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의 치킨 만들기

by 다니엘라



아이들이 자라며
치킨 맛을 알기 시작하고,
주기적으로 치킨을 찾기 시작한다.
여러모로 적신호다.


자꾸만 치킨을 시켜달라 하니
나의 지갑에 적신호가 울리고,
자꾸만 치킨을 먹으니
아이들에게 불필요한 살이 붙을까 걱정이고
자꾸만 치킨을 맛보니
엄마 손맛보다는
세상의 맛에 익숙해질까 봐 염려가 된다.


그래서 어제 오후,
오래간만에 앞치마를 둘렀다.


늘 아침부터 오후까지 저녁 메뉴를 고민하지만,
앞치마를 두를 정도의 요리는 해내는 법이 없기에
어제는 제대로 앞치마를 둘. 렀. 다!


오래전 치킨을 튀겼던 기억과
블로그 검색의 도움을 받아
‘집에서 만드는 간장치킨’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우유와 소금, 후추, 그리고 전분가루와
닭윗날개, 아랫 날개 (봉과 윙)를 준비했다.
거기에 해바라기유를 대기시켜두었고,
간장, 설탕, 올리고당까지 나란히 줄을 세웠다.


나는 요리 블로거의 소질은
아기 코딱지만큼도 없기에
과정 샷을 찍는 것에는 무지무지 약하다.
그래서
이번에도 결국, 요리 완성 후에나 사진을 한 장 남겼다.


자, 다시 요리 이야기로 돌아와서,
닭은 깨끗하고 꼼꼼하게 씻어주고,
우유에 2-30분 담가 둔다.
(우유에 닭을 담가 두고
둘째 꼬마와 책을 읽으며 뒹굴거렸다.)


우유에서 닭을 구출하고,
정수기 물로 샤워를 시킨 후,
엄마의 감에 따라
적정량의 소금, 후추 콤보로 밑간을 한다.
그렇게 또 2-30분을 둔다.
여기에 마늘도 넣으면 맛있다는 걸
요리가 끝나고서야 기억해 냈다.
(닭의 두 번째 휴식시간에는 큰아이 숙제를 시켰다. 잔소리 소금을 팍팍 쳐 가며 능구랭이 같은 아들을 각 잡고 앉게 만들었다.)


한참을 쉬고 있던 닭을 구출하고,
감자전분을 넣은 비닐에 닭은 넣는다.
전분이 골고루 묻어나도록
비닐 주둥이를 꽉 막고는 흔들어 준다.


인덕션에 뚜껑이 있는 대형 팬을
뚜껑 없이 올리고
기름을 자작하게 붓는다.
인덕션은 튀김 모드 180도로 예열을 시작한다.


잠시 후 예열이 끝나면,
팬 위에 뽀얗게 전분 옷을 입은 윙과 봉을
가지런히 올려준다.
그리고 튀김온도를 170도로 내린 후 뚜껑을 덮는다.
(어제 첫 튀김 때 온도를 180도로 했더니 닭이 좀 탔다.)


튀김 소리가 약하게 들리기 시작하면 뚜껑을 열어본다.
(시간상 그리 길지 않다. 윙&봉은 금방 익혀진다.)
그리고 윙&봉이 골고루 익도록 반대방향으로 뒤집어준다.
튀겨낸 윙&봉은 잠시 기름을 빼고,
간장 2, 설탕 1.5, 꿀 또는 올리고당 2-3(당도는 취향으로 조절 가능)을 중불에 끓여 바글바글 거품을 격렬하게 내기 시작하면 튀겨놓은 닭을 넣어 버무려 준다.
닭을 버무릴 때는 인덕션을 약불로 내리는 것이 좋다.
닭 버무리기에서는 스피드가 가장 중요하다!


이제 막 요리를 시작한 것 같은데,
벌써 ‘집에서 만든 간장치킨’이 완성되었다!!
집치킨을 만들어보면-
생각보다 간단하고,
생각보다 시간이 많이 걸리지 않으며,
생각보다 맛있어서
최소 세 번은 놀라고 만다. ㅎㅎ


자, 그럼 우리 집 치킨을 소개합니다!!!!


왼쪽은 치킨, 오른쪽은 떡튀김.
우리 식구들은 떡볶이 떡을 너무너무 좋아하기 때문에 어디든 떡이 한자리를 차지하곤 한다.
치킨은 조금 탔고, 떡은 조오금 딱딱했지만
두 꼬마가 손가락을 쪽쪽 빨며 먹어줬으니
그걸로 이번 요리는 성공이다. ^^


아이들이 치킨을 찾을 때마다 시켜줄 수도 없고,
조금이라도 건강한 맛으로 먹이고 싶은 엄마 마음에
닭을 좀 튀겨 보았다.


잘 먹어 주는 꼬마들에게 고마웠고,
야근하느라 사진으로만 본 남편에겐 좀 미안하고,
간만에 요리를 했더니 피곤해진 나는
지난밤, 일찌감치 잠이 들었다.


이상!
다니엘라의 사진 없는,
중간 샷 없는,
계량컵 없는 요리 포스팅이었습니다. ^^



*제목 표지 사진 출처: Pintere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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