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부터 조금은 어려운 시작을 해 보려고 한다.
아이가 현재 겪고 있는 어려운 이야기를,
그리고 그 아이와 함께
엄마인 내가 겪고 있는 이야기를
하나하나 풀어내 보려고 한다.
매우 사적인 이야기지만,
감출 것도 없는 이야기 이기에
이 시작이 어렵기도 하고,
후련하기도 하다.
때론 글도 쓰고 싶지 않을 정도로
어려운 마음이 들이닥치기도 하고,
또 때론 조금씩 글을 써보면 좋겠다는
용기가 나기도 해서
일단은 글로 풀어내는 과정을 겪기로 선택했다.
마음밭에 한 톨의 여유라도 있는 날,
글로 옮기는 작업을 시작해보기로 했다.
이 주제로 글을 쓰기 전 망설이게 된 이유는,
1. 내 아이, 그리고 나의 허물을 공개지면에 드러내는 것이 과연 성숙한 행동인가? 에 대한 고민이었다.
2. 아무리 요즘 힘들다고 해도 그렇지 자꾸 울적하고 힘든 이야기만 적어낼 것인가? 에 대한 고민도 더해졌다.
3. 혹시 이 문제가 잘 해결되지 못하게 되면 어쩌지? 해피엔딩이 아니라면 어쩌지? 에 대한 고민에 까지 마음이 가 닿았다.
그러나 반나절 정도를 더 보내며
깨끗하게 망설임을 접어 넣었다.
1. 어차피 나를 위한 글이다. 성숙이라는 표현을 끌어당길 정도로 감출 이야기는 하나도 없다.
그리고 실제로 정독하는 이웃 혹은 타인은 많지 않을 것이다. 많이 읽고 소문날까 봐 걱정하는 것 자체가 오버다.
2. 어떻게 늘 웃고만 살겠는가. 나 말고도 재미난 블로거며 작가는 넘쳐난다. 오버하지 말자. 그냥 있는 이야기를 쓰자.
3. 원래 영화도 새드엔딩이 더 매력 있는 법이다. 해피엔딩을 억지로 끌어내려고 애쓰지 말자. 지금까지 다 잘해보자고 해온 일들도 내 뜻과는 달리 이런저런 모양으로 일그러져 왔던 게 아니었나? 해피엔딩을 꿈꾸다가 오히려 된통 뒤통수만 얻어맞을 수 있다. 결과에 집착하지 말고, 이과정 한가닥 한가닥을 잘 견뎌내 보자.
그럼에도 자신할 수 있는 것은
모가 나와도 도가 나와도
우리 가족은 결국 해피엔딩으로 받아들일 것이다.
그리고 한 가지 소망을 더 담았다.
나와 같은 어려움을 겪는 이에게
고통과 고민의 구렁텅이에 빠져 있을 때,
작은 공감이라도 전해주고 싶고
그리고 쌀 한 톨만큼의 작은 희망이라도
건져내주고 싶은 마음이 생겼다.
글쓰기 2년 만에,
나에게 아픔이 찾아오면서
드디어 남을 위한 글을 쓸 수 있게 되었다.
그러고 보면 사람 일 참으로 알 수 없다.
그렇다.
누군가에게 작은 부분이라도
도움이 될 수 있는 글을 쓰고 싶었다.
아이가 학교에 가는 것에 대한 두려움을
호소한 지 한 달 하고도 일주일이 지났다.
간단히 말해 우리 아이는 현재 ‘부적응’ 중이다.
그리고 그 아이를 보며 나 역시 현재의 엄마 노릇에
‘부적응’ 중이다.
지금 겪는 이 어려움을
차근히 글로 담아갈 예정이다.
완전 현재 진행형인 이야기를,
이 시간이 지나면 되살려내지 못할 감정들을
하나 둘 기록해 나갈 것이다.
아이와 나,
그리고 우리 가족 모두가
이 문제를 함께 극복해내는 과정을
귀하게 담아내기를 소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