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다니엘라 Feb 13. 2021

읽지 마세요. 쓰다 보니 오늘도 글쓰기에 대한 글이예요

‘아- 오늘은 무슨 글을 써야 하지?’
‘글쓰기의 길을 잃어버렸다...’
이틀에 한번 꼴로
글쓰기 앞에서 무너졌다가 바로 서기를 반복 중이다.


스몰스텝 글쓰기를 하며
하루에 한 편의 글을 쓰기 시작했다.
글쓰기 습관을 들이고자 하는 마음과
그 습관을 토대로 필력을 키우고자 하는 마음이  
나를 [매일 쓰는 사람]으로 만들어 냈다.


이제는 하루라도 글을 쓰지 않으면
손가락에 가시가 박힌 것 같은 기분이 든다.  
오전이 지나고, 오후를 넘어선 시각에도
글이 완성되지 않은 날은
마음속에서 몽글몽글한 불안감이 부풀어 오른다.
육아와 가사와 일터의 틈사구니 속에서 짬을 찾아내어
결국 키보드를 펼치고 꾸역꾸역 한 편의 글을 완성해 낸다.
독한 것.


처음 글쓰기를 시작했던 때에는
정말로 ‘개똥 같은’ 글을 써도 별로 부끄럽지가 않았다.
매일 쓴다는 것이 중요했고,
개똥 같은 글이라도 쓴다는 것 자체가 습관을 만들기 위해
꼭 필요한 과정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나만 모를 뿐이지, 지금도 자주 개똥 같은 글을 쓰긴 한다.)
게다가 아무도 내 글을 읽지 않을 거라는 자신감 때문이었는지, 뭐든지 썼다. 남의 시선을 전혀 신경 쓰지 않는 서너 살짜리 꼬마와 같은 마음으로 글을 썼다.
쓰기 위한 글을 쓰기도 했고,
농담 따먹기를 글로 탈바꿈시키기도 했고,
때론 진지하게 앉아 궁서체풍의 글을 담아내기도 했다.


그런데 언제부터인지,
글쓰기가 마음 가는 대로 흘러가질 않았다.
순백의 뽀오얀 ‘순수 글쓰기’는 종적을 감추고,
‘있어 보이는 글’만 쓰고 싶은 욕구가 온 마음을 휘감았다.


일상에서 분명 글감을 찾아냈는데,
너무 가볍다!
분명 좋은 글감이라 여기며 다섯 줄 이상 글을 썼는데,
글이 너무 흔하다!
어찌어찌해서 손가락에 모터를 달고
글쓰기를 시작했는데,
공감을 얻기 힘들 것 같다!......
결국 새창을 열고,
힘없이 번득이는 커서만 바라본다.


나도 모르는 사이,
내 블로그 이웃의 수를 세고,
내 브런치 구독자의 수를 센다.


그리고 혹시나- 혹시나-
그들이 내 글을 정독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괜찮은 글을 쓰고 싶다는 욕심이 생긴다.
그리고-
어느새 글 앞에서 잘난척쟁이가 되어간다.
그러다-
급기야는 읽히지도 공감되지도 않는 글을 써내고야 만다.
글쓰기 초심을 잃은 자의 끔찍한 최후랄까...


조금 더 편안해 지기로 한다.
잘 써내고 싶다는 마음은
분명 나의 글쓰기가 성장했다는 뜻이기도 할 것이다.
그럼에도 마음만 급해져서 억지로 짜내는
잘난척쟁이 글이 되지 않기 위해 다시 숨을 고른다.


날 때부터 필력을 달고 태어난 이들은 따로 있는 법이다.
그들이 노력해서 좋은 글을 퐁퐁 뿜어내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그것을 먼저 인정하고, 그들의 글에서 단 한 톨이라도 배우려는 마음을 갖고 싶다.


마음만 급해서 동동거리다가 글쓰기에서 두 손을 놔 버리는 일만큼은 생기지 않도록 조금 천천히 가고 싶다.
아직 나에겐 시간도 많고
내가 쓸 수 있는 글쓰기의 장은 매일 새롭게 열린다.
천천히 가되 즐겁게 가자.
결국, 글쓰기도 초심이다.


오늘도 글쓰기 한탄으로 온 지면을 채웠다.
혹시나 이 글을 진지하게 읽으신 분이 있다면
정말 죄송하지만...
내일 아침,
깨끗한 화면에 다시금 글을 쓸 용기를 얻을 수만 있다면,
이틀에 한번 꼴로
글쓰기 한탄을 하더라도 괜찮겠다는 생각이 든다.


자, 이제 마음껏 한숨을 쉬었으니
내일은 초심을 되찾아 보자. 괜찮다 정말.

작가의 이전글 함께 걸어갈 사람이 생겼습니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