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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아. 하나만 알고 둘은 모르는 엄마의 배려

by 다니엘라


아이의 봄방학,
다시 아이의 도시락을 싸기 시작했다.


일터에 나가야 하는 엄마 때문에
아이는 이렇다 할 방학도 없이
거의 매일같이 학교에 나가고 있다.


아이를 처음 학교에 보내며,
일터에 나가는 엄마를 대신해 아이를 돌봐주는
학교의 시스템이 그저 고맙게만 느껴졌다.
아이에게 방학을 선물하지 못하는 것에 대한
특별한 미안함 없이,
방학에도 돌봄 교실에 가는 것을 당연하게만 여겨왔다.


학교 입학 후 1년 간, 짤막한 방학을 제외하고는
학교 문턱이 닳도록 등 하교를 했던
아이의 수고에 대해서는 미처 생각하지 못했다.
엄마가 일을 하고 있으니,
아이가 학교 중심의 생활을 해내야 하는 것을
너무도 당연하게 여겨왔다.
쉼 없이 등교를 하며 아이도 사실은 고된 시간을 보내고 있었음을 뒤늦게 알아채고 말았다.


얼마 전부터 아이는 돌봄 교실에 외부강사로 들어오시는 미술 선생님을 무서워 하기 시작했다.
미술 수업이 있는 날은 돌봄 교실에 가고 싶지 않다는 말을 하기에 우선 아이의 이야기를 들어주고 아이를 안심시켰다. 그리고 수업시간에는 떠들지 않는 게 맞다는 이야기를 해 주었다.
또 다른 한편으로는 돌봄 선생님과 통화를 해서 아이의 고민을 함께 나누었다.


그리고 지난밤 잠자리에 누워
아이를 달래며 차분히 기도를 해 주었다.
아이가 두려움을 떨치길 바라는 마음을 담고, 수업시간에 친구들과 이야기하고 싶은 마음을 잘 참아낼 수 있기를 소망하는 마음을 담아 기도했다.


기도를 다 마치고 아이를 토닥이는데,
아이가 한마디 덧붙였다.
“엄마, 그리고 이제 도시락에 편지 쓰지 마세요. 그걸 보면 엄마가 생각나서 자꾸만 집에 오고 싶어 진단 말이에요...”

“그래, 그래. 이제 도시락에 쪽지 안 붙일게. 엄마가 생각이 짧았었네.”


방학 때마다 아이의 도시락을 쌀 때면,
도시락통 뚜껑에 아이에게 보내는 작은 쪽지를 붙여왔다.
사랑한다는 말이나 아이를 응원하는 말, 그리고 밥을 맛있게 먹으라는 말, 보고 싶다는 말 등을 메시지에 담았다.
점심시간에 쪽지를 보며 활짝 웃을 아이의 얼굴을 떠올리며 작은 붙임 종이에 마음을 옮겨 적었다.


아이를 생각하며
아이를 위해 담은 메시지라고 생각했는데,
결과적으로는 아이를 위한 것이 아니었다.
아이는 도시락 뚜껑 위의 엄마의 흔적을 보며
기분이 좋아지거나 고마워하는 마음이 채 들기도 전에
엄마에 대한 그리움을 싹틔웠다.


아이를 위한 것이라고 생각했던 그 쪽지는
아이가 아닌 나를 위한 것이었다.
아이를 돌봄 교실에 보내고, 작은 도시락을 싸며
엄마 노릇을 하고 있음을 인증하는 작은 표시였다.
아이에 대한 그리움이나 미안함이 그 쪽지에 담겨
나 스스로를 위로하는 역할을 해 왔던 것이다.


아직은 학교 친구들이나 재미있는 종이접기 보다도
엄마와 있는 시간을 더 행복하게 여기는 작은 아이에게
괜한 쪽지로 그리움을 더해 주기만 했던 것이다.
하나는 알고, 둘은 모르는 초보 엄마의 실수였다.


더 멀리 내다보지 못해,
그리고 더 깊이 생각하지 못해
아이에게 미안했다.


8년 차 엄마가 되었지만,
여전히 하루 걸러 한 번씩 뒷머리를 긁적이며 후회를 한다.
일주일에 두어 번은 아이들에게 깊은 미안함을 느낀다.
때론 나의 부족함에 대한 아쉬움이 온몸을 휘감지만,
이 또한 엄마로 성장해 나가는 과정임을 담담하게 받아들이기로 한다.


하나만 알고 둘은 모르는 엄마에서,
이제는 하나에 더불어 둘까지 아는 엄마가 되기를 바라며
글을 마무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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