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 밤, 밤.
지나온 날들 동안
밤을 떠올리면 늘 평안함을 느끼곤 했었다.
그랬던 밤이!
어느 때부턴가-
큼직한 숙제의 시간이 되었다.
나에게도 원고 마감일이라는 게 있다면
아마도 매일 밤을 마주할 때의 기분과
비슷할 것 같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두 아이를 목표한 시간에 넉 다운시키기 위해
온갖 묘수를 부린다.
원고 마감은
그나마 내 머리만 쥐어뜯으며 시간을 지켜내면 되지만,
육아 마감은
엄마 아빠의 노력과,
아이들의 순종 지수,
그리고 아이들의 컨디션까지 삼박자가 딱딱 맞아야 한다.
8시 밤이면 온 집안을 어둠으로 덮어
아홉 시 넉다운을 목표로 하던 것을,
큰아이의 취학과 함께
아홉 시 반 넉다운으로 시간을 늦추었다.
시간이 점차 지나
아이들의 쿵작이 잘 맞기 시작하며
아홉 시 반 넉다운도 빠듯해지기 시작했다.
재우려는 엄마의 마음과
조금만 더 책을 읽고 싶고,
조금만 더 퀴즈를 내고 싶고,
조금만 더 퍼즐 맞추기를 하고 싶은
아이들의 마음이
철커덩 거리며 마찰을 일으킨다.
마찰의 종지부는 주로 내쪽에서 찍는다.
“지금부터 떠들면 거실에 나가서 깜깜이랑 둘이서 자야 한다~!” 던가
“이제 말하는 사람은 내일 아침에 씨리얼 2등으로 말아줄 거야!” 하는 둥의 기발한 협박들이 밤마다 판을 친다.
아이들의 고른 숨소리를 듣고 나서야
심신의 안정을 되찾는다.
조금 전까지만 해도 꽥 소리를 지르며 재운 아이들인데,
눈을 감고 고요히 잠든 모습을 보니
‘세상에 내가 이 예쁜 아이들에게 대체 뭐 때문에 괴성을 지른 거야....’ 하며 후회 코스를 밟는다.
잠든 아이들을 보며
우리 부부에게 아이가 둘이나 있다니...
우릴 닮은 아이들이라니...
그리고 첫째는 벌써 초등학생이라니...
이렇게 애교 많은 아이가 있다니...
하며 수도 없는 감사함으로 감격을 한다.
정말로 안타깝게도
주로 아이가 눈을 감은 밤에
아이들에 대한 감격을 누리곤 한다.
아 무 래 도 안 되 겠 다!!!
그래서 어제저녁엔
아이들과 함께 하는 시간에
오롯이 감격을 느끼기로 마음을 먹었다.
그리고 아이들이 잠들면 같이 잠들기 위해 눈을 뜨고 있는 시간에 최선을 다했다.
육아 마감의 시간이 왔고,
깜깜한 방에 네 식구가 다시 누웠다.
(동절기에는 가장 따뜻한 안방으로 다시 4단 합체다.)
그리고 조금 여유 있게 꿈나라 진입로를 밟았다.
가족 수대로 돌아가며 노래 퀴즈를 냈다.
한 사람이
“나나나나 나나~~~”
하고 노래를 부르면,
누군가가 그 곡의 제목을 맞추는 퀴즈다.
그리고 다음은 우리 첫째가 가장 좋아하는
돌고 돌고 또 돌아 ‘맨날 같은 문제’ 퀴즈 시간이 돌아왔다.
한두 문제는 모른 척 틀려주고, 두세 문제는 힘겨운 척 정답을 맞힌다.
그렇게 아이들의 살아있음을 느끼며
함께 감격의 시간을 보냈다.
여전히 눈을 감고 잠든 모습이 더 감격스럽고
더 예쁘지만,
어제의 시도에는 분명 아이들과의 교감이 느껴졌다.
나 홀로, 혹은 남편과 둘만의 감격이 아니라
온 식구가 누리는 감사였고, 행복이었다.
(물론 퀴즈가 너무 안 끝나서 결국엔 목소리로 제압을 하긴 했지만 말이다.ㅎㅎㅎㅎㅎ “저만 그런 거 아니잖여유~”)
지난밤을 경험하며,
그리고 아이들이 커감을 아쉬워하며-
이제는
조금만 더 여유를 갖고
아이들 곁에 누워
매일 밤 작은 감격을 사냥하기로 했다.
——————————————————-
그리고 우리 아이가 좋아하는 수수께끼 문제
다섯 가지를 공개합니다! ^^
맞춰보세요~!! 젊음이 찾아옵니다 ㅋㅋㅋ
1. 호주의 돈은?
2. 사람들이 가장 싫어하는 색은?
3. 낮에는 올라가고 밤에는 내려오는 것은?
4. 세종대왕이 만든 우유는?
5. 말은 말인데 타지 못하는 말은?
정답)
1. 호주머니
2. 질색
3. 이불
4.아야어여오요우유
5. 양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