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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다니엘라 Mar 24. 2021

미니멀. 멈추었더니 쌓이더라.


미니멀 라이프에 대한 기록을
한동안 내려놓고 지냈다.


지난해에는
한참이나 열을 올리며
미니멀 라이프를 실천했고.
그 실천기를 글로도 옮겨왔다.


그러나
미니멀 라이프를 실천하지 못했던
지난 3-4개월 동안은
미니멀에 관한 글도 쓸 수 없었다.


미니멀 라이프에 관한 글은,
적어도 나에겐 ‘실천 수기’와 같은 것이다.
실천 수기를
실천이 없이
뭘 더 이상 적어낼 수 있을까?
고민을 하다가,
미니멀에 관한 글도 잠시 내려놓았다.


미니멀은 실전을 바탕으로 해야
아이디어도 솟아나고
미니멀 라이프에 관한 글에도 힘이 생겨난다.


이전과 비슷한 생활을 하고 있음에도
마음이 바빴다.
우선순위에서 밀린 미니멀 라이프는
최소한의 명맥만을 유지해왔다.
줄이기보다는
최소한의 ‘정리’로 삶을 이어 나갔다.


‘줄임’에 대한 노력을 기울이지 않았더니
집안에는 다시 물건들이 쌓여갔다.
일부러 물욕을 부리며
사들인 것이 아니었음에도
물건들이 다시 우리 집을 점령해 가기 시작했다.


주기적으로 정리했던 신발장이 꽉 들어찼고,
임시로 옷방이 되어버린 ‘작은방 2’는
낼모레쯤 이사 갈 사람의 방처럼
곳곳에 짐이 쌓여 갔다.


소유한 것들을 이리저리 끼워 맞춰
정리해내는 기술이 날로 늘어갔다.
반면에 꽁꽁 숨겨진 물건을 꺼내는데
드는 품이 상당했다.
잠시 한눈만 팔아도
금방 난장판이 되는 집이
마음을 어렵게 했다.


미니멀과는 별로 상관이 없었던
이전의 우리 집으로 돌아오기 시작했다.
마음먹은 대로 정리도 잘 되지 않으니
정리에 대한 의욕은 날로 떨어져 갔다.


집안이 정돈되어 있지 않다 보니
마음도 정돈되지 않는 날들이 늘어갔다.


이대로는 안 되겠다 싶었다.
다시 움직여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작은 공간부터 정리에 손을 대기 시작했다.


뒷 베란다를 열면 곧바로 마주하는
스피드 렉 정리를 했다.
바구니마다 물건의 자리를 정해주었다.
불필요한 포장재는 버려주고
카테고리별로 물건을 묶었다.
물건들의 제자리만 찾아주었는데도
훨씬 깔끔해졌다.

나란히 나란히 스피드렉


그리고 한참이나 벼르고 있던
신발장 정리를 했다.
몇 개월 사이
아이들의 발이 쑥쑥 자랐고,
한동안 잘 신던 나의 신발은
어느새 꼬질꼬질하고 낡은
이별 대상이 되어 있었다.


사이즈가 잘 맞지 않거나
디자인 때문에 고민이 되는 것들은
가볍게 비워내기로 했다.
그리고 작아진 아이의 신발은
나눔을 하거나
중고장터를 통해 비워내기로 했다.

비워낼 신발들 안녕!


안 하던 미니멀을 갑자기 했다가
체할까 봐
많은 시간을 투자하진 않고
단 두 포인트만 정리해냈다.


깔끔해진 두 포인트 덕분에
미니멀 세포들이
다시금 움직이기 시작한다.  


다시 시작이다.
천천히 가되
오래오래 가며,
정돈된 삶을 다시 살아내 보기를
소망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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