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5월 하순,
아이는 처음으로 초등학교의 문턱을 넘었다.
코로나 19 사태로 온라인 입학식을 하고도 약 3개월이 지나서야 인생 첫 등교를 하게 되었다.
EBS 교육방송에 나오는 선생님이 진짜 1학년 담임 선생님인 줄 알고 지내던 아이는, 학습 꾸러미를 받으러 학교 정문을 드나들며 마스크 쓴 진짜 담임 선생님의 얼굴을 익혔다.
코로나로 인해 등교일은 들쑥날쑥 했지만,
온라인 수업의 차례가 돌아오면,
아이는 1학년 2반 교실에 등교하는 날을 손꼽아 기다렸다.
(물론, 우리 아이는 1학년 등교일과 관계없이 대부분의 날을 돌봄 교실로 등교를 하긴 했다.)
짝꿍도 없고, 쉬는 시간도 따로 없는, 게다가 급식실에서도 가림막을 치고 각자 밥을 먹어야 했던 코로나식 1학년을 보냈지만, 아이는 학교를 참 좋아했다.
조금 더 정확히 말하면,
1학년 2반 교실과 선생님, 그리고 같은 반 친구들을 참 좋아했다.
아이는 즐거웠던 1학년 2반과의 이별을 준비 중이다.
몇 주 전부터 아이에게는 새로운 기도제목이 생겼다.
“1학년 2반 선생님이 2학년 때도 우리 선생님이 되게 해 주세요. 2학년 때도 준현이랑 같은 반이 되게 해 주세요.”
등교일이 더 적었던 1년이라 아이에겐 더 많은 아쉬움이 남았으리라.
그리고 아이가 며칠 전부터는 며칠 안 남은 등교일을 아쉬워하며 볼멘소리를 해 온다.
“엄마, 저랑 제 친구들은 봄방학이 개학날로 바뀌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봄방학 안 좋아요.”
교내 학생 수를 2/3로 유지하기 위해 설 연휴 앞 3일간은 온라인 수업으로 대체되면서 봄방학의 시작이 예정보다 일러졌다.
1학년 시절의 모든 것이 아쉽겠지만,
이젠 정말로 이별을 잘하고 새로운 만남을 준비해야 할 때이다.
아이의 선생님은 마지막 등교일을 남겨놓고 2반 친구들에게 필통을 하나씩 선물로 주셨다.
지난 크리스마스 때도 학용품 세트를 선물로 주셨는데,
2반 아이들은 참 복도 많다.
그래서인지 아이는 1학년 마지막 등교일을 남겨두고 선생님께 편지를 써야겠단다.
일곱 살 때 선교원 선생님께서 “너희들이 준 편지가 가장 소중하다.”라고 하신 말씀이 기억난다고 했다.
선생님들은 항상 편지를 제일 좋아하시기 때문에
아이는 편지를 쓰고 싶다고 했다.
지난밤
아이와 나란히 앉아 선생님께 편지를 썼다.
아이는 알록달록 그림을 담은 편지를 쓰고, 나는 한 해의 감사했던 마음을 짧게 옮겨 적었다.
아- 뭔가 자꾸 별난 엄마 같다는 생각이 들면서도..
한해의 감사를 전하는 방법 중에 편지만큼 좋은 게 있을까 싶어 엄마도 아이와 같은 마음으로 감사를 했다.
지난봄, 아이의 입학을 기다리며,
우리 아이가 잘할 수 있을까?
내가 좋은 학부모가 될 수 있을까?
아이가 좋은 친구들과 선생님을 만날 수 있을까?
아이가 좋은 친구가 되어줄 수 있을까?
아이의 입학 전에 할 수 있는 온갖 종류의 걱정을 다 해본 것 같다.
그러나 지난 걱정들이 무색할 정도로 아이는 1년을 잘 보내 주었다.
없는 시간을 쪼개서 선생님은 다양한 활동들을 경험하게 해 주셨다. 강낭콩 키우기, 무순 키우기, 독서록 쓰기, 일기 쓰기, 협동화 그리기, 2번의 교실 내 학예발표, 학급 문집 만들기, 그리고 비밀친구 프로젝트까지...
선생님은 1학년 친구들이 경험해 볼 수 있는 다양한 기회들을 제공해 주셨다.
모든 상황과 활동들 앞에 ‘첫’이라는 글자가 붙었던 지난 한 해는 아이에게도 나에게도 기억에 남을 1년이었다.
이제는 아쉬움을 뒤로하고
아이가 기분 좋게 이별하는 법을 스스로 터득하길 바라는 중이다. 그리고 감사하며 새로운 만남을 준비하는 마음을 갖도록 돕는 일은 엄마의 작은 과제로 남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