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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다니엘라 Jan 25. 2021

마녀 엄마

마녀 엄마

이영미 l 남해의봄날


많은 책을 읽어보진 못했지만,
나에게도 ‘믿고 보는 ㅇㅇㅇ작가님’이라는 마음속의
‘편애 작가 리스트’가 있다.
이영미 작가님이 그중 한 분이다.


2019년에 이영미 작가님의 첫 책 [마녀체력]을 접하고
눈이 번쩍 뜨였다.
운동을 좀 하면 어떻겠냐는 남편이 책을 한 권 내밀었다.
이영미 작가님이 쓴 [마녀체력]이었다.
책을 건네받으며 속으로는 콧방귀도 뀌지 않았지만,
[마녀체력] 책의 마지막 페이지를 덮은 다음 날 아침,
나는 운동화 끈을 묶고 학교 운동장으로 뛰어나갔다.
한참을 아침 조깅으로 열게 해 준, 고마운 책이었다.


이영미 작가님의 책은 독자를 움직이게 하는 힘이 있었다.
심각하지 않아도 마음을 울리는 재주가 있었다.
그렇게 첫 책에 반하고, 두 번째 책의 출간 소식을 들었지만 밀린 책들을 읽어내느라 출간 한 지 약 2개월이 지나서야 [마녀엄마] 책을 만났다.


[마녀엄마]는 에세이에 가까운 육아서, 혹은 육아서를 빙자한 에세이 또는 엄마의 성장 에세이이다.


아이가 둘이나 되고 나서,

그리고 첫째 아이가 태어난 지 4-5년이 지나고부터는

육아서는 멀리해왔다.
장밋빛의 뜬구름 잡는 이야기들만 나열한 육아서는
지친 나에게 위로도 희망도 주지 못했고,
육아서를 읽으면 읽을수록 내가 부족하고 못난 엄마라는 사실을 재확인하는 꼴이 되었다.
그렇게 육아서는 되도록이면 피해왔다.
몸으로 부대끼며 내 아이들을 알아갔고,
내 마음은 내가 위로하고 남편과의 대화를 통해 다독였고,
또 때론 같은 마음으로 육아하는 육아 동기와 선배들을 통해 추스려냈다.


그러던 중,
이영미 작가님의 [마녀엄마] 책을 드디어 손에 쥐었다.
남편에게 당분간은 읽고 싶은 책만 골라 읽겠다는 선언(?)을 하고 골라 읽은 첫 책이다.
믿고 보는 작가님이라 [마녀엄마]에 대해 이미 기준치 이상의 기대를 했지만, 그 기준치를 훨씬 뛰어넘는 수준의 책이었다. 정말 오래간만에 마음에 쏙 드는 책을 만났을 때의 기쁨을 온전히 누렸다.


[마녀 엄마]는 출판 편집자로 일하며 아들을 키워낸 엄마의 이야기다. 대부분의 워킹맘이 가진 고민들을 비슷하게 품어냈고, 작가님은 양가 부모님의 도움을 받으며 아이를 키워낸 것을 당연한 것이 아닌 ‘큰 축복’으로 여기며 감사할 줄 아는 분이다.


아이를 키우며 느꼈던 생생한 감정들, 그리고 아이와 함께 성장 해온 이야기들을 양육의 시간 순서에 따라 엮어냈다.
마녀엄마 이야기는 자녀가 잘 되게 하는 비법을 담은 책이 아니다.

자녀의 성장에 대한 이야기가 빠진 것은 아니지만,
그 자녀의 곁에서 넘어지고 일어나고 성장해내는 엄마의 이야기가 담겨 있다.
엄마를 위한, 엄마에 의한,
엄마가 주인공이 되는 책이다.


초보 엄마 때는 누구나 그렇듯, 작가님도 최고의 아이를 만들어 보겠다며 사립초등학교에 아이를 들여보낸다.
20대 때 과외를 하며, 어깨너머로 본 과외 학생의 학군을 비교해 보며 나중에 결혼을 해서 아이를 낳으면 반드시 자녀를 사립학교에 보내겠다는 결심을 한다.
그 결심은 지켜졌지만,  
사립 초등학교는 추후 그녀의 교육방향을 결정하는데 큰 영향력을 미치지 못한다.


그녀는 아이와 함께 자라는 자신을 인정하고,
엄마 자신이 성장하는데에 최선을 다했다.
그렇다고 아이를 내팽개쳤다는 이야기가 아니다.
무엇이든 아이와 함께 했다.


엄마, 아빠가 트라이애슬론 경기에 출전을 하면
아이는 자원 봉사자로 함께 따라나섰다.
아이가 학원에 다니고 싶으면 등록을 해 주었지만,
억지로 하는 기색이 보이면 그날로 학원 수강을 끊었다.


엄마, 아빠가 좋아하는 일에 아이와 동행했고,
그녀는 아이가 좋아하는 일을 할 수 있도록 지지하고 기다려주는 부모로 성장해갔다.  


책을 한 장 한 장 읽어내며 마녀 엄마의 태도를

딱 좁쌀만큼만 닮아도 좋겠다는 마음이 솟구쳤다.
기다릴 줄 알고,
들어줄 줄 알고,
내 욕심을 앞세우지 않는
그런 엄마가 되고 싶어 졌다.
그리고 책과 문화를 사랑하고,
그 귀한 마음을 자녀에게도 나누어주는
그런 엄마가 되고 싶어 졌다.


나는 늘 자녀에게 부끄럽지 않은 엄마가 되는 게

꿈이었다.
내 마음 깊은 곳에서 말하는 부끄럽지 않은 엄마는,
사회에서 ‘멋진’ 일을 하는 ‘잘 나가는 여성’이 되는 것이었다. 사회가 보기에도 내가 보기에도 그럴듯한 직장 혹은 그럴듯한 위치에서 강하게 살아가는 것이었다.
집안에서만 하루 종일 지내며 홈웨어로 하루를 버티는 엄마가 되고 싶지 않았다.
딱, 그것만은 피하고 싶었다.


글로 쓰려니 너무 아프고, 너무 미안한 이야기지만..
나의 어릴 적 우리 엄마는 자주 아프고 피곤했다.
간염이라는 지병을 갖고 계셔서 무리를 하면 안 되셨지만, 항상 두 딸을 위한 도시락을 정성으로 담으셨고, 아빠의 셔츠는 손이 베일 정도로 칼같이 다려 놓으셨고, 집에서는 먼지 한 톨도 찾아내기 어려울 정도로 깨끗하게 청소를 하곤 하셨다.
집안일과 남편, 자식 뒷바라지에 그렇게 에너지를 쏟으시니 여가를 보낼 시간이 되면 본인을 위한 에너지는 전혀 남아있지 않았고 피곤에지쳐 뒤늦은 낮잠을 주무시곤 했다.


하교를 해서 만나는 엄마는 자주 피곤해 보이셨다.
이불속에서 잠에 취해 우리 자매를 맞이 하시는 날도 많았다.
엄마가 잠든 집안의 고요함이 싫었다.
우리 집 특유의 시간이 멈춘 것 같은 그 공기가 너무 답답했다.
우리 엄마도 다른 엄마들처럼 밖에 나가서 일을 하거나 사람들을 만났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때는 엄마를 몰라도 너무 몰랐다.
엄마도 그러고 싶어서 그런 게 아닐 텐데...


어찌 되었건,
어렸을 적 엄마의 모습을 보며 늘 같은 생각을 했었다.
집 밖으로 나가서 꿈을 펼치는 것만이 아이들에게 멋진 엄마가 되는 법이라고, 스스로 성공하는 법이라고 그렇게 나에게 주문을 걸었다.


아쉽게도 성공한 엄마에 대한 정답은 없다.
워킹맘도 전업맘도 그 누구도
쉽게 가는 법은 없고 가벼운 역할이란 없는 법이다.
두 아이의 엄마가 된 나의 마음속에 남은
우리 엄마의 모습을 다시금 떠올려본다.
따뜻하고 사랑이 넘치는
든든한 지원군의 모습이 잔잔히 남은 것을 보면,
어떠한 사회적 지위를 가진 엄마인지가 중요한 것이 아니다. 마음가짐과 태도가 어떤 엄마인지가 더 중요한 가치임을 새삼스레 깨닫는다.


마녀 엄마도 일터와 가정을 오가며 산전수전을 겪는다.
그럼에도 그녀는 자신을 성장시키는 것을 게을리하지 않았고, 아이와 함께 성장해 나갔다.
그리고 내가 이해하는 한 그녀는 참 따뜻한 사람이다.


나도 그런 엄마가 되고 싶다.
따뜻하되, 나도 성장할 수 있는 용기를 가진 엄마.


한 글자 한 글자 읽어내기가 아까울 정도로
너무 좋은 책이었다.
보석 같은 표현들이 속출하고,
찰지게 쓴 한 문장 한 문장이 반짝이는 소중한 책이었다.


그리고 출판 편집자 출신 작가님 답게 본문 곳곳에서
시기적절한 귀한 책들을 언급해 주신다.
그리고 독자를 위한 배려로, 책의 마지막 페이지에는 본문에 소개되었던 책들의 목록을 나열한 친절함까지 잊지 않는다.


가슴 벅차게 읽어 내려간 [마녀엄마]책은
아이를 키우는 엄마라면 누구나 꼭! 지나치치 말고 읽어줬으면 한다.
아이를 키우는 우리 모두 잘하고 있다는 다독임을
이 글을 발견한 당신도 ‘진심으로’ 받았으면 좋겠다.  


내 눈 내 돈 내산 내읽 내 맘  북리뷰를 마칩니다. ^_^
내 눈으로 발견해 내 돈으로 내가사고
내가 읽고 내 맘대로 쓰는 북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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