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이나 휴일이면 아이들과 영화를 한편 씩 보곤 한다.
항상 도라에몽이나 가벼운 애니메이션 위주의
영화들을 봐왔기에 이제는 수준을 조금 높여 주고 싶었다.
수준을 높여준다기보다는,
다양한 장르의 영화를 경험하게 해 주고 싶어서다.
지난밤엔,
동화책으로도 접한 적이 있었고
아이들이 좋아하는 괴물들이 등장을 하는
[괴물들이 사는 나라] 영화를 아이들에게 추천했다.
설득을 통해 아이들의 흥미를 끄는 데 성공했다.
정말로 괴물들이 나왔다.
거대한 괴물들이 쏟아져 나왔고,
꼬마 주인공인 맥스는 괴물들에게 잡아먹힐 위기에서
스스로를 왕이라고 하며 가까스로 위기에서 벗어난다.
무서운 영화는 아니었지만,
잠자리에 누우면 꼬꼬마들의 머릿속에서
무섭게 날뛸 가능성이 있는 장면들이었다.
영화를 다 보고
재미있는 동화책도 한 권 읽고 깜깜한 방에 누웠다.
피곤했던 둘째 아이가 먼저 잠들었다.
첫째 아이는 잠이 드는가 싶더니
이내 자세를 바꿔 눕고 뒤척이기 시작했다.
그러다 잠이 들겠거니 하고 깜빡깜빡 졸고 있었다.
그러나 아이는 쉽게 잠에 빠지지 못했다.
“엄마, 잠이 안 와요.”
이미 10시 30분을 넘긴 시간이었다.
“눈을 감고 가만히 있어봐. 아니면 숫자를 세는 것도 괜찮아. 그러면 금방 잠이 올 거야.”
다시 돌아누워 잠을 청했다.
아이는 한참을 숨죽여 있더니
“엄마 또 잠이 안 와요. 그리고 내일 학교에 갈 때 데려다주세요. 그리고 집에 올 때도 밑에서 기다려 주세요.”
영화의 잔상이 남아
아이의 마음속이 뒤흔들린 것이 분명했다.
“이삭아 무서워서 그래? 무서워서 잠이 안 와?”
“아니요. 안 무서워요. 그냥요....”
“그래, 얼른 자. 내일 학교 가야 하잖아. 눈 꼭 감고 자.
잠이 정 오지 않으면 방에 가서 잠이 올 때까지 책을 읽다가 와.”
그렇게 한참을 뒤척이던 아이는 잠이 들었다.
아니, 아마 잠이 들었던 것 같다.
지난밤
아이가 잠이 오지 않는다고 할 때,
엄마 된 내가 해 줄 수 있는 일이 무엇인지 알지 못했다.
어린 아기라면 안아서 재워주거나
업어서 재워주면 될 일이었다.
자장가를 불러주는 것도 아이의 잠을 도울 수 있었다.
그것도 안 되면
차를 태워서 동네를 몇 바퀴 돌아 잠들게 할 수 있었다.
하지만,
여덟 살 난 아이가 잠이 오지 않을 때는
엄마가 어떤 도움을 주어야 할지 알지 못했다.
잠에 취해 짜증 섞인 말투로 아이를 잠들게 했다.
초콜릿을 많이 먹어서 못 자는 건 아닌지,
괜한 영화를 봐서 잠이 들지 않는 건 아닌지...
그냥 원인이 되는 그 무언가가 못마땅했다.
아이가 잠들지 못해 도움을 청하는데,
뭘 해야 할지 모르겠는 마음도 답답했고,
반쯤 눈을 감고 있다 보니
몸은 피곤할 대로 피곤해져 있었다.
그리고 나의 어릴 적 우리 엄마라면
어떻게 했을까를 떠올렸다.
일단 차분하게 기도를 해주셨을 거고,
노래를 불러주시거나 엄마 냄새를 잔뜩 맡게 해 주시며
갈비뼈가 으스러지도록 안아주셨을 거다.
엄마는 늘 따뜻함의 상징이었으니까.
엄마를 떠올리며
이삭이에게 기도를 해 주었다.
다 괜찮으니
평안하게 잠들 수 있도록 도와달라는 기도를 했다.
그리고...
노래는 영 기분이 나지 않아서 생략했다.
난 아무래도 엄마만큼 따뜻한 사람은 아닌 모양이다.ㅠ
그리고 마지막으로 아이를 꼭 안아주었다.
그러다가 아이가 어릴 적 잠들 때면 해주었던
등 쓰다듬기를 해주었다.
그렇게 우리의 긴긴밤은 지나갔다.
아이는 평소만큼 잘 수는 없었지만
‘고맙게도’ 개운한 얼굴로 일어났다.
어릴 적 엄마는 늘 따뜻한 사람이었다.
분명 야단도 많이 치고 때론 엄마가 밉기도 했을 텐데
지금 나의 기억에 남은 모습들은
따뜻해서 늘 곁에 머무르고 싶었던 엄마의 모습뿐이다.
어제도 오늘도
더 따뜻하지 못해서 미안하고
서툴러서 미안한 엄마지만,
나의 어릴 적 엄마를 떠올리며 조금은 위로를 받는다.
날 때부터 엄마인 사람도 없고,
처음부터 완벽한 엄마도 없다.
그저 하루에 한 뼘씩이라도 나아지면 그걸로도 충분하다.
오늘도 딱 한 뼘만 나아지는 엄마가 되길 소망하며,
이 세상의 마음 여린 모든 엄마들을 응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