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다시 월요병
담임 선생님과의 교문 상담 이후
아이의 학교생활이 조금 나아지는가 했더니,
주말을 마무리할 때쯤
아이가 자꾸만 불안한 눈빛을 보낸다.
하고 싶은 말이 있는 눈치다.
꿈나라에 진입할까 말까 하는 타이밍에
아이는 입속에 머금고 있던 말들을 뱉어낸다.
“엄마 내일 딱 한 번만 학교에 안 가면 안 될까요?”
“학교에 안 가면 안 되지. 그런데 내일은 왜 학교에 가고 싶지 않은 거야?”
“이유는 다 이야기했잖아요...”
“아들아, 네가 힘든 건 엄마도 알겠어. 그치만 우리가 선생님을 바꿀 수는 없어. 선생님은 너희들을 지도하는 선생님만의 방식이 있으셔. 우리가 적응해야 할 부분이야.
쉬는 시간이 늦게 시작되고 수업시간이 늦게 시작된다고 해서 이삭이가 엄마를 못 만나는 건 아니야. 그러니까 너무 걱정 말고 어서 자자.”
“내일 한 번만 안 가면 좋겠는데...”
다음날 아침,
아이는 눈물을 훔치며 느릿느릿 침대에서 빠져나온다.
기분 좋게 등교시키고 싶은 엄마 마음에
그간 ‘잠수네 영어(엄마표 영어)’를 해보겠다고
전면 금지시켰던 한국말 티브이를 선심 쓰듯 틀어준다.
아이들은 만화영화 소리에(그것도 한국말!)
벌떡 일어나 등교 준비를 한다.
아이는 학교를 향해 걸어가며,
“엄마 중앙현관까지 같이 가주세요.”하며 애원을 한다.
늘 함께 등교하는 아이의 친구와, 우리 아이,
그리고 나까지 셋이서 말없이 저벅저벅...
2학년이 되고부터는 대부분의 아이들이
부모 없이 등교를 한다.
우리 아이도 1학년 때부터 친구와 둘이서 등교를 해왔다.
긴급 돌봄 시즌에는 혼자서도 등교를 했다.
그런데, 2학년이 되고 3주 만에 갑자기
엄마손을 잡지 않고는 등교를 하지 않으려고 한다.
‘다들 잘 가는데, 대체 왜 우리 아이만!!!!’
하는 생각이 머릿속을 꽉꽉 채웠다.
아이는 든든했을지 모를 그 등굣길이
엄마는 참 힘겨웠다.
‘왜 우리 아이만...’
엄마의 마음이 모래성 무너지듯
서서히..
보슬보슬 무너져 내리기 시작했다.
엄마가 살고 싶어서 뛰어든 전화 상담
아이의 등교거부를 객관적으로 살펴보기 위해
1학년 때도 같은 반이었고,
태권도 학원도 쭈욱 같이 다니는 아이 친구의
엄마에게 연락을 했다.
(유일하게 연락처를 아는 같은 반 엄마)
동동이(아이 친구의 가명)는 학교 생활이 어떤지,
선생님은 무서워하지 않는지,
학교는 잘 가는지를 물어보며
우리 아이의 등교거부 문제를 오픈했다.
그러자 동동이 엄마는 내 이야기를 찬찬히 듣더니
동동이도 선생님을 무서워 하지만,
등교를 거부할 정도는 아니라고 했다.
‘우리 아이만 그런 거구나 ㅠㅠ. 철렁......’
그리고 다음날 다시 연락이 와서는
아는 분이 아동심리상담센터를 운영하시는데,
무료로 전화상담을 해주시겠다고 했단다.
필요하다면 연락을 해보라며 연락처를 건네줬다.
꼬박 하루를 고민하다가,
도저희 아이의 불안한 눈빛을 바라보고만
있을 수가 없어서 전화를 걸었다.
그렇게 상담의 기회를 얻었다.
1차적인 상황을 파악하게 도와주셨고,
대처법도 알려 주셨다.
한참 이야기를 나누신 상담 선생님께서는,
현재 우리 아이는 학교 부적응을 겪고 있다고 하셨다.
만나보지 못했지만,
대화 내용을 통해 판단하기로는
학교 부적응이 맞고,
현재는 엄마의 개입이 너무 많다는 결론을 내리셨다.
아이가 스스로 문제를 해 나갈 수 있도록
기회를 주어야 한다고 하셨다.
매일 오후 아이의 하굣길을 지키는 것도
적절한 시기가 지나면 서서히 물러서는 게 좋다고 하셨다.
우선 아이에게
스스로 결정할 수 있는 기회를 많이 제공해 주고,
스스로 생각하고 행하는 힘을 길러주라고 하셨다.
‘엄마의 개입이 크다’는 말씀에
또 한 번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
등교 거부와 관련해서
아이와 함께 대화할 수 있는 방법을 알려주셨다.
“오늘은 기분이 좀 어때? 나아졌니?”
“또다시 학교에 가고 싶지 않을 때는 어떻게 하면 좋을까?
엄마가 보고 싶어 지면 어떻게 하면 좋을까?”
그렇게 아이와 대화를 하며 아이의 아이디어를 적용해서
문제를 풀어나갈 것을 권하셨다.
아이의 하교 후
상담 선생님께 배운 대로 실천을 했다.
아침에 옷을 고르는 일도 스스로 하게 해 보았고,
선택권을 많이 제공해 주었다.
아이는 “모르겠어요.” 할 때가 많았지만,
계속해서 시도했다.
엄마의 불안증
역시 하루아침에 나아지는 일은 아무것도 없었다.
하지만 계속해서 시도했다.
그리고 나도 모르게
아이의 표정이나 아이의 말들을 끊임없이 살폈다.
나의 불안이 곳곳에서 싹을 틔웠다.
하루하루, 그리고 매 순간을 조마조마한 마음으로 보냈다.
아이가
“엄마 그런데요.”
“엄마 있잖아요.”라고만 말을 해도 심장이 바닥으로 곤두박질쳤다.
엄마인 내가 더 약해지기 시작했다.
아이의 등교거부를 꼬박 3주가량을 겪고 나니
마음은 걷잡을 수 없이 어둠 속을 향해갔다.
매일 아침이 오는 것이 두려웠고,
늘 따뜻하고 포근했던
아이들 곁에서 잠드는 시간이
더 이상 기다려지지 않았다.
잠자리에 누워 아이가 또 어떤 말로 불안을 표출할지
겪기도 전부터 힘이 쭉쭉 빠졌다.
하교 후에는 괜찮아요
그러나 아침의 불안함과 걱정은
새하얀 거짓말이었던 것처럼
오후에 하교를 하고
현관을 열고 들어오는 아이의 얼굴은
그 어느 때보다 빛났다.
‘엄마 저는 마음이 건강한 사람이에요.’
‘엄마 저는 오늘도 행복을 노래해요!’
하고 말하는 것 같은 표정으로 집안으로 들어섰다.
아이의 맑은 얼굴만 봐도
덩실덩실 춤을 추고 싶을 정도로 안심이 되었다.
나의 행복과 불행을
아이의 감정상태에 완전히 매달아 놓고,
아이의 상태에 따라 천국과 지옥을 오갔다.
부끄럽지만,
그만큼 나는 약해져 있었다.
그리고 그즈음,
아이가 처음으로 아파트 광장에 친구들과 놀겠다며
홀로 집을 나서게 된다.
아이가 태어나고 처음 있는 일이었다.
친구들과 놀고 싶어도 늘 엄마가 동행해야 했다.
광장도 놀이터도 엄마 없이는 나가지 않는 아이였다.
그런데, 등교거부가 시작되고 3주가 흐른 시점에
아이는 신나는 얼굴로
친구와 광장에서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 홀로 집을 나섰다.
손목에 시계를 차고,
다섯 시 반이 되면 집에 들어오겠다는 약속을 하고 나갔다.
그날은, 묵직한 딱지 가방을 들고나가는
아들의 뒷모습을 보며 감격에 겨워 눈물을 흘렸다.
(엄마가 너무 감성적이다...ㅠㅠ)
아이가 그렇게 예뻐 보일 수가 없었고,
그렇게 듬직해 보일 수가 없었다.
등교거부 문제도 해결된 것만 같은 느낌을 받았다.
그러나 일희일비하는 엄마는
거기에서 또 뒤통수를 한대 세게 얻어맞았다.
아이는 밤이 되고 아침이 되면
광장에 나가던 그 아이와는 전혀 다른 얼굴로
새로운 부적응 거리들을 표출하기 시작했다.
To be continu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