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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다니엘라 Feb 27. 2021

글쓰기. 다시 재미를 잡자.



글쓰기 권태기의 시작.

정확히 일주일.
글쓰기 앞에서 잔뜩 쫄아 붙어 있었다.

늘 재밌고 신나던 글쓰기였는데,
즐거움이 자취를 감추었다.
글쓰기는 부담이었고 일이 되어 있었다.

잘 쓸 필요까지는 없다고 생각하고
써내고 즐기는 일에 온전히 무게를 두었었는데,
최근 일주일은  
글을 쓰기에 앞서 긴장부터 하곤 했다.
심지어 매일 글로 채우던 날들에
커다란 구멍을 내고 말았다.
하루를 제꼈다.
2월 들어 벌써 세 번째 있는 일이다.
나름 규칙을 가지고 매일 같이 글을 쓰는 일에
자부심을 가지고 있었는데
최근엔 그 자부심도 자취를 감추었다.

아무래도 진짜 글태기가 찾아왔었던 것 같다.
글쓰기에서 힘이 쏙 빠지고,
글을 쓰는 일이 힘겹고 권태로워졌던 것이다.
그 권태로움이 정말로 무시무시했다.

내 글쓰기의 최대 장점은
‘글쓰기 똥칠을 하더라도 즐겁게!’
였는데, ‘즐겁게’가 빠지고 나니
내 글쓰기는 바람 빠진 풍선 꼴이 되어버렸다.



그래도 놓지 않았다.

글쓰기가 즐겁지 않았고,
부담이었지만 손에서 완전히 놓지는 않았다.
최근 2주간 글쓰기를 세 번이나 쉬어 갔지만,
습관의 무서움 덕인지
매일 아침 어쨌거나 키보드를 펼쳤고,
작고 하얀 휴대전화 화면을 마주했다.

생각이 떠오르고
마음이 움직일 때면 글로 옮겨 적었다.
마음이 어렵고 자신감이 떨어져도
글을 쓰는 내 모습만큼은 마음에 쏙 들었다.  
그 덕에 키보드 앞에는 일단 앉고 보았다.
그리고 쓸 수 있는 한 최선을 다했다.
(‘최선’이란, 매우 주관적인 기준임을 밝힌다.)



놓지 않았더니 점점 싫어지지 않더라.

단단하게 만들어진 습관 덕에 글쓰기를 놓지 않았고,
그 덕에 글쓰기가 매일 밉고 싫지는 않았다.
글쓰기가 점점 덜 싫어지고,
덜 쪼그라드는 느낌이 들었다.

떨어진 자신감을 다시 끌어올리고 싶어 졌고,
다시 쓰고 싶어 졌다.
다시 내 이야기,
그리고 내 페이스를 찾아내고 싶어 졌다.


욕심부터 덜어내기로 했다.

글태기의 시작은
잘 쓰지 못하는 나에 대한 실망에서 시작되었다.
왜 더 잘 쓰지 못하는 걸까?
왜 이것밖에 안 되는 걸까?
수많은 실망의 가닥으로부터 마음의 지옥이 시작되었다.

다행스럽게도 깜깜한 지옥에서 문득 한줄기 빛이 쏟아져 내리듯, 마음을 밝혀주는 생각이 떠올랐다.
글쓰기에 천부적인 자질을 가진 사람은 따로 존재한다.
그리고 아쉽게도 일단 나는 그 부류에 속하지 못한다.
그러므로 차근차근 연습해서 글 근육을 키워 나가는 수밖에 없다.

근육을 키우는 데 가장 방해가 되는 요소가 무엇인지 아는가? 바로 욕심이다.
지나친 욕심이 근육 파열을 일으키고, 골절을 일으킨다.
그래서 이 지독한 욕심부터 덜어내기로 했다.
(매사에 의욕이 넘치고 잘하고 싶은 마음으로 똘똘 뭉친 나에게 욕심을 덜어내는 일이 쉽지는 않지만, 자꾸자꾸 다짐해 본다. ^^)


그리고 다시 즐겁게 쓰기로 했다.

글쓰기를 놓지 않되 욕심은 내려놓기로 했으니,
이제 다시 즐겁게 쓸 일만 남았다.
바닥을 쳤으니
다시 폴짝거리며 뛰어다닐 날들이 기다리고 있다.

끙끙거린다고
하루아침에 없던 재능이 샘솟는 것도 아니고,
머리만 쥐어뜯는다고 출간 작가가 되는 것도 아니니
천천히 즐기며 쓰기로 한다.

그리고 내 곁에는 진심으로 동기를 부여해 주고,
진심으로 응원해 주시는 글 동무가 있기에
오래 지속할 힘을 얻는다.
* 소소한 문학 공모 기회가 있으면 추천해 주시고 함께 성장할 수 있도록 늘 도와주시는 글동무 분께도 지면을 빌려 감사드린다. 덕분에 동화 글을 한편 작가상에 응모했다.
(감사하고 또 감사합니다.)

지금까지 써온 만큼이나
즐겁게 쓸 앞으로의 날들을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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