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는 오래간만에 사무실에 혼자 남아
나 홀로 점심을 즐겼다.
이번 주간은 바쁜 주간이라 간단히 빨리 먹고 오고 싶은 마음이 있었는데, 오히려 잘 되었다.
직장 근처에 좋아하는 꼬마 김밥집이 있다.
나긋나긋한 꼬마김밥집 사장님은 김밥의 속을 빵빵하게 채워서 돌돌 말아주신다.
그런데, 이 꼬마김밥은 절대 옆구리가 터지는 법이 없다. 오밀조밀 꽉꽉 채워진 김밥이 참 맛있다.
게다가 불고기 김밥은 불고기 소보루를 만들어서 넣으시기 때문에 다른 집 보다 훨씬 더 고소하다.
혼자 있을 때
한 손엔 책을 들고 한 손엔 젓가락을 들 생각으로
좋아하는 꼬마김밥집으로 향했다.
계란 송송, 파송송 라면 한 그릇과
꼬마김밥 1인분을 주문한다.
이렇게 시키면 늘 남겨서 싸 가야 하는데도,
합을 맞춰 먹어야 하기에 또다시 똑같이 주문을 한다.
주문을 하고 기다리는데
주방에서부터 꼬마 아이의 목소리가 들려온다.
지난번에도 본 적이 있는 사장님의 딸 아이다.
다섯 살쯤 되어 보이는데 주방과 홀을 왔다 갔다 하며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책을 펼치고 읽는데, 자꾸만 아이의 말소리와 아이의 움직임에 눈이 간다.
홀 구석에는 크고 작은 아이의 장난감이 자리를 잡고 있었다. 아이는 1인용 바(bar) 자리에 앉아 종이접기를 하고 그림을 그려가며 엄마를 향해 조잘조잘 떠들어댔다.
“엄마 이거 편지 보내고 싶어. 부산 이모한테 보낼래. 우체국은 언제 가요? 지금은 왜 우체국에 못가? 지금 걸어서 우체국에 가면 좋겠는데....”
아이의 엄마는 부지런히 김밥을 말면서도 짜증 한번 내지 않고 아이의 말 한마디 한마디에 대꾸를 한다.
홀을 왔다 갔다 하던 아이가 한참 동안이나 잠잠하다.
뭘 하나 봤더니 아까 그 자리에 앉아 색칠공부를 시작했다.
작은 꼬마의 등을 보며 짠- 한 마음이 올라왔다.
정확한 이유까지는 모르겠지만,
짠한 마음이 들었다.
어린이집이나 유치원에 가 있어야 할 시간인데,
무슨 사연이 있어 엄마 일터에 따라 나온 것일까?
혼자서 몇 시간을 서성거리며 노는 게 얼마나 지루할까?
가게 앞은 곧바로 차도라서 위험하니 밖으로 나가지도 못할 텐데, 어쩌나...
그러고 보니 엄마도 짠하고...
식당에 앉아 괜한 남의 아이 걱정만 한참을 하다가 나왔다.
사실 그 아이는 엄마와 같은 공간에 있는 것만으로도 행복 그 자체일 텐데, 내가 괜한 걱정을 한 것일지도 모르겠다.
아이를 낳고 나서 세상 모든 아이들이 짠해지기 시작했다.
길가에서 엄마에게 야단을 맞고 울고 있는 꼬마만 봐도 마음이 찌릿찌릿하고, 유모차에 실려 그칠 줄 모르고 우는 아기 울음소리만 들려도 내가 달려가서 안아주고 싶을 지경이다.
인터넷 기사에서 어린이집 아동 학대 라던가, 아이들이 피해를 보는 사건 사고를 접하게 되면 남의 이야기가 아닌 것 같아 기사를 들여다볼 용기조차 나지 않는다.
그저 말로만 전해 들어도 마음에 깊은 생채기가 난다.
어째서일까.
아이를 낳은 이후로 마음결이 더 여려진 건지,
공감력이 극대화된 건지,
그것도 아니라면 오지랖이 넓어진 건지...
자꾸만 어려움에 빠진 아이들을 보면 마음이 짠해온다.
분명 엄마가 되면
세상에 무서울 것이 없고 씩씩해진다고 들은 것 같은데,
난 반대로 눈물도 더 많아지고 무서운 것도 더 많아진 느낌이다.
아직 진짜 엄마가 되려면 한참이나 부족한 걸까?
여전히 겁쟁이 쫄보에
작은 일에도 마음 아파 눈물바람을 하는 날이 태평양 바다의 모래알만큼이나 많다.
오늘 아침에도 아랫집 아주머니를 승강기에서 만나
덥석 손을 부여잡았다.
어제까지만 해도, 우리 아이들이 그렇게 많이 뛴 것 같진 않은데.. 아랫집 처자가 좀 예민한 것 같은데.. 하는 생각을 온종일 했으면서, 아랫집 아주머니를 뵈니 덜컥 미안한 마음이 앞섰다.
참 여리고, 요령도 없는 나지만..
다시 한번 죄송한 마음을 내비쳤다.
“조심하고 지내고 있어요. 따님이 또다시 펜을 들게 해 드려 죄송하네요. 따님이 마음 얼마나 쓰였겠어요. 저희가 방법을 찾아보고 있습니다..”
하며 마음을 전했다.
이야길 하다 보니 눈물도 고이고.... 휴우.
오늘도,
오히려 아랫집 아주머니가 더 먼저 고개를 숙이신다.
“아이한테 그러지 말라 했는데, 에휴- 지 딴에는 힘들었다고 하네요. 또 편지를 보내서 미안하네요.”
요즘, 이래 저래 짠한 일도 많고,
마음이 지글거리는 날도 참 많아 걱정이다.
언제쯤이나 마음 단단한 진짜 엄마, 진짜 여자가 될는지.
그림 출처. Pinterest(https://pin.it/Ez9ZGd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