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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다니엘라 Jan 21. 2021

인*타그램, 그렇게 익숙해져 간다.

인*타그램을 대충대충 하는
저의 자작시, 혹은 자작 글놀이입니다.




인*타그램,
그렇게 익숙해져 간다.


앱을 깔고 보니
신세계가 열린다.


국적불문
친구는 당연하고
내가 좋아하는 연예인도
내가 좋아하는 셰프도
손바닥 안에서 다 만난다.


신기해서 한번 클릭
반가워서 두 번 클릭
부러워서 세 번 클릭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세계 인물 여행을 떠난다.
세계 미식 여행을 떠난다.


다들 잘 살고 있다.
티끌 하나 없이
행복하게 잘 살고 있다.


다들 잘 살고 있다.
부족한 것 하나 없이
넘치게 잘 살고 있다.


웃으며 타인의 삶을
한참이나 들여다본다.
눈호강의 깊이가 깊어질수록
마음 한켠이 헛헛해온다.


손가락이 근질거린다.
‘그럼, 나도 어디 한번?’
사진첩을 뒤적여도
어쩜 그렇게 소탈한 일상뿐인지.
어쩜 그렇게 내 사진은 없는지.
어쩜 그렇게 팬티 바람의 꼬마들 사진뿐인지.
어쩜 그렇게 흔들리는 사진뿐인지.
이내 사진 첩을 닫는다.


SNS에 펼쳐진,
그들의 화려하고
행복하고 티끌 없는 삶을
한참이나 머릿속에 그려본다.
그리고 곧,
입가에 미소를 띤 채
베베 꼬인 상상을 털어낸다.


그들의 진짜 삶은
따로 있다는 걸 안다.
그들도 그저,
예쁘게 준비된 찰나들을
더 예쁘게 옮겨 담은 것뿐임을.


계정 삭제 같은 건 없다.
심심할 때 들여다보기 좋고,
나 역시 기분 째질 때
찰나를 담은 근황을 나눌 수 있으니
더할 나위 없다.


뭐든 선하게 쓰면 약이라고 하지 않았나.
인*타그램,
그렇게 익숙해져 간다.


**대표 사진 출처. Tumbl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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