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 의지가 활활 타오르는 사람 여기 있습니다.
뭐든지 ‘잘’ 하고 싶은 사람 여기 있습니다.
계획한 대로 뭐든지
착착 이뤄내고 싶은 사람 여기 있습니다.
완전무결하고 싶은 사람 여기 있습니다.
욕심쟁이.
접니다.
지난 며칠간
감정 파도타기로 팔딱거리며 날뛰다가
이내 호르몬의 장난질임을 깨닫고는
서서히 육지로 발을 내렸다.
아이들에겐 사나운 육식 공룡 엄마도 되었다가
남편에겐 파리지옥 같은 아내가 되어
“한마디만 던지소서~
내 기꺼이 ‘오지게’ 물어드릴 테니!”
하고 작정을 하고 격투 태세를 갖추며 지냈다.
그러나 유순한 아이들은
엄마를 초식공룡으로 바꾸는 마법을 부렸고,
세상 다정한 서울남자는
‘오지게 걸려들 만한’ 말 따위는 하지 않았다.
나 홀로 지옥 구경을 하고,
이제 막 천국 길로 들어서는 중이다.
감정 동요의 파동이 서서히 줄어드는 중이다
감정조절의 지속적인 정상화를 기원하며
자작시를 한편 띄워 본다.
-
괜찮다,
목숨 걸지 마라.
-다니엘라
이른 아침.
책상 앞에 앉아 글을 쓰려하니
머릿속이 새하얗다.
창작의 고통으로
머리를 마구 쥐어뜯으려는 찰나,
마음에서 들려오는 소리-
괜찮다, 목숨 걸지 마라.
이른 아침.
이제 막 눈꼽을 떼고 나온 아이들을
끌어다가 식탁 앞으로 데려오지만
아침밥엔 눈길도 주지 않는다.
속에서 뜨거운 게 끓어오르고
‘이노무 자식들!!’ 하고 외치려는 찰나,
마음에서 들려오는 소리-
괜찮다, 목숨 걸지 마라.
퇴근 후 돌아온 집은
도둑맞은 집 마냥
어느 것 하나 제자리에 놓여있지 않다.
‘아 놔-’
인생사에 대한 불평이 쏟아지려는 찰나,
마음에서 들려오는 소리-
괜찮다, 목숨 걸지 마라.
큰아이 숙제를 봐주는 시간.
책상에 앉자마자 궁둥이에서 팝콘을 튀기는지
잠시를 가만히 앉아있질 못한다.
한숨, 두숨, 세숨 쉬고
‘이 녀석아!! 제대로 못 앉아있어??’ 외치려는 찰나,
마음에서 들려오는 소리-
괜찮다, 목숨 걸지 마라.
아이 숙제를 봐주며,
초 단위로 집중력이 흐트러지는 아들을 바라본다.
‘더 이상 못 참겠어!’ 하며
책 집어던지기 퍼포먼스를 하고 싶어 지려는 찰나,
마음에서 들려오는 소리-
괜찮다, 목숨 걸지 마라.
아이들을 풀어놓고 저녁 준비를 하는데
작은 아이가 수시로 주방을 들락거린다.
“엄마 사탕 없쪄? 마싯는거 없쪄?”
냉장고 문도 활짝- 펼쳐놓고 왔다리 갔다리
‘먹으라는 밥은 안 먹고 왜 자꾸 간식만 찾는겨??’
하고 잔소리 특공대를 출동시키려는 찰나,
마음에서 들려오는 소리-
괜찮다, 목숨 걸지 마라.
자야 할 시간을 훌쩍 넘긴 때에
큰 아이와 작은 아이가 번갈아가며
볼일도 없으면서 괜히 화장실을 들락 거린다.
침대에 눕는가 싶더니
이번에는 물을 마시겠다고 주방을 오간다.
“네 이놈들! 얼른 들어와서 눕지 못할까?” 하려는 찰나,
마음에서 들려오는 소리-
괜찮다, 목숨 걸지 마라.
까만 밤,
아이들이 잠들면 꼬옥 다시 일어나서
한 시간쯤 책을 읽고 하루를 마감하기로 결심한다.
아뿔싸! 눈을 떠보니 이미 새벽 세시 반
이불 킥을 두어 번 하고 나서
머리를 또 한 번 쥐어 뜯어볼까 하는 찰나,
마음에서 들려오는 소리-
괜찮다, 목숨 걸지 마라.
-
24시간 내내
잘하고 싶은 마음에 여러 차례 목숨을 걸고 애를 쓴다.
잘 먹이고 싶고
잘 키우고 싶고
(깔끔하게) 잘 살고 싶은 마음에
애를 쓰다 보니
내 어렸던 날의 엄마가 떠오른다.
끓어 넘치는 열정을 주체하지 못해
그 시절 목숨을 걸고 열심히 사셨던 엄마는
이제는 한 달에 한번 항암치료를 위해 병원을 오가며
목숨을 지키는 일에 마음을 쏟으신다.
목숨을 걸고 열심히 살아온 것과
목숨을 지키려 병원을 드나드는 두 사건 사이에
직접적인 연관성이 아주 없지는 않음을 알기에
지금 나의 엄마는 ‘오케이’ 할머니가 되셨다.
어지간한 일에는 목숨을 거시는 법이 없고
세 명의 손주들에게 어지간한 일로는
막아서는 법이 없으시다.
덕분에 그녀의 얼굴은
그 어느 때보다 밝고 화창하다.
화사한 봄꽃 같은 엄마의 고운 얼굴을 떠올리며
작은 내 마음을 살살 다독여 본다.
괜찮으니 목숨 걸지 말자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