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 동이 트기 전,
주방 식탁에 앉아 키보드를 펼쳐 글을 써볼까 하는데
침실에서 작은 꼬마의 목소리가 들려온다.
“엄마, 엄마아~ 야광 어디쪄요?”
지난밤 깜깜한 방에 누워
두 형제가 한참을 바라보다 잠이 든 야광봉이다.
야광봉만 찾아주고 방에서 나올까 하다가
야광봉을 흔들며 방글거리는 얼굴을 보니
아침부터 또 너무 귀여워서 발이 안 떨어진다.
글은 좀 미뤄놓고,
아이 옆에 누워 시간을 보낸다.
야광봉을 흔들고
엄마 배 위에 벌러덩 누웠다가,
엄마를 꼭 끌어안았다가,
이불을 돌돌 말았다가
온갖 산만한 행동을 골라가며 한다.
꼬마가 일찍 일어나니-
새벽 시간이 날아가서 아깝다는 생각이 들 뻔하다가
‘지금 아니면 언제 누릴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자 마음이 편안해진다.
지금은 매일 바라볼 수 있고,
매일 누릴 수 있는 것들이
아이들이 조금만 더 자라면
영영 누릴 수 없는 것들이기에
갑자기 아이들과의 새벽이 소중해진다.
지금 이 순간에는 누릴 수 있지만,
조금만 지나도 그리워질 것들이
하나 둘 떠오르기 시작한다.
보송 거리는 아이들과 살을 맞대며 잠드는 저녁,
엄마 곁을 차지하기 위한 아이들의 투덕거림,
잠이 안 온다며 등을 쓸어달라는 아이들의 요청,
아직 군살이 잡히지 않은 작은 꼬마의 말랑거리는 발바닥,
보드라운 아이들의 볼,
낮잠 자는 작은 꼬마의 입에서 솔솔 나는 귀여운 냄새,
엄마, 아빠 볼에 충실히 ‘쪽쪽’ 거려주는 아이들의 뽀뽀,
옥수수알 같은 작은 아이의 발가락 열개,
두 손으로 감싸 안고도 남는 아이의 작고 예쁜 얼굴,
잠든 아이의 까맣고 긴 속눈썹,
너무 작아서 만지기도 조심스러운 아이의 몰랑거리는 손,
하루에도 수십 번씩 ‘엄마’를 부르는 아이의 앳된 목소리,
싸우다 말고 서로 잘못한 게 없다며
엄마의 판결을 기다리는 아이들의 신뢰 가득한 눈빛,
엄마를 해결사로 믿어주고
“엄마 도와주세요!”를 주저 없이 외치는 아이들의 순수함,
화난 엄마에게 ‘사랑해요’ 쪽지를 난데없이 내미는 작은 손,
엄마에게 틈만 나면 이것저것 설명해주는
큰아이의 귀여움,
종이접기 작품이 망가졌을 때
세상 떠나갈 듯 우는 아이의 모습,
식사 후 뽈록해지는 귀여운 아이들의 배,
붕붕거리며 방귀를 뀌면서도
부끄러워하지 않는 아이들의 순수함......
끝도 없는 이 귀여운 모습들을
몇 년만 지나도 다시는 누릴 수 없다는 생각을 하니
일분일초가 흐르는 것이 아까워지기 시작한다.
엄마! 엄마! 를 여러 번 부르는 아이가 귀찮아졌던
지난날을 반성하고,
너희 자꾸 ㅇㅇ하면 엄마가 같이 안 잔다~
하며 협박했던 날들을 또 반성하며,
지금 이 아이들의 모습 그대로를 온전히 사랑해주고
완벽하게 누리기로 다시 마음을 먹는다.
오늘은,
바라보고 있어도 벌써 그리워지는
작은 꼬마들의 귀여움이
혹여 달아날까 아쉬워하지 말고,
완전하게 그리고 온전하게 누리는 날이 되기를 소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