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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아. 아홉 살의 너에게 해주고 싶은 말들.

by 다니엘라


2021년 아홉 살이 된 아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들은...
하루 종일 적어 내려 가도
여전히 할 말이 더 남아 있겠지만,
엄마는 ‘절제’라는 것을 할 줄 알아야 하는 사람이니까
지면과 시간이 허락하는 선에서 해 볼게.


사랑하는 아홉 살 아들.
네가 아홉 살이 되는 날을 얼마나 손꼽아 기다려 왔었지?
마치 수능 시험이 끝나기를 기다리는 것처럼,
아니 그것보다는
연말 연예대상에서 대상 수상을 기다리는 주인공처럼
너는 아홉 살이 되기를 기다렸지.
지난해에 여덟 살이 되는 날을 간절히 손에 꼽던
너의 모습이 아직도 눈에 선한데,
벌써 한 해가 훌쩍 넘어갔구나.


어쨌거나 엄마는,
너의
그 자랑스러운
아홉 살을 축하한다.


엄마는 네가 어릴 적부터,
아니 뱃속에 너를 품었던 그때부터-
너와 대화를 나눌 수 있을 때쯤이면
너에게 어떤 이야기를 해 줄 수 있을지 많이 생각해 왔어.
그리고 우리 꼬마가 어느새 아홉 살이 되었고,
이제는 슬슬 엄마가 하고 싶은 이야기들을
하나둘씩 풀어놓아도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


왜냐고?
이젠 너도 가만히 듣고만 있지 않는 나이가 되었잖아.
“왜냐하면”을 입에 달고 살며,
공기 중에 떠다니는 먼지에 대해서 마저
설명하고 싶어 하는 너이기에,
그 어떤 이야기를 해도 잘 들어줄 것 같고-
그리고 엄마 이야기에 맞 받아 쳐 줄 수 있을 것 같아서.


자 그럼 아홉 살이 된 너에게 해줄 수 있는 이야기를
조금씩 풀어놓아 볼게.


사랑하는 아홉 살 아들아,
엄마는 네가 많이 나눠주며 살았으면 좋겠어.
태권도 학원에서 받아온 캐러멜 두 개 중에서
하나는 네가 맛있게 먹고,
다른 하나는 동생에게 나눠 줄 수 있으면 좋겠어.
기분 좋게 말이야.
친구들에게도 너의 기쁨인 종이접기를 많이 나누어 주고,
그렇게 손에 쥔 것들을 가볍게 놓아주며 살았으면 좋겠어.
손에 쥔 것을 나누어 준다는 건
너의 마음에 담긴 사랑을
나누어 주는 것이나 마찬가지 거든.
손에 쥔 것을 나누고 빈손을 활짝 펼칠 수 있어야
또 새로운 것을 잡을 수가 있잖아.
그래서 엄마는 우리 아홉 살 아들이
가진 것을 잘 나누며 살았으면 좋겠어.
사실은 엄마도
어릴 적엔 나누는 것을 잘하지 못하는 욕심쟁이였어.
손 밖에 있는 더 많은 것을 보지 못했고,
내 손안에 있는 것만 커다랗고 소중해 보였거든.
엄마도 뒤늦게야 알게 된 거니까,
울면서까지 나누어 줄 필요는 없고,
한 번 두 번 나누어 주는 연습을 해 보았으면 좋겠어.


사랑하는 아홉 살 아들아,
하나님 말씀을 사랑하며 살았으면 좋겠어.
우리 매일 한 구절이라도 성경을 읽어보자.
하나님을 믿지 않는 사람들도
많이 찾아서 읽는다는 성경책 이잖아.
우리 같이 성경책을 차근차근 읽고,
말씀대로 살아보도록 노력하자.
이건 지금 엄마도 잘 안 되는 부분이야.
그래서 우리 아홉 살 아들의 도움이 필요해.^^
우리 삶의 중심인 하나님 말씀을 같이 읽으며,
같이 감사하며 살아가 보자 아들아.


사랑하는 아홉 살 아들아.
엄마는 네가 해야 할 일을 책임감 있게 해내는
멋진 형아로 자라주었으면 좋겠어.
숙제는 먼저 끝내 놓고 노는 게 좋아.
밤이 깊어질수록 너나 동생은 하고 싶은 일이
기하급수적으로 많아지잖아.
그런데 그 시간에 숙제까지 안 하고 있었다면,
네가 하고 싶은 일들은 아무것도 못하게 되잖아.
그러면 너무 아쉽지!
엄마 마음까지도 아쉽거든.
그러니까 해야 할 일은 ‘당연하게’ 여기며
먼저 끝내고 신나게 놀아주었으면 좋겠어.
이것도 역시 아주 어려운 일이야.
엄마도 이렇게 하는 게 아주 어려워서
매번 할머니께 혼나면서 해야 할 일들을 해내곤 했었어.
네가 정 힘들면 하루씩은 미루는 것도
어쩔 수 없긴 할 거야.
그럴 땐 엄마도 눈감아 줄게.
하지만, 우린 지금 습관을 만들어 나가고 있는 중이니까
엄마가 가끔은 너무하다는 생각이 들더라도
네가 이해해줘.
숙제를 해내는 연습을 하며
조금씩 책임감을 키워나가 보자.


사랑하는 아홉 살 아들아.
엄마는 네가 감사 대장으로 자라났으면 좋겠어.
작은 일에도 감사할 수 있는 멋진 사람 말이야.
엄마가 소시지 구워줬을 때 감사하다고 했지?
그리고 아빠가 쿠키런 국어 만화책 사주셔서
감사하다고 했지?
이미 잘하고 있어.
그런데 누가 꼭 무언가를 해줘서도 감사하지만,
우리 이렇게 숨 쉬고 살아가는 것도 감사한 일이야.
그리고 따뜻한 집에서 잠들 수 있는 것도 감사한 일이고,
같이 놀 수 있는 동생이 있는 것도 감사할 일이야.
다른 사람과 비교할 것도 없이
지금 우리가 살아가는 모습,
그리고 우리가 먹고 자는 모든 것들이 감사한 일들이야.
그러니 우리 아홉 살 아들도
삶을 감사함으로 바라보고, 감사하며 살았으면 좋겠어.
물론, 누군가 너에게 선한 일을 베풀었을 때는 감사를 입술로 고백하는 일도 잊어서는 안 되지!^^
지금도 감사는 참 잘하고 있는 아들이니까,
앞으로도 잘할 거야.


우리 집 대장!
사랑하는 아홉 살 아들아.
엄마 이제 그만 써야겠다.
네가 이 글을 다 읽기도 전에 지쳐버릴 것 같아서 말이야.
쓰다 보니 엄마가 욕심이 생겨서 길어져버렸구나.


자, 올해는 딱 이만큼만 연습해 보자.
엄마도 부족하거든,
그래서 엄마도 너와 함께 연습하고 나아지려고.^^
잘 나누어주는 연습을 하고,
하나님 말씀을 사랑하며,
해야 할 일을 미루지 않는 연습을 하며,
많이 감사하는 연습을 할게.


사랑한다, 아홉 살 우리 아들.


2021년 1월 12일.
아홉 살이 된 아들이 너무너무 자랑스러운 엄마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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