약하고, 가녀린 수익형 블로그는 다른 유수한 블로그, 그리고 AI와 싸우고 있다.

승산은 없어 보인다. 아니, 없다.

그렇다고, 안 할 수는 없으니까.

어떻게든 꾸역꾸역해야만 한다.


지금 이 글은 꾸역꾸역함을 조금이라도 뒤집고자 쓰고 있다.


하,


숨 좀 쉬자. 숨 좀 쉬자.

AI의 부러운 점 하나는 숨을 쉬지 않아도 된다는 것이다.

언젠가는 AI가 호흡하는 날이 올 수도 있다.

AI는 인간을 닮기 위해, 인간으로서 존재하기 위해 필요한 불편한 것들을 얼마나 더 배워갈까.

그때가 되면, 왜 약하디 약한 말단 사회 말단 근로자가 어떻게든 자동화 수익을 벌려고, 블로그 운영에 목매고 있는지, 조금은 이해할 수 있겠지.


'구르브 연락 없다'는 단순히 내가 '그루브' 동아리원이라서 집어든 책이었다.

스토리를 언급하는 것만으로 스포가 되니, 관심 있는 사람은 첫 페이지 정도는 펼쳐도 좋다.


책을 던질 만큼 웃긴 책은 몇 되지 않는다.


나는 수차례 책을 주우러 가야 했다.


생각의 길이가 짧아졌다.


어느 녀석이 테이프를 자르고 있는지.



끝 문장


02.00 Sin noticias de Gurb.

구르브 연락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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