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학교에 가고 싶지 않아요(2)

by 다니엘라

아이의 첫 번째 등교 거부

3월 셋째 주,
아이가 2학년이 된 지 3주를 꽉 채운 날이었다.
평소와 같은 하루를 보내고,
평소와 같이 잠자리 동화를 읽고 자리에 누웠다.


어려서부터 잠 하나는 끝내주게 잘 자는 큰아들이다.
그런 아이가 얕은 한숨을 내 쉬며 뒤척인다.
말없이 아이의 등을 토닥인다.


무거운 침묵을 깨고 아이가 먼저 이야기를 시작한다.
오랜 시간 고민한 것 같은 목소리의 톤과 무게감이다.
“엄마 내일은 학교에 안 가면 안 될까요?”

“왜 학교에 안 가고 싶어?”

“선생님이 활동을 너무 늦게 끝내셔서, 엄마를 못 만날 것 같아서 불안해요. 쉬는 시간 종이 울려도 책을 더 공부하고, 점심시간에도 밥 먹으러 늦게 가고, 쉬는 시간이 끝났는데도 더 많이 쉬는 시간이고 그래요. 그래서 엄마를 못 만나게 될까 봐 불안해요.”

아이가 2학년이 된 지 3주 만에,
그리고 아이가 초등학생이 된 지 만 1년 만에 있는 일이다.
​아이가 태어나고 처음 있는 일이다.
(다시 생각해 보니 아이가 세 살 되던 해에는 어린이집을 가고 싶지 않던 날이 종종 있었다.)


아이는 2학년에 들어간 첫날,
엄마 선생님이 재밌기도 한데,
[‘헐’이었어요.]라는 표현을 했다.
선생님이 다른 아이들을 벌세우시는 것을 본 모양이다.
아이는 2학년이 되면서 남자 담임 선생님을 만났다.
1학년 때와는 너무 큰 온도차에
아이는 적잖이 놀란 모양이었다.


아이는 등교 후 2주 이상을
주로 긍정적인 피드백으로 채웠었다.​
가끔 친구들이 야단맞은 이야기나
친구들이 벌을 섰던 이야기를 하기도 했지만,
그 가운데 즐거운 이야기도 많이 끼어 있었다.


1학년 때는 학교에 자주 가지는 못했지만
아이는 1학년 2반으로 등교하는 날을
손꼽아 기다리곤 했었다.
학교가 얼마나 재밌고 좋은 곳인지 동생을 앉혀놓고
침이 마르도록 ‘자랑’을 했다.


그랬던 아이가 2학년이 되고
등교한 지 3주 만에 학교에 가고 싶지 않다는 말을 했다.
처음 겪는 상황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지
판단이 잘 서지 않았다.


아이가 학교에 가고 싶지 않은 이유를 들어보니
1. 정시에 맞추어 시작되지 않는 상황들이 힘들다.
9시에 시작되어야 할 수업이 5분씩 늦게 시작된다거나
쉬는 시간 시작종이 울렸는데도
여전히 수업이 끝나지 않거나 하는 등의
‘정시에 시작되지 않는 상황’이 아이를 힘들게 했다.
엄마인 나도 몰랐던 아이의 예민함을 엿보았다.
시간을 인지하고부터 정확한 시간이 지켜지는 것을
원칙으로 삼고, 아이는 그것이 어긋나자 힘들어했다.
아이는 정시에 시작되지 않는 상황이
언제 끝날지 모른다는 불안감으로까지 번져
수업이 ‘영원히 끝나지 않아서’ 엄마를 보지 못할까 봐
무섭다고 했다.

2. 대놓고 말하지는 않았지만 선생님이 무섭다.
아이에게 담임 선생님은 무서운 존재로
인식되어 버린 것 같았다.
선생님은 공감이나 다정함보다는
시원시원하시고 털털한 분 같았다.
하지만 아이는 본인의 기대와는 다른 ‘선생님’의 모습을
처음 접하고는 마음이 많이 어려운 모양이었다.


​엄마의 최초 대응​
우선은 아이 이야기를 충분히 들어주었다.
“그랬구나.”로 공감도 어느 정도 보태었다.
그리고 나의 어린 시절 기억나는 무서운 선생님들 이야기를 몇 건 들려주었다. 선생님이 무서워서 복도에서 벌서다가 오줌을 쌌던 이야기 까지 해 주었지만, 아이는 크게 위로받지 못한 것 같았다.


그래서 아쉬운 대로
아빠도 월요일이면 회사에 가고 싶지 않아 한다는 사실을 알렸다. 아빠도 힘들지만 꾹 참고 가시는 거라고, 꼭 가야 한다는 걸 알기 때문에 가는 거라고 이야기해 주었다.
그리고 아이를 토닥이며 기도를 해주는 것으로
마무리를 했다.
아이는 여전히 기운이 쭉 빠져 있었지만,
더 이상 뭘 해야 할지 감이 오지 않던 엄마는 ‘웃기는 이야기’로 아이의 기분을 풀었다.


엄마의 최초 대응은
아이의 마음을 진정시키는 것과
싫어도 가야 한다는 사실을 일깨워주는 정도에서 그쳤다.


월요병의 시작
다음 월요일이 되자 아이는 다시 등교 거부를 했다.
주말에 뛰어놀던 우리 아이와는
전혀 다른 얼굴을 가진 아이가 되어 있었다.
불안을 잔뜩 짊어지고 등교 거부를 했다.
눈물을 뚝 뚝 흘리며,
“이번에 한 번만 안 가게 해 주세요 엄마.”
했다.


두 번째 초기 대응
월요일 아침 아이를 달래며,
엄마가 선생님과 한번 상담을 해 보겠다고 했다.
그리고 방과 후에는 엄마가 학교 앞에서 기다릴 테니,
엄마에게 가방을 건네고 태권도 차량에 탑승하라고 했다.


오래 오래간만에 아이의 손을 잡고 기도하는 마음으로
등교를 시키는데,
그날 마침 등교 지도를 하는
아이의 담임 선생님을 마주하게 되었다.
아이를 들여보내고,
선생님께 양해를 구해
한 귀퉁이에서 선생님과 잠시 대화를 나누었다.
*지금 생각해보면 이 행동은 아주 실례가 되는 행동이었던 것 같다. 초보 엄마의 경솔한 행동이었다.
예고도 없이 교문 지도시간을 빼앗고 나의 고민만 털어놨으니 선생님 입장에서는 황당한 사건이었을 수 있다는 생각이 든다.


그날 오후 아이는 한층 밝은 얼굴로 하교를 했다.
“엄마 오늘은 느낌이 좋았어요!”라는 말까지 했다.
엄마의 [교문 돌격] 덕분에
선생님도 조금 더 신경을 써 주셨고,
아이는 즐겁고 평범한 한주를 보냈다.


아이의 담임 선생님을 만나 잠시 상담을 했고,
아이의 이야기를 꾸준히 들어주었으며,
매일 5-10분 정도 이른 퇴근을 해서
아이의 하굣길을 지켰다.
하교 후 아이에게 엄마의 얼굴을 보여주고
태권도 학원으로 보냈다.
아이를 안심시키기 위해 적극적으로 개입했다.


그렇게 아이의 등교거부는 일단락되는 줄 알았다.
‘난 역시 지혜로운 엄마야.’ 하며 겸손하지 못한 마음으로
사건 종료 버튼을 누르려고 했다.
하지만 그것은 큰 오산이었다.


to be continu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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