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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다니엘라 Mar 29. 2021

집을 고치며, 마음도 고칩니다.


집을 고치며, 마음도 고칩니다.
정재은 ㅣ 앤의서재


어렸을 적 ‘글을 쓰는 사람’이 되고 싶었던 저자는,
드디어 ‘집’을 계기로 자신의 글을 쓰는 사람이 된다.


‘집을 고친다’는 말에도 마음이 갔고,
마음을 고친다는 말에도 마음이 갔기에
큰 고민 없이 집어 든 책이다.


저자 부부가 우연한 기회로 만난 낡은 집.
동네가 좋았고,
그 집에 마음이 빼앗겨 버렸다.
그들은 그 집으로
어떻게든 해볼 수 있을 거라는 생각에
덜컥 집을 사게 된다.


있는 그대로는 도저히 되살리기 어려운 그 집을
저자 부부는 ‘대수선’이라는 것을 하며
그들만의 취향의 집을 만들어 낸다.


여기서 대수선이란,
집의 높이나 넓이를 변경하지 않고
지붕 등을 새로 얹는 수리 작업을 말한다.
쉽게 말해 집의 형태는 변경하지 않고
보수하는 것을 말한다.


가진 것이 적게 시작한 저자 부부는
그들이 할 수 있는 선에서 고민하며
집을 만들어 나간다.
그리고 저자는 ‘빨간 대문 집 여자’가 된다.


집이 예뻐서 지나가던 사람들이 집 앞에서 사진을 찍는다.
창문을 타고 들어오는 소리에는
집에 대한 칭찬이 넘쳐났지만,
정작 겉만 번지르르하고
속은 불편하기 짝이 없는 집을 보며
자신이 진짜로 원하는 것이 무엇이었는지를 고민한다.


그리고 부부 단둘의 힘으로
보기에 번지르르하고,
독특한 구조의 집이 아닌,
둘에게 맞는 집으로
뚝딱거리며 다시금 손을 본다.
불편한 것은 다듬고,
좀 덜 예뻐도
그들 부부의 취향과 필요에 맞는 것으로
바꾸어가는 과정이 그림처럼 담겨 있다.


도저히 버릴 수 없었던 것들과의 이별이라던가,
허세에 가까운 이유로 만들어진 불편한 집 구조를 바꾸며
과거의 자신과 현재의 자신을 만나는 시간을 갖는다.


집의 구조를 바꾸는 일뿐 아니라
남편과 24시간을 붙어지내며
재택근무를 하는 저자는
남편과의 밀착형 라이프에서의
노하우도 하나둘 발견해낸다.


이 책을 읽고 있다 보면,
보석 같은 삶의 노하우들이 지혜를 달고
하나 둘 고개를 내미는 것을 마주하게 된다.
작지만 옹골찬 책이랄까.


에세이집인데,
단 한 가지 주제를 두고
주구장창 이야기를 풀어내는 에세이집이 아니다.


집에서 시작된 이야기가
취향으로 흘러가고,
살아내는 법으로 흘러가고,
그리고 주변의 것들에 대한 이야기까지
저자의 삶을 둘러싼 다양한 소재를 다루어낸다.
화려하지 않은 부드러운 느낌의
무지개떡의 색깔 같은 책이라고 하면 어떨까 싶다.


‘우울을 벗어나 온전히 나를 만난 시간’이라는 부제를 달고 있지만,
‘우울’에 대한 부분은 아주 소량 다루었다.
그러니 혹여나 ‘우울’이라는 단 두 글자에 매혹되어
도움을 받고 싶다는 기분으로
이 책을 향해 손을 뻗는 누군가가 있다면,
‘그 손 당장 거두어주십시오.’
하고 귓속말을 해주고 싶다.


다만,
‘나를 만나는 시간이라는 부분’은 충분히 채워져 있으니
저자가 자신을 어떤 모양으로 만나고
생각을 이어가는지를 들여다보고 싶다면,
주저 없이 그 손을 직진으로 뻗어주시기를 바란다.


에세이다운 에세이집 책을
탁! 하고 덮으며,
마음이 든든해진 기분이다.


저자의 글을 읽으며
나를 만나는 일이란 게
정말로 별건가 싶다.
삶의 꼭지 꼭지에서 찾아내고
느끼며 살아가는 것이
곧 나를 만나는 일임을 알아냈다.
이걸로 충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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