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괴롭히는 일들에 대하여.
징징 거리며
다섯 시 십오 분이면 나를 깨우는 알람 소리와 마주하는 일.
(덕분에 오늘도 새벽 기상에 성공을 한다.)
키보드 앞에 앉아 떠오르지 않는 글감을
영혼까지 끌어올려 찾는 일.
(덕분에 매일 글을 쓴다.)
키보드 앞에서 필 받아서 말 달리며 글을 쓰는데,
갑자기 들이닥치는 화장실 신호.
(덕분에 해뜨기 전에 쾌변 한다.)
새벽에 글을 쓰고 있는데,
아이가 예고도 없이 일어나
“엄마, 같이 자요~.” 하며 팔을 끌어당기는 일.
(덕분에 삼십 분 더 잔다. 고맙다 아들.)
오늘 아침엔 뭐 먹일까,
저녁엔 뭐 먹일까,
반복적으로 끼니를 걱정하는 일.
(덕분에 아이들은 토실토실 살이 오른다.)
새벽에 일어났을 때
여전히 어지럽혀진 상태로 있는 거실을 바라보는 일.
(덕분에 출근 전 부지런히 움직여 정리한다.)
출근 전 거울 앞에 서서
오늘은 뭘 입지 고민하는 일.
(덕분에 25년 전쯤, 외출 전 옷을 고르며 히스테릭해지던 엄마를 이해하게 된다.)
아침에 엘리베이터를 탔는데
음식물 쓰레기 냄새가 격하게 나를 환영하는 일.
(덕분에 이웃사촌들의 반찬 동향을 살필 수 있다.)
추운 겨울 급하게 출근을 하는데
차키를 신발장 앞에 고스란히 두고 오는 일.
(덕분에 만보계 숫자는 부지런히 늘어난다.)
사무실이 추워 난방을 있는 힘껏 빵빵하게 올렸는데,
가뭄에 논밭 갈라지듯
얼굴이 쩍쩍 갈라지는 느낌이 나는 일.
(덕분에 정부지침의 실내 적정 온도를 떠올린다.)
사무실에서 점심을 먹으러 나갈 때
서로 메뉴 선택권을 넘기고 싶어 하는 일.
(덕분에 눈치게임 스킬이 늘어만 간다.)
오래간만에 맛있는 감자를 볶아 두거나
감자전을 만들어 두었는데,
저녁상을 차리기도 전에 아이들이 와서 다 집어 먹는 일.
(덕분에 나는 점점 더 손이 큰 엄마가 되어 간다.)
새콤달콤한 귤의 껍질을 정성스럽게 벗겼는데,
곧바로 손에서 흘러내려 바닥에 떨어지는 일.
(덕분에 귤은 항상 접시를 받치고 우아하게 먹는다.)
열심히 휴대폰을 붙잡고 글을 썼는데,
손가락 하나를 잘못 놀려 글이 삭제되는 일.
(덕분에 글을 쓸 때는 수시로 저장하는 습관이 생겼다.)
그리고,
무엇보다 나를 괴롭히는 건,
대부분의 일을 잘 해내고 싶고
모두에게 좋은 사람이고 싶은 옹색한 내 마음.
(덕분에 내가 매일 한 뼘씩이라도 좋은 사람이 되어가고 있는 건 아닐까?)
나를 괴롭히는 것들 덕분에
사실은 얻는 것들이 더 많다는 사실을
오늘 글을 쓰며 마주한다.
오늘만큼은 나를 괴롭히는 일들을
너그러이 받아낼 수 있는 하루가 되기를!
*사진출처: pinteres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