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듭 반복해도 익숙해지지 않는 것들에 대하여.

by 다니엘라


오늘도 또.
거듭 반복되지만
익숙해지지 않는 일들이 있다.
매번 겪지만
매번 새롭게 낯설고
매번 새롭게 어렵다.
반복적으로 겪어내고
익숙해지지 않는
그렇고 그러한 일들에 대해
가볍게 기록해 보기로 한다.


먼저, 익숙해진다는 것에 대하여.
익숙해진다는 것의 사전적 의미는 아래와 같다.
‘자주 대하거나 겪어 잘 아는 상태가 되다.’
-고려대 국어사전
그리고 거기에 개인적인 의견의 추가로 톡톡 뿌려주면,
‘자주 대하거나 겪어 잘 아는 상태가 되어 특별한 감정을 느끼지 않고도 자동 반사적으로 행동하게 되는 상태.’이다.

-

거듭
반복되지만
익숙해지지 않는
일들.

오전 여섯 시
지난밤 아홉 살 난 큰 아이의 요청에 따라
아이를 깨운다.
수차례 아이를 흔들어 깨우지만 미동도 없다.
20분쯤이 지나서야 눈을 뜨고 말한다.
“아… 왜 이렇게 늦게 깨우셨어요.ㅠㅠ”
헐....
거의 매일 아침 반복되지만
익숙해지지 않는다.


출근 직전의 남편.
“여보 제 지갑이 어딨지요?
이어폰이 안 보여요. 여보, 여보, 여보….”
거의 매일 아침 반복되지만
익숙해지지 않는다.


눈꼽을 뗀 작은 아이.
사탕을 들고 다가온다.
“엄마, 맛있는 거 먹어도 돼요?
한 개만 먹을래. 먹을 거야.
한 번만 한 번만....”
식전에 찾아오는 간식 떼쟁이.
매일 아침 반복적으로 만나지만
익숙해지지 않는다.


아이들과 집을 나서기 5분 전.
“얘들아 오분 남았어. 빨리빨리빨리.”
“엄마 혼자 간다~ 얼른얼른얼른.”
"이노무자식들!!!"
매일 아침 내 입에서 나오는 말이지만
익숙해지지 않는다.
(게다가 내가 싫어지기까지 한다.)


첫째 아이.
친구들과 학교를 향해 걸어가기 전
엄마에게 등교 의식을 치른다.
“엄마 사랑해요. 이따 꼭 나오실 거죠? 꼭 잊지 마요.”
이 대사를 내뱉고 몇 발자국 걷다 말고
뒤돌아와서 다시 말한다.
“엄마 사랑해요. 진짜 꼭 나오실 거죠? 꼭이에요 꼭!”
매일 아침 반복적으로 듣지만
익숙해지지 않는다.
(아들아 힘내.)


출근 준비.
아침부터 아래층의 어느 집에선가 풍겨오는
라. 면. 냄. 새.
코끝이 찡- 머리가 팽-
‘나도 먹고 싶다.’는 생각을 하며 주춤.
자주 있는 일이지만
익숙해지지 않는다.


따라랑땅당땅 당땅~
모르는 번호로 걸려온 전화를 주저 없이 받는다.
“안녕하세요 고객님……….”
어제도 받아놓고 오늘도 또 낚인다.
거의 매일 기습적으로 반복되는 일이지만
익숙해지지 않는다.


남편과 오래간만에 야간 독서.
‘너무 좋다 이 느낌!’ 하며 남편을 바라보니
“드르렁 푸- 드르렁 파-”
거실에 대자로 누워 응답한다.
자주 있는 일이지만,
등이 바닥에 닿자마자 잠드는 그런 모습-
익숙해지지 않는다.


오늘은 뭐 해 먹지.
아침부터 저녁까지 저녁 메뉴 고민.
진심으로
매일 반복하는 고민이지만
익숙해지지 않는다.

-
거듭 겪어내지만,
단 한 번도 익숙해지는 느낌이 없는 일들.
맘먹고 찾아보기 시작하면 끝도 없을 것 같아,
오늘은 여기까지만.


이런 일들,
저런 일들.
익숙해지지 않아도 괜찮으니까.
부디 매일 잘 버티고
견디고
털어내며 살아내는 내가,
그리고 당신이 되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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