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쩐지 넉넉한 12월이다.
나에게만 넉넉한 12월이 아닌,
아이들에게도 넉넉한 시즌이 시작된 모양이다.
첫째 아이의 생일이 있는 달이고,
크리스마스가 있는 달이고,
(아마도?) 겨울방학이 있는 달인 데다,
한 해를 마무리한다고 생각하니
어쩐지 12월 내내 휴가 같은 기분이 든다.
큰아이는 생일 선물과 산타할아버지를 생각하며
수시로 들뜨고,
작은 아이는
알고 그러는지 모르고 그러는지 모르겠지만
산타 할아버지 이야기만 하면 입이 헤벌쭉 벌어진다.
아이들의 마음밭이 넉넉해져 있다.
특히 첫째 아이가
긍정의 마음을 내비치는 일이
부쩍 많아졌다.
꼭 선물 때문만은 아니겠지만,
요즘 컨디션이 좋다.
그런 큰 아이 덕분에
우리 집 두 남자아이들이
눈에 띄게 호의적인 관계를 보여준다.
동생은 언제나 형을 좋아하고
형이 하는 일이라면 쫓아서 하곤 했지만,
형 쪽은 그렇지 않았다.
동생을 좋아는 하지만,
형을 자꾸 따라 하는 것도 싫고
어디든 졸졸 따라다니는 것도 못마땅하다.
게다가 뭘 했길래
엄마 아빠의 귀여움은 독차지하는지...
이쁜 구석이 보일 리가 없다.
그러다 보니 동생은 형을 따르지만,
형은 동생이 늘 좋지많은 않다.
그래서
“내 거야~ 만지지 마!
내가 하는 거야~ 따라 하지 마!”
하는 멘트가 쏟아져 나오고 다툼이 잦곤 하다.
그럴 때면 주로 이치에 따라 야단을 치지만,
가끔은 무조건 형의 손을 들어주기도 한다.
아이들 케어의 주된 정신노동은
두 아이의 갈등을 해소하는 일들이었다.
그런데 최근 작은 변화가 일고 있다.
두 아이가 잘 지내기 시작했다.
아침에 일어나면 서로 마주 보며 웃기도 하고,
형이 동생을 안고 이방 저 방을 다니기도 한다.
(안고 다닌다기보다는 질질 끌고 다닌다는 표현이 더 적절하다.^^;;;)
그리고 둘이서 놀잇감 방에 들어가
마치 여자 아이들이 인형놀이를 하듯
피규어 장난감을 가지고 한참을 놀기도 한다.
그리고 얼마 전 집에서 가정예배를 드리는데,
큰아이에게
“하나님이 우리 가정에 하신 아름다운 일이 뭐지?”
하고 물었더니
“요한이가 귀여운 거요.”
하며 대답을 한다.
정답이 없는 질문이었지만,
아이가 정답보다 더 정답 같은 대답을 해주어
아이를 꼭 껴안아 주었다.
여전히 다툼이 있고,
니꺼! 내꺼! 하는 갈등도 불쑥불쑥 일어나지만,
확실히 이전보다는 횟수가 줄어들었다.
지난밤 잠자리에 누워
왜 그럴까 곰곰이 생각해 보았다.
여러 가지 생각이 들었지만,
그중에서 몇 가지 꼭지를 추려낼 수 있었다.
하나는,
둘째의 개월 수가 채워져 가며
두 형제 사이 놀이 수준의 간극이 좁아진 것이다.
쉽게 말해 형 입장에서
동생이 데리고 놀기 좋아진 것이다.
게다가 말도 잘 통하게 되어
친구처럼 동생을 데리고 놀 수 있게 된 것이다.
그리고 또 다른 하나는,
형아의 마음밭이 촉촉하고 널찍해져 있어서이다.
큰아이를 많이 안아주고 다독여 줘서인지,
아이의 장황한 설명을 진지하게 들어준 날들이
쌓이고 쌓여서 그런지,
큰아이에게 여유가 생겼다.
아이에게 여유가 생겼다는 것은
아이의 작은 행동 하나하나에서 드러난다.
덜 토라지고,
심술을 내지 않으며,
동생을 바라보는 눈빛에 작은 사랑이 스며있다.
확실히 아이의 마음밭이 척박하고
여유가 없을 때는
동생을 대하는 마음에 날이 서 있었다.
작은 일에 마음을 다해 양보하지 않았고,
자신의 놀이 영역 밖으로 동생을 밀어내려고 했다.
그러나 아이 마음에 ‘여유’라는 양지가 들어서고 나니
아이의 행동이 변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아이들의 관계가 부드러워지기 시작했다.
자녀 양육의 황금열쇠는 멀지 않은 곳에 있었다.
아이들의 마음을 읽고,
그 마음밭이 척박해지지 않도록
잘 살피고 관리해 주는 일이 그것이었다.
사실은 황금열쇠를 찾았음에도
자녀양육은 늘 마음처럼 되지 않을 것을 안다.
그렇지만 이 아이들을 돌보며 또 한 번
작고 쓸만한 보석을 찾아낸 것을 감사하며
오늘 하루도
사랑을 충분히 채워주는 엄마가 되기로 한다.
*대표 사진: Hideaki Hamada 사진 -출처. Pinteres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