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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다니엘라 Mar 12. 2021

글을 쓰고 싶다면, 글감 낚시꾼이 되어라.


매일 글을 쓰는 생활인으로 살고 있다.
매일 글을 쓰는 생활인은 입에 착착 감기는 맛이 없으니
매일글생활자? 정도로 바꿔 보자.


매일글생활자로 살다 보면,
그날의 글이 발행되어질 때까지 온 마음은
글과 글감에 온통 집중되어 있다.


매일글생활자로서 운이 좋은 날은
바로 전날 글감이 파바박 떠오르는 것이다.
그리고 다음날 아침 키보드에 앉자마자
전날 써 두었던 글감과 메모를 생명줄처럼 붙들고
말 달리는 글쓰기를 하게 되는 것이다.
매일이 그런 날이라면 참 좋을 텐데,
그럴 리가요- ㅎㅎ


글감은 예고도 없이 찾아온다.
때론 글감과 글의 흐름까지
통째로 이미지가 그려지는 날이 있다.
그런 때는 하던 일을 완전히 멈추고 제대로 된
기록을 해두어야 한다.
그 느낌과 상황마저도 기록을 해 둔다면
그다음 날의 글쓰기는 물 흐르듯 자연스러워진다.


때론 여러 가지 글감이 퐁퐁 샘솟는 때도 있다.
쉽게 말해 머릿속에서 글감들이 춤을 추는 날이다.
‘글감 파티’ 라고나 할까...
그럴 때면, 잘 붙잡아야 한다.
글감을 붙잡고, 감성을 붙잡아
메모장에 잘 옮겨 두어야 한다.


샘솟는 글감을,
샘솟는 그 순간,
메모하지 않았다가는
마음을 한가득 채우던 글감이
순식간에 증발하는 경험을 하게 된다.


알코올보다 휘발성이 좋은 글감은
그 찰나의 순간을 놓치면 미련 없이
내 머릿속을 떠난다.
가끔은 증발되었던 글감이
하루 이틀 내에 되살아나기도 한다.
다만, 글감만 살아날 뿐
그때 그 감정과 그 감성을 회복시키는 것은
거의 불가능에 가깝다.


그래서 글감은 반드시
나에게 선물같이 찾아온 순간
후다닥! 휘어잡아야 한다.
그리고 글감이 떠오른 지 오래지 않아
귀한 글감을 송로버섯 다루듯이 소중히 다루되
즐겁게 지지고 볶아 글을 써내야 한다.
글감이 떠오른 감성/느낌/그때의 기분을
잘 살려내기 위해서는
글감을 묵혀두어서는 안 된다.
(물론 가끔은 묵혀 둘 필요가 있는 글감도 있다. 식재료를 다루는 법이 각기 다르듯 글감도 마찬가지이다. 때론 곧바로, 때론 묵혀서..)


글을 재미있게,
오래오래,
즐기며,
숨 쉬듯이 쓰고 싶은 사람이라면
글감을 잘 낚아서, 잘 관리하기를 바란다.
사실은 나에게 하고 싶은 이야기다.


늘 휴대전화 메모장이나
종이 메모장을 챙겨서
글감이 떠오른 순간 손맛을 놓치지 말고
그대로 낚아 채,
잘 기록 해두길 바란다.
글 쓰는 당신에겐 피가 되고 살이 되는 글감들이다.


여담이지만,
메모 습관이 없던 나는
바로바로 글감을 기록해두는 습관이 없어서
수도 없이 많은 글감을 놓쳤다.
공중에 날려버린 글감만 다 모았어도
책 한 권이 나왔을지 모르겠다.


오늘 이렇게 열을 올리며 쓰는 ‘글감’에 대한 글감도
어제 오후 아이들과 침대에서 베개싸움을 하다 말고
건진 글감이다.
글감이 떠오른 순간,
아이들이 날뛰는 아수라장 속에서 메모장에 옮겨 적었다.
머리는 산발이 되어
아이들이 던지는 베개를 받아내며
꾸역꾸역 적어 내렸다.


몸을 날려 글감을 적어둘 정도로
글감을 보관하는 일이 나에겐 중요한 일이 되었다.


글을 쓰는 일이 즐겁고,
자꾸만 쓰고 싶어 지는 당신이라면,
주변을 살피고
글감을 메모해두는 습관을 한번 길러보길 바란다.
나도 쓰고,
당신도 함께 써서
글의 열매가 풍성한 세상에서 살아가고 싶다.


잊지 말자,
글감,
그리고 메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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