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층간소음 퍼즐매트 셀프시공을 하다. feat.내돈내산

by 다니엘라


지난 5월과 11월,
그리고 크리스마스 날 낮 3시 층간소음 항의를 받고
한참을 고민했던 층간소음 매트를 주문했다.


매트 시공을 앞두고 수많은 선택지가 놓여 있었다.
셀프 시공을 할지,
업체 시공을 할지,
롤매트를 할지,
퍼즐 매트를 할지,
혹은 폴더 매트를 할지,
그리고 2.5cm 매트를 할지,
3cm매트를 할지,
또는 4cm매트를 할지...
고민을 하고 결정을 했다.
그리고 그다음 날 또 그 결정을 뒤엎곤 했다.


사실은
맘 편하고 속 편하게
업체 시공을 하고 싶었다.
매트는 2.3-2.5cm 두께였고,
비용은(30평대 기준) 거실, 작은방 시공을 하면
최소 250만 원에서 300 이상까지 소요될 수 있다고 했다.
비용만 고려하지 않는다면,
속 편하게 그리고 깔끔하게 업체 시공을 하고 싶었다.
그러나 매트가 얼마나 소음을 막아 줄지
확신을 할 수 없는 상황에서 300여만 원을 들인다는 것이
쉬운 선택은 아니었다.
그리고 우리 가족은 적절한 1층 집이 나오면
이사를 가는 것이 최종 목표이기에
임시방편으로 설치하는 매트에
그렇게나 큰돈을 들이고 싶지가 않았다.


일단 비용이 많이 소요되는 업체 시공을 제외하고
두께도 두껍고 청소를 할 때도 용이한
폴더 매트를 고려해 보았다.
임시방편으로 사용하기엔 괜찮을 수 있었지만,
청소를 할 때마다 여러 장의 폴더 매트를
접고 옮기고 하는 것도 마음에 들지 않았고,
폴더 매트를 사용할 경우
바닥을 빈틈없이 막기는 어려웠다.
아이들은 늘 틈새를 찾아 뛰어다니곤 하기에
빈틈을 열어 줘서는 안 되었다.


롤매트의 경우도 한참을 고려했는데,
우선은 두께가 너무 얇았다.
2cm가 채 되지 않는 제품들이 주를 이루었다.
그리고 매트와 매트 사이를 연결하기 위해 테잎을 붙여주는데, 그 테잎 사이에 끼는 때를 눈으로 보며
감당하기가 어려울 것 같았다.
주기적으로 교체를 해주는 것도 어려울 것 같고,
무엇보다도 소음을 크게 잡아 줄 것 같지 않아서
롤매트는 초반에 선택지에서 제외를 시켰다.


비용과 소음방지,
그리고 시공 후의 깔끔함 모두를 잡기 위해
퍼즐 매트로 결정을 했다.
그리고 2.5cm 정도도 충분히 두껍다는 판단을 한 후
12월 26일 저녁, 퍼즐 매트를 주문했다.


다양한 브랜드를 검색하여
가격과 시공 만족도가
높은 곳으로 최종 결정을 했다.
‘내돈내산’ 이기에 아무리 디자인이 뛰어나고
마법 같은 성능을 가졌더라도
상대적으로 비싸면 일단 아웃을 시켰다.


그래서 최종 결정된 것이
에코폼의 오리지널 2.5cm 퍼즐매트이다.
매트 컬러는 여섯 가지나 되었지만,
일단 나는 멋쟁이가 아니라 다른 컬러를 고려하고
고민할 에너지나 센스가 충분치 않다.


우리 집은 기존 마룻바닥이 갈색의 어두운 컬러였기에
깔끔하고 밝은 색으로 변화를 주고 싶었고,
백의 민족이니께,
고민될 땐 무조건 화이트! ㅎㅎ
에코폼의 세련된 백색, 시쉘화이트로 결정!


벽지도 화이트인 데다가 바닥도 화이트가 되어
조금 더 ‘병동’ 같은 느낌이 나지만,
우리 가족의 움직임과
우리의 살아가는 그림이
거기에 무한한 색채를 더해 줄 것이었기에
문제 될 것이 없다고 판단을 했다.


매트 주문을 하고, 약 5일 만에 제품을 받았다.
그날은 2020년 12월 31일.
휴가를 얻은 남편에게 아이들을 맡기고,
출근을 해서 한창 불태워 일을 하고 있는데
택배가 도착했다는 소식을 들었다.


큼지막한,
우리 큰아들 만한 상자가 다섯 개나 도착을 했다.
남편은 이웃에게 불편을 줄 것 같아 상자 두 개라도 먼저 현관으로 들였다고 했다.
그리고 현관은 매트 상자로 꽉 차 버렸다고 했다.


집으로 돌아와서 보니 매트가 생각보다 더 커 보였다.
그리고 수량도 너무 많은 것 같아
주문을 잘못한 게 아니었나 하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12월 31일에 맞춰 도착한 매트는
신년 우리 가족에게 주는 선물이나 마찬가지였다.
1월 1일 아침에 아이들을 즐겁게 해 주고 싶었다.


작업을 위해 아이들을 먼저 재우고,
거실을 정리하고 온갖 집기들을 방으로 들여보냈다.
그리고 매트 상자를 뜯기 시작했다.


매트 시공을 시작한 시각은 밤 11시 30분.
소음을 발생시키지 않기 위해
조심, 조심, 또 조심을 더했다.

매트를하나, 둘 꺼내서 펼치기 시작합니다.



빈틈없는 매트 시공을 위해서는
어느 곳을 중심으로 두고
퍼즐을 맞춰 나갈지를 결정하는 것이 중요하다.
매트의 로스를 줄이기 위해 조금 더 유리한 방향을 정해서
한쪽은 매트를 온전히 살리는 방법으로 작업을 해야 한다.
그리고 나머지 한쪽은
어쩔 수 없이 길이에 맞춰 잘라줘야 하는데,
자르는 건 무지하게 쉽다.
우리는 또 ‘호모 도구피쿠스(도구사용하는사람ㅋ)’이니깐
금방 요령을 터득해서
슥삭 거리며 신나게 작업할 수 있다.
우리 집의 경우 거실의 책장을 중심으로 잡고
작업을 시작했다.


중심을 잡고 칸을 맞추어 가는 초기 작업은
남편과 손을 맞잡고 시작했다.
(함께 하니 이렇게 좋다!!!
우리는 퍼즐매트를 맞추며 새해를 맞이한 조심 부부!!)
그러다가 큰 조각들을 채우고 나면,
빈틈 채우기 작업이 시작된다.


빈틈 재우기 작업은 각자 줄자 하나, 연필 하나,
직선 자 하나, 그리고 칼 하나를 배급해서
동, 서로 흩어져서 작업을 했다.
귀에는 이어폰을 꽂고 넷플릭스에서
좋아하는 미드를 각자 들으며 작업했다.


즌문가 느낌으로 모자를 쓰고 작업! 남편이 이 모습이 현실적 아름다움이라며 찰칵찰칵 찍어주었다. ㅋㅋ


새 매트 냄새와
귓가에 울리는 미드 소리에 취해
칼질과
각잡기를 부지런히 하다 보니 끝이 보이기 시작했다.


이번 작업은 완벽함은 추구하지 말고,
최선만 다하자고 남편과 다짐을 했기에
기분 좋게 새벽녘이 되어
새벽 기상 시간에 맞추어 침실로 향했다.
네 시간 반을 불 태 웠다.


힘들었지만,
아이들 얼굴을 떠올리니
이보다 더 로맨틱하고
행복한 새해맞이는 없겠다는 마음이 들었다. ^^

아래는 새벽에 찍은 완성 사진.


그리고 아침에 일어나 아이들의 감출 수 없는
잇몸 미소를 발견. ㅎㅎㅎ


매트 시공 후 달라진 점이라면,
아이들이 표정이 밝아지고,
나 역시 아이들의 발걸음에 민감하게 반응하지 않게 되었다. 행복하다.
남편은 매트 시공 전후할 것 없이 늘 행복하다.ㅋㅋㅋ


강화마루를 모두 감추었으니,
날카로운 소음은 전혀 발생하지 않고,
아이들이 쿵쾅 거리며 맘먹고 뛰는 상황만
통제하면 어느 정도의 소음은 잡아주는 것 같다.


아랫집에 가서
“요즘 우리 소음 어떤가요?”
하고 여쭤보고 싶지만,
그 정도 관계는 아니라-
아랫집에 후기를 묻는 것은 생략하기로 했다.


매트를 깔았지만,
아이들이 마구 뛰는 행위는 여전히 집 밖에서 하기로 했다.
그리고 8시 30분 이후에는 흥분을 가라앉히고
취침 준비를 한다.


왜 이제야 깔았을까 할 정도로 지금은 만족스럽다.
바닥이 흰색이라 정리에도 조금 더 신경을 쓰게 되고,
환해서 그냥 무조건 좋다.
아직까지는 틈새에 끼는 먼지 등은 발견하지 못했다.
아이들이 주스 한번,
그리고 반찬 여러 번을 바닥에 쏟거나 흘렸지만,
바로 닦아주니 깨끗하게 닦이는 걸 보니
관리도 어렵지 않다.


뒤늦은 배려지만,
이렇게 매트 시공을 할 수 있어서 감사했고,
아랫집에서도 부디,
그리고 또 부디,
조금은 너그러운 마음으로
우리와 함께 살아가 주시길 소망한다.


여전히 매트는 대안일 뿐이다.
우리에게 맞는 1층 집을 만난다면
새로운 도전을 하는 마음으로
이사를 하기로 계획을 하고 있다.


올 한 해,
우리 가족과
우리의 이웃에게도
소음으로부터 자유롭고,
평안한 한 해가 되기를 소망한다.


이상 내 돈 내산 에코폼 매트 시공 후기를 마치며,
매트 시공 4일 차,
매우 매우 만족스러운 시간을 보내고 있다.


아래는 우리 집 거실의 변천사.


그리고 시공 후의 모습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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