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를 맞으며 층간소음매트 시공을 하게된 이야기.

by 다니엘라

지난해 5월.
처음으로 층간 소음 항의를 받고
단 하루도 마음 편히 집안을 거닐 수가 없었다.


나와 가족에게 생활의 리듬이며
생활 속의 크고 작은 ‘소리’였던 모든 것들이
‘소음’으로 느껴지기 시작했다.
듣기 좋았던 가족들의 소리가
내 귓가에도 예민한 ‘소음’으로 들리기 시작했다.


아래층의 누군가에게
우리 가족들의 삶의 소리가
소음이 되어 들리고 있다는 생각을 하니
나도 같이 예민해지기 시작했다.


아랫집으로부터 더 이상 소음을 호소하는 항의를
받고 싶지 않은 마음과
아랫집 식구들이
“그 집은 애들 관리를 너무 안 해!”
하는 류의 이야기를 하지 않았으면 하는 마음이 컸다.
그리고 조심하며 살고 있다고 생각했음에도
타인에게 피해를 주고 있었다는 걸 깨닫게 되자
마음이 점점 조여들었다.


층간 소음 이슈가 있고 나서
아이들은 침대에서 바닥으로 내려오기 전부터
우리 부부의 주의를 들어야 했다.
“뛰면 안 돼!”
“살금살금”


발을 떼기도 전에 천천히 살금살금 걸어달라는
말을 하기 시작했다.
아이가 화장실 문을 열기도 전에
큰소리를 내지 말라는 당부를 했다.


두드러기가 날 정도로 아이들과 남편의 발소리,
문을 여닫는 소리까지도 단속을 했다.


처음에는 층간소음에 대처하는 방법은
과장된 노력을 하는 것 말고는 답이 없는 것 같았다.
우리가 무조건 조심하며 살아야 한다는 생각이
머릿속을 가득 채웠다.
생각이 확장되지 않았다.
그저 ‘조심, 조심, 조심’밖에는 달리 생각나는 것이 없었다.


그것 말고는 할 수 있는 것도 없었고,
뭘 해야 할지도 모르겠어서
답답하고, 끝이 보이지가 않았다.


더 이상의 꼬마들 친구 초대는 꿈도 꿀 수 없었고,
목장 모임도 주로 밖을 나돌고, 온라인으로 대체했다.
아이들이 하원을 하면
가방만 내려놓고 놀이터와 아파트 광장을
빙빙 돌며 시간을 보내다 집으로 들어왔고,
아이들이 많이 신난 날에는
거실에 앉혀 만화영화를 틀어주며 시간을 흘려보냈다.


조심에 조심을 더했음에도 불구하고
그 이후로 아랫집으로부터 두 번의 항의를 더 받게 된다.
항의 편지를 받거나,
항의의 벨소리를 듣는 그 순간만큼은
아랫집만큼이나 우리 부부의 억장도 같이 무너진다.
하루 이틀은 그저 1층 매물만 알아보고 또 알아본다.
하지만 아이 학교와
작은 아이 선교원까지 고려를 하고 나면
이 동네를 떠나지 않는 것이 최선인데,
하루 이틀 만에 1층 집 매물이 쏟아질 리 없다.


1층 집이 나오길 기다리며 다른 방법은 없을지
남편과 머리를 맞댔다.
최고의 대안은 매트 시공을 하는 것인데,
큰아이가 먼지, 진드기 알러지에 비염이 심해서
매트를 깔고 건강하게 살 자신이 없었다.
그리고 언제 이사 갈지도 모르는데,
매트 시공을 하며 큰돈을 들일 엄두가 나지 않았다.


그렇게 고민만 하며 시간을 흘러 보냈다.
그리고 매일매일은 아이들을 다그치고
남편에게 한숨을 내보이는 날들의 연속이었다.
제발 조심히 좀 살자는 말을 쏟아냈고,
까치 새끼 같은 걸음으로 집안을 거닐었다.


우리 단지 내에 1층 집이 매물로 나왔다는
연락을 받고 집을 보러 다녀왔다.
방음벽에 가려진 어두운 집이었다.
그리고 ㄱ자 구조의 특이 구조였고,
우리와는 맞지 않는 집이라는 판단을 내렸다.
집을 보고 걸어 나오는데
부동산 소장님이 말씀하신다.

"서울 사는 우리 딸도 아랫집에서 인터폰이 그렇게 온다대요~
이사 갈 형편은 안되고,
매트 쭈욱 깔아놓고 산다는데
애들 키우는 게 쉽지가 않아요 그래."


집으로 돌아오는 길,
문득 그간 내 마음이 병들고 있었음을 느꼈다.
'다들 비슷하게 살아가는구나,
나만 힘든 것도 아니고
다들 그렇게 어려워하며 조심하며 사는구나...'
이런 마음이 들자,
지금 당장 이사를 못한다면 뭐라도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작은 대안이라도 마련을 하고,
우리가 할 수 있는 무언가를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업체 매트 시공을 알아보고
견적을 받아보고,
롤매트, 퍼즐매트, 폴더매트, 타일식매트 등
종류별로 두께와 후기와 가격을 알아보았다.
그렇게 시간은 또 흘렀다.
(뭘 하든 바로바로 결정을 내리지 못하는 결정장애가 있어
시간은 속절없이 흘러만 갔다.)


그리고 지난 12월 25일 낮 오후 3시.
남편과 청소를 하고 있는 중에
아이들이 잠시(약 15분 간) '신나게' 노는 것을 덜 단속해 버렸다.
아니 사실 두세 번쯤 주의를 주었지만,
아이들은 너무 신이 나 있었고
우리도 얼른 청소를 해치우고 잠잠히 지내고 싶었다.
그런데, 3시가 땡 하자 아랫집에서 벨을 누르셨다.
조금만 뛰지 말아 달라고...
오전 내내 아이들 티비앞에 꼼짝 마 했었고,
점심 먹고 잠시 놀았는데...ㅜㅜ
아랫집에서 올라오신 걸 보니...
아랫집에서도 참다 참다 힘드셨던 모양이다.


또 한 번 죄송하다는 말씀으로 현관을 닫았고,
우린 그 길로 짐을 싸서 친정으로 건너갔다.
그리고 그날 오후부터 본격 매트 비교를 시작하고,
다음날 매트를 주문하게 되었다.


그렇게 매트를 주문한 지 5일 만에 도착했고,
남편과 한마음이 되어 매트 시공을 마쳤다.
여전히 아이들은 뛰지 못하도록 주의를 주고 있다.
매트를 깔기 이전과 같이 조심을 하며 지내는 중이다.
다만 숟가락을 떨어뜨려 혼내는 일이나,
바닥에 실수로 책을 떨어뜨리는 일에 대해서도
혼내지 않을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감사하다.


어찌 되었건, 참 오래 걸려 매트 시공까지 하게 되었다.
왜 미리 하지 못했었는지 이제 와서 아쉬움이 남지만,
지금이라도 했으니 다행이라고 생각하는 것이 더 생산적일 것 같아서
며칠째 그렇게만 생각하고 있다.


마음을 조금 차분히 가라앉히고,
싱싱한 딸기 한 바구니를 사다가
아랫집에 인사를 가야겠다.
매트를 깔았다는 말씀을 드리며
미리 조심하지 못해 미안했었다고,
그리고
앞으로도 마음 쓰며 조심하며
살아가 보겠다고 말씀드려야겠다.


하루빨리 이사를 갈 수 있다면 좋겠지만,
지금 당장 이루어질 수 없는 일이라면,
최대한 조심하며
아랫집과 조금은 더 우호적인 관계로 남고 싶은 소망이 있다.


하루빨리
우리가 the only 아랫집이 되는 날을 소망하며
오늘의 층간소음 일기를 마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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